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럼프에 건 도박 성공”… 우주항공·AI·전기차 막대한 혜택
“트럼프에게 모든 것을 걸었던 위험한 도박이 성공했다.”(포브스)
“계속해서 이기기만 하는 머스크.”(악시오스)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6일, 미국 주요 매체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두고 이 같은 헤드라인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트럼프를 위해 엄청난 위험을 감수했다. 자신이 소유한 X를 통해 트럼프에게 유리한 허위 정보를 퍼나르는 것을 불사했다. 경합주의 보수 유권자 등록 장려를 위해 100만달러(약 14억원)의 ‘복권 행사’까지 주최해 법적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트럼프 캠프에 낸 직접 후원금만 1억3000만달러(약 1800억원) 이상이다.
이처럼 논란과 비판에서 단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했지만, 머스크는 결국 이번 선거의 ‘최대 승리자(NBC뉴스)’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차·인공지능(AI)·우주항공·소셜미디어 등 분야에서 6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그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 정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시대
머스크의 승리는 ‘돈’이 말해주고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테슬라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75% 급등했다. 세계 1위 부호인 머스크의 자산도 하루만에 265억달러(약 37조원) 늘어 2900억달러(약 405조원)이 됐다. 2위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자산 2280억달러)와의 격차는 62억달러로 벌어졌다. 이런 일들이 일시적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테크 업계에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펼치는 ‘머스크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재생에너지·우주항공·AI 등 머스크가 손 대고 있는 분야의 발전이 머스크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선 전기차 관련 관세와 보조금 정책을 테슬라에 유리하게 할 수 있다. 관세를 높여 BYD 등 중국 전기차를 견제할 수 있다. 트럼프가 공언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도 후발 주자에 더 큰 타격을 주는 만큼, 테슬라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 머스크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테슬라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떠오른 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확대를 위해 에너지 정책 수립에도 최대한 영향력을 펼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는 오픈AI·구글 등에 비해 후발 주자로 시작한 AI 산업에서 자신의 xAI를 선두 기업 위치로 끌어올릴 기회를 갖게 됐다. 머스크는 가장 앞선 AI 기술을 가진 ‘오픈AI’의 창립 멤버였지만, 샘 올트먼 CEO와 갈등을 빚으며 나왔다. 머스크는 사실상 ‘오픈AI’를 겨냥해 AI의 위험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머스크가 엄격한 AI 규제로 경쟁사들을 견제하면서, xAI의 역량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는 한때 퇴짜 맞았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조사와 규제, 다 피해갈까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하는 ‘정부효율성위원회’를 이끌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방정부에 개혁 권고안을 제안하는 자리다. 머스크는 자신이 주로 AI·우주탐사·전기차 관련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정부효율성위원회 위원장이 될 경우 직접 (규제기관과 기업들을) 감독할 권한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회사들은 현재 최소 20건의 정부 조사에 직면해 있는데, 이 중 다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스페이스X의 텍사스주 기지는 환경 파괴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더 많은 우주선과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인명 사고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정부 조사가 조용히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미래 수익원으로 내세운 로보택시 사업을 위한 승인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수년 내 운전대가 아예 없는 완전자율차를 로보택시로 활용할 생각인데, 아직까진 도로교통 당국으로부터 운영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가짜 뉴스 확산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X도 조사와 처벌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1기 행정부를 봤을 때 그는 ‘친구’를 조사하는 법이 없었고, 이에 따라 그의 법무부는 머스크의 잘못을 뒤쫓을 가능성이 낮다”며 “머스크 역시 자신의 권력을 견제하는 세력을 제거하거나,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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