[스포츠 인사이드] 추신수 은퇴식 “야구에 목숨 걸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 한 축을 담당했던 추신수(42·SSG)가 24년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미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추신수는 7일 인천 송도에서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그는 자신을 ‘전 야구 선수’라고 소개하면서도 “’저 선수는 야구에 진심이었다. 야구 하나에 목숨 걸었던 선수’라고 기억되고 싶다. 다음 생에 태어나도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부산에서 시작된 그의 야구 여정은 미국에서 꽃을 피웠고, 인천에서 마무리됐다.
추신수는 초등학교 시절 자연스레 야구공을 쥐었다. 아버지(추소민)는 전직 수영 선수, 외삼촌은 롯데 내야수 출신 박정태로 운동 유전자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교 시절(부산고)엔 좌완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2000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투수로 18이닝 32탈삼진과 5실점을 기록하며 최우수 선수(MVP)에 올랐다. 이때 활약을 발판으로 2001년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롯데가 당시로선 파격적인 계약금 4억2100만원을 제안했으나 미국 진출 꿈을 위해 거절했다. 하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그는 “루키 리그에서조차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가득했다”며 “한국에서 자신감이 하루 만에 깨져버렸다”고 털어놨다.
결국 추신수는 투수가 아닌 타자로 전향하라는 구단 결정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후 마이너 리그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견뎌야 했다. 그는 더 강한 훈련을 통해 성장했다. 트리플A까지 단계적으로 실력을 키웠고, 2005년 4월 21일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타석은 메이저리그 데뷔 타석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매리너스에서 그는 한계를 맞닥뜨렸다. 일본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가 같은 포지션(우익수)을 지키고 있었고, 다른 자리를 찾아 배회했다. 2006년 기회를 찾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로 옮겼고 그곳에서 잠재력을 발휘했다. MLB 첫 홈런은 친정팀 매리너스를 상대로 쳤다. 2009년과 2010년 두 시즌 연속 20홈런과 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MLB 정상급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3할에 가까운 타율, 출루율, 장타율을 동시에 갖춘 ‘5툴 플레이어(five-tool player)’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디언스 팬들에게 ‘추추 트레인’이란 애칭으로 사랑을 받았다. 2013년 신시내티 레즈로 다시 둥지를 옮긴 뒤 21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을 기록하면서 선수 경력 절정을 맛봤다.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FA(자유 계약) 선수로 7년 1억3000만달러라는 당시 아시아 선수 중 역대 최고액 계약을 따냈다. 2018년 52경기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과 더불어 한국인 타자 최초 MLB 올스타로 뽑히고 올스타전에서도 안타를 때렸다. 2020년까지 MLB 무대를 누비며 1652경기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2021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SSG에 입단해 중심 타자로서 팀을 이끌며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도달했다. 그는 “선수로서 우승을 할 수 있어 가장 기쁘다.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올해 그는 주장을 맡았고 어깨 부상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끝까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KT와 경기에서 마지막 타석에 나서 긴 야구 인생을 마감했다.
추신수는 “미국에 있을 때 새벽까지 경기를 봐주시고 응원해준 팬들께 너무 감사하다.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추억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야구를 시작한 9살 때부터 마지막 타석까지 되짚어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하고 싶은 야구를 할 수 있었고,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점수를 매기기보다는 스스로 잘해냈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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