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크게 바꿔 크게 얻기를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저와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해 국민께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이며 아내 처신은 무조건 잘못”이라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잘 알고 있고 초심으로 돌아가 쇄신에 쇄신을 거듭하겠다”고 했다. 또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입장도 밝혔다.
이날 회견에 대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갔고, 각종 의혹도 대부분 부인했다. 김 여사의 국정 개입 논란은 “침소봉대하고 악마화한 것이 있다”고 했고, 특검은 “정치 선동”이라고 했다. 명태균씨 의혹엔 “여론조사를 조작하거나 공천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여사 문제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과 괴리가 적잖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각종 잘못을 인정하고 수차례 사과했다. 2시간 20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끝까지 답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약속한 대로 앞으로 실제 변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김 여사 문제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국정 개입 논란이 다시 벌어지면 모두 허사가 된다. 윤 대통령도 구설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쇄신 인사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인사는 여권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주변 인사들조차 ‘난맥’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금 여권에서도 ‘김 여사 라인 정리’와 ‘쇄신 개각’ 요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의 실세들로 불리는 이른바 ‘김 여사 라인’은 모두 정리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윤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것이다. 이번만은 쇄신 개각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선공후사로 풀겠다”고 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충돌하면 그 끝은 공멸뿐이다.
윤 대통령은 곧 임기 반환점을 돈다. 크게 얻으려면 크게 바꿔야 한다. 임기 후반기를 맞는 윤 대통령이 그렇게 했으면 한다. 트럼프 재집권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 경기 침체 등 시급한 경제·안보 현안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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