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100㎞ 달리면 몸은 녹초지만 성취감은 최고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제가 대학 다닐 때는 뭘 해도 안갯속에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미래가 확실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달리기는 노력한 만큼 결실이 나오는 겁니다. 거리가 정해져 있고, 어떤 거리든 포기하지 않고 달리면 완주할 수 있죠. 그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달리면서 제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죠.”
“100km 첫 도전 때 30km 정도 남았는데 뛸 수가 없는 겁니다. 왼쪽 허벅지 장경인대에 문제가 생겨 걸어야 했죠. 밤이라 헤드 랜턴을 켜고 땅바닥을 보고 걷다가 앞을 보니 큰 산이 하나 나오는 겁니다. 갑자기 구토가 시작됐죠. 힘겨운 오르막을 다시 올라야 하는 것에 몸이 더 이상 못 간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조용히 눈을 감고 한동안 쉬었죠. 그리고 다시 출발해 결국 걸어서 완주했습니다. 그 순간 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분이 좋았죠.”
산을 달리는 재미에 빠졌다. 산에선 달리는 주로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바짝 긴장해야 한다.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긴장감이 좋았다. 오르막을 오를 땐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와 꽃, 개울, 바위 등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달리는 재미가 좋았다. 이를 정 씨는 “다운힐을 칠 때 희열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산 100km를 달릴 땐 상승 고도와 거리를 감안해 체력 안배도 잘해야 한다. 그 묘미도 쏠쏠했다.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019년 10월 트랜스 제주 트레일러닝 대회에서 다시 100km를 완주했다. 트레일러닝에 맛을 들일 때쯤인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사라져 혼자 달려야 했다. 대회는 없어졌지만 산이나 도로를 달리는 것에는 제한이 없었다.
2022년 대회가 다시 열리기 시작해 출전하기 시작했다. 10∼50km를 달리면서 트랜스 제주 100km를 지난해까지 2회 연속 완주했다. 100km 최고 기록은 지난해 세운 16시간24분18초.
올해 들어선 주요 대회에서 입상권에 들었다. 원주트레일러닝 WTR SALOMON GTNS 50km에서 3위(8시간32분28초), 제1회 대관령 트레일런 42km 3위(5시간26분11초), ROKA 트레일러닝 10.1마일(약 16.3km) 2위(2시간8분40초), 그리고 서울 100K 100km에서 3위를 한 것이다.
“올해 서울 100K 때 좀 아쉬웠어요. 1시간은 더 줄일 수 있었는데…. 근육 과사용으로 양쪽 햄스트링에 이상이 왔고 왼쪽 오금에도 통증이 왔어요. 미리 테이핑도 했는데 소용없었죠. 결국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매일 새벽 달리는 정 씨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체중을 이용하는 보디웨이트트레이닝을 수시로 한다. 스쾃과 런지, 푸시업, 플랭크 등 코어 근육을 키운다. 마라톤 풀코스 개인 최고 기록 단축에도 공들이고 있다. 개인 최고 기록이 올 3월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21분18초인데 ‘싱글’(3시간10분 이내) 달성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는 “산도 결국 도로를 잘 뛰어야 잘 달린다. 도로에서 스피드를 키운다”고 했다. ‘몸을 너무 혹사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내 삶의 활력소”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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