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축구 감독이 코치도 직접 못 뽑나

김영준 기자 2024. 11. 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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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등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시스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감사에 나선 문화체육관광부가 113쪽짜리 보고서를 내놨다. 그중 마지막 항목은 직원 복무 관리가 부실했다는 내용이었다. 축구협회가 매주 수요일 직원들을 1시간 일찍 퇴근시키는 ‘워라벨 데이’를 시행했는데, 주 40시간을 일하도록 한 근로계약에 맞지 않으니 다른 날에 1시간 더 일을 시키거나 직원들 연차에서 1시간씩 빼라고 문체부는 주문했다.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기 퇴근제는 이미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문화다. 축구협회 운영 전반이 이번 감사 범위이긴 했지만, 초점은 감독 선임 절차의 불공정성, 협회 내부 의사결정의 불투명성, 그리고 각종 돈 문제 아니었나.

일주일에 한 번 직원들 조기 퇴근은 결이 다르다. “너희의 작은 잘못까지 다 털 수 있으니 말 잘 들으라”는 메시지가 행간에서 읽혔다.

축구협회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보고서엔 천안축구종합센터 관련 미승인 대출 및 보조금 부정 수급, 지도자 자격증 부실 발급 등 협회의 각종 난맥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축구협회가 분명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고 합리적인 조직으로 환골탈태해야 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워라벨 데이’ 지적처럼, 상식에서 벗어난 트집잡기다. 가장 논란이었던 홍명보 감독 선임 문제가 대표적이다. 문체부는 선임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결론으로는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라”는 애매모호한 말만 남겼다. FIFA(국제축구연맹)의 ‘정부 등 제3자의 부당한 개입금지’ 규정을 의식한 주문이다. FIFA는 그 나라 정부가 축구협회에 부당한 간섭을 하면 일정 기간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시키는 방식으로 정부 등의 개입을 차단하고 있다.

문체부는 ‘치유’ 주문을 하면서도 “감독 선임 절차를 다시 밟는 등 방안을 강구하라”고 친절하게 예시를 들었다. 여론의 뭇매도 맞기 싫고, 우리 대표팀이 실제 불이익받을 경우를 감당하기도 두렵다는 것이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구체적이고 명확한 조치를 요구했어야 하지 않을까.

문체부는 대표팀 감독이 함께 일할 코치 선임에 관여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규정상 감독에겐 코치 선임 권한이 없다고 했다.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감독이 자기가 원하는 코치와 함께 일하는 건 전 세계 모든 스포츠에서 기본이다. 세계적 유명 감독들은 팀을 옮길 때 자기 ‘사단’을 이끌고 다닌다. 그걸 계약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문체부는 감독의 코치 선임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 그 이상한 규정 자체를 없애라고 주문했어야 옳다.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감독 선임 문제는 그 자체로 비판받아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이 옳다는 이유로 이를 위한 수단 모두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문체부의 성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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