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원의 어쩌다 마주친 문장] [4] 타인의 시선

황유원 시인·번역가 2024. 11. 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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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 그녀의 무척 사랑스러운 눈이 보이는 반응 정도에 따라

집에 있는 모든 것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것 같았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중에서

때로 우리는 자신의 눈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믿는다. 상대에게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의 눈이 내 눈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세상이 갑자기 달리 보인다. 내가 이미 살았던 세상은 잠시 저물고, 어딘가 친숙하면서도 완전히 낯선 세상이 새로운 해처럼 떠오르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데이지를 집에 처음 데려온 개츠비도 그러하다. 보여주려고 데려왔다가 결국 자기가 보게 되는 상황. 이는 무비판적 수용이 아니라 기꺼이 타인에게 종속되려는 주체적 결단에 가깝다. 타인은 가끔 지옥이지만 이처럼 세상을 새로이 보는 창문이 되기도 한다. 때로 내 시선이 낡은 풍경밖에 보여주지 않아 답답할 때면 나도 그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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