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2] 남자들의 올인원(all-in-one)
타이거 우즈와 나이키가 지난해 27년간 이어오던 동행을 마무리했다. 단순한 스폰서십 관계가 아니었다. 나이키를 입고 필드에 선 우즈의 출현은 골프 역사를 바꾼 전환점이었다. 미국 골프 인구는 1996년과 2003년 사이에만 1000만명가량 급증했다. 골프장도 10년 동안 2000곳쯤 새로 생겼다. 나이키를 비롯해 관련 업계 매출은 수십 배 뛰었다. 혁신은 숫자 너머에도 있었다. 스포츠공학을 적용해 운동화 같은 골프화와 기능성 소재 골프 웨어가 필드에 등장했다. 나이키를 입은 타이거 우즈는 골프를 ‘대중 스포츠’로 새롭게 정의했다.
그 상징 중 한 가지가 바로 나이키의 모크넥이다. 지금이야 골프 웨어의 기본 아이템이 됐지만, 목 위로 올라오는 상의를 입어야 한다는 골프계의 규범을 넘지 않으면서도 기성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걸은 우즈의 파격과 혁신을 가장 잘 보여준 패션이다. 우즈 이전에 모크넥이 대중적으로 나타난 적은 ‘스타트렉’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모크넥은 ‘모방하다’라는 뜻의 ‘mock’이란 이름부터 터틀넥을 따라 했다는 뜻으로, 주로 운동복의 한 형태로 여겨졌다. 문화적으로는 1970~80년대 캘리포니아의 서퍼 및 스케이트 보더들과 1980~90년대 뉴욕 비보이들이 사랑한 소위 하위 문화 패션이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캐주얼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한국 아저씨들이 이 모크넥을 알아봤다. 우리가 우즈처럼 전통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아갈 줄 알았을까, 실용적 감각 때문일까. 흔히 말하는 클래식, 일본에서 말하는 ‘드레스업’ 카테고리에 없던 이 모크넥을 그 어떤 나라보다도 적극적으로 넥타이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할 아이템으로 받아들였다.
홍콩 배우 정이건처럼 맨몸에 정장 재킷을 걸칠 요량이 아니라면, 넥타이나 셔츠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해 V존을 채워줄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라운드넥에 재킷을 입을 수도 있지만 단정함, 우아함과는 거리가 있고 목깃 오염이란 뼈아픈 문제가 있다. 그런데 소재 질이 좋은 모크넥은 이런 관리와 품위, 코디를 단 한 번에 해결한다. 소재에 따라 사계절 모두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목이 짧고 굵은 ‘많은’ 사람에게 터틀넥의 우아함과 활동성이라는 장점을 안기면서 답답함에서 해방해 준다. 편의와 품위와 범용성을 두루 갖춘 남자들의 올인원 로션인 셈이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시 교육 복지 ‘서울런’, 내년부터 4~5세 유아도 누린다
- 김건희 여사 디올백 꺼내 든 야당 ... 박장범 “객관적이고 중립적 용어 사용한 것”
- 신네르, APT 파이널 우승...2024년 남자 테니스를 지배하다
- GS건설, 22년만에 '자이(Xi)' 브랜드 리뉴얼...새 브랜드 철학, 로고 공개
- 하청업체 기술 훔쳐 중국에 넘긴 귀뚜라미 보일러…과징금 9억원
- 김정은, “핵무력 강화, 불가역적인 정책”
- ‘독극물과 다름없다’더니... 햄버거 들고 트럼프와 사진 찍은 케네디
- 野 “대북전단 방치한 국방장관, 탄핵 사유 검토”
- Trump Rally sparks Crypto boom in S. Korea, overshadowing its stock market
- 野 이해식, 이재명 사진 올리며 “신의 사제, 신의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