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20] 분홍 빛깔 홍위병
색깔 빨강에도 엷고 짙음에 따라 여러 나뉨이 있다. 우리는 빨강을 지칭하는 한자로 홍(紅)을 곧잘 쓴다. 그러나 비교적 엷은 빨강이다. 고대에는 적(赤)이라는 글자가 먼저 쓰였으나 지금은 엄격하게 나누지 않는다.
그럼에도 엷고 짙음에 따른 순서가 있었다. 가장 짙은 빨강은 강(絳)이다. 알기 쉽게 적자면 진홍색이다. 그다음은 주(朱)다. 이 글자 새김은 ‘붉음’이다. 그보다 조금 엷은 빨강이 ‘적’이다. 타오르는 불길이 뿜어내는 색이다.
단(丹)이라는 빨강도 있다. ‘적’보다는 엷고, ‘홍’보다는 짙다. 조금은 흰색을 띠는 빨강이 곧 ‘홍’이다. 그러나 옛적의 이런 분류는 중국 중세를 넘어서면서 섞인다. 즉 ‘적’이나 ‘단’ ‘홍’이 서로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빨강은 맑고 밝은 ‘양(陽)’의 기운이 가득한 상황을 지칭한다.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면서 기쁨이나 따뜻함을 함께 가리킨다. 아울러 진정성을 말하는 색깔이다. 그래서 참마음이 곧 적심(赤心)이요, 지극한 정성이 바로 적성(赤誠)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빨강을 향한 중국인의 집착은 별나다. 1949년 새로 건국한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기, 집권 공산당의 깃발이나 헌장이 다 빨강이다. 경사(慶事)를 맞은 민간이 문에 홍등(紅燈)을 거는 습속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요즘은 ‘분홍(粉紅)’이 대세다. 그러나 단순한 색깔이 아니다. ‘붉은 이념(紅)의 팬들(fans·粉絲)’이라는 뜻의 조어다. 1900년 극단의 배외(排外)를 선보였던 의화단(義和團), 광란의 붉은 이념 추종자 홍위병(紅衛兵)의 후예들이다.
그 ‘분홍’들이 이제 중국을 더 지독한 국수주의(國粹主義)로 기울게 만든다. 개혁·개방 뒤 공산주의 이념이 취약해지자 집권 당국이 펼쳤던 애국(愛國)·애당(愛黨) 교육으로 생긴 깊은 병증이다. 다음 세대의 중국이 이래서 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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