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2] 남자들의 올인원(all-in-one)

김교석 푸른숲출판사 편집장 2024. 11. 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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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와 모크넥
지난 2019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했을 때 모크넥 셔츠를 입고 있는 타이거 우즈. /게티이미지코리아

타이거 우즈와 나이키가 지난해 27년간 이어오던 동행을 마무리했다. 단순한 스폰서십 관계가 아니었다. 나이키를 입고 필드에 선 우즈의 출현은 골프 역사를 바꾼 전환점이었다. 미국 골프 인구는 1996년과 2003년 사이에만 1000만명가량 급증했다. 골프장도 10년 동안 2000곳쯤 새로 생겼다. 나이키를 비롯해 관련 업계 매출은 수십 배 뛰었다. 혁신은 숫자 너머에도 있었다. 스포츠공학을 적용해 운동화 같은 골프화와 기능성 소재 골프 웨어가 필드에 등장했다. 나이키를 입은 타이거 우즈는 골프를 ‘대중 스포츠’로 새롭게 정의했다.

그 상징 중 한 가지가 바로 나이키의 모크넥이다. 지금이야 골프 웨어의 기본 아이템이 됐지만, 목 위로 올라오는 상의를 입어야 한다는 골프계의 규범을 넘지 않으면서도 기성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걸은 우즈의 파격과 혁신을 가장 잘 보여준 패션이다. 우즈 이전에 모크넥이 대중적으로 나타난 적은 ‘스타트렉’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모크넥은 ‘모방하다’라는 뜻의 ‘mock’이란 이름부터 터틀넥을 따라 했다는 뜻으로, 주로 운동복의 한 형태로 여겨졌다. 문화적으로는 1970~80년대 캘리포니아의 서퍼 및 스케이트 보더들과 1980~90년대 뉴욕 비보이들이 사랑한 소위 하위 문화 패션이었다.

지난 2022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마스터스에 참가했을 당시 모크넥 셔츠를 입고 있는 타이거 우즈. /로이터 뉴스1

그런데 흥미롭게도 캐주얼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한국 아저씨들이 이 모크넥을 알아봤다. 우리가 우즈처럼 전통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아갈 줄 알았을까, 실용적 감각 때문일까. 흔히 말하는 클래식, 일본에서 말하는 ‘드레스업’ 카테고리에 없던 이 모크넥을 그 어떤 나라보다도 적극적으로 넥타이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할 아이템으로 받아들였다.

홍콩 배우 정이건처럼 맨몸에 정장 재킷을 걸칠 요량이 아니라면, 넥타이나 셔츠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해 V존을 채워줄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라운드넥에 재킷을 입을 수도 있지만 단정함, 우아함과는 거리가 있고 목깃 오염이란 뼈아픈 문제가 있다. 그런데 소재 질이 좋은 모크넥은 이런 관리와 품위, 코디를 단 한 번에 해결한다. 소재에 따라 사계절 모두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목이 짧고 굵은 ‘많은’ 사람에게 터틀넥의 우아함과 활동성이라는 장점을 안기면서 답답함에서 해방해 준다. 편의와 품위와 범용성을 두루 갖춘 남자들의 올인원 로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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