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 논란’으로 시작했으나... 더 심각했던 축구협회 민낯

문체부 "총 27건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 확인"
P급 자격증 합격자 뒤바뀌거나 재강습 기회도 부여
수강생 세칙도 부당하게 변경... 불공정 운영
국고보조금 허위 신청해 56억 교부받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유명세나 라인이 없으면 P급(지도자 자격증 중 최고 등급) 자격증 수강조차 쉽지 않다는 걸 알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 5일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위반을 비롯해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업무 처리 부적정 등 총 27건의 위반·부당한 업무 처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6일 입장문을 내고 문체부 지적 사항에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감사 결과와 조치 요구 건에 대해 재심의 요청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결국 문체부 감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축구계 관계자들은 이번 감사 결과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축구협회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는 대표팀 감독 선임 불공정 논란으로 시작했으나 지도자 강습회 불공정 운영 역시 큰 문제다.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P급 실기 시험에 불합격한 수강생 6명을 합격 처리해 자격증을 발급했다. 결석률이 기준을 초과해 재강습 기회를 받을 수 없는 수강생 2명에게도 재강습 기회를 줬다. 또 지도자 경력 점수 오산정으로 합격자 3명의 결과가 뒤바뀌는 일도 벌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도자 경력 조건을 ‘A급 자격증 취득 후 지도 경력 최소 3년 이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2022년 7월 ‘A급 자격증 취득 후 3년 경과자’로 자격 대상을 완화하며 AFC 규정을 위반했다. 자연스레 ‘A급 자격증 취득 후 지도 경력 최소 1년 이상’이라는 AFC 필수 조건과도 어긋난다.

문체부는 “지도자 자격증 운영·발급을 공정·투명하게 하고 엄격하게 집행해야 함에도 기본 규정을 숙지하지 않거나 불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최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P급 자격증은 지도자 자격증 가장 높은 단계로 대표팀까지 이끌 수 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지도자라면 누구나 프로팀과 대표팀을 이끄는 걸 꿈꾼다”라며 P급 자격증은 축구 철학 완성의 최종 관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P급 수강생으로 포함되기 위한 경쟁률도 치열하다. 그동안 수강생의 희비가 갈릴 때마다 업계에선 공정성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축구계 관계자는 “이미 지도자 과정을 밟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세나 라인이 없으면 P급 수강조차 쉽지 않다는 걸 안다”라며 “정작 기회가 필요한 사람들이 다른 요소로 외면받기에 불공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심각성을 말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P급 자격증 운영’에 대해 “면밀한 검토 후 개선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라며 짧고 막연한 답만 내놨다.

축구종합센터 건립과 관련해 주무 부처 장관 승인 없이 한도 대출 계약을 맺은 것과 국고 보조금 허위 신청 부분도 정당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의도적으로 문체부 승인 없이 한도 대출 계약을 맺은 건 아니다”라며 “당시 문체부 관계자가 교체되며 지체되는 등 소통상 문제가 있었던 것을 고려해달라”고 설명했다. 미니스타디움 내 사무공간을 두지 않기로 하고 56억 원의 보조금을 받은 뒤 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설계 변경 및 검토 중이며 문체부와도 상의할 예정이었다”라며 설득력이 떨어지는 말을 했다.

오히려 “한국 축구의 중장기적인 발전의 기반이 될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문체부에서 축구종합센터건립을 도와주길 부탁한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축구협회에 정몽규 회장 등 관련자에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하고 문책(징계)·시정·주의 요구와 함께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재심의 요청 여부를 검토 중인 축구협회가 재심의를 신청하면 문체부는 접수 후 2개월 이내에 심의해 결과를 통보한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