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줄이려다…거꾸로 가는 서민 금융정책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2024. 11. 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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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분야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회의'서 금융위원회의 대출 갈아타기 프로그램 성공을 언급하며 담당 사무관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사실상 서비스가 기능할 수 없는 사정까지 가게 된 것은 가계대출 규모 축소가 시중은행들의 지상 과제가 된 때문이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디딤돌 대출 제한을 시중은행에 요청하면서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거센 반발이 직면하자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 사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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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등 대출 축소에 올인
서민지원 등 기존 정책과 충돌
‘개점휴업’ 우대상품만 늘어나
‘이자장사’ 비판에 은행도 난감
이완규 법제처장이 지난 4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 회의에 참석해 후속 조치 입법 현황 및 추진 대책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분야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회의’서 금융위원회의 대출 갈아타기 프로그램 성공을 언급하며 담당 사무관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이 서비스 도입으로 은행의 이자 수입 16조원 가량이 소상공인과 국민들에게 이전된 것이라는 자평도 내놨다. 7개월이 지난 현재는 갈아타기는 상품으로써 매력이 높지 않아졌다.

7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경우 4개은행의 갈아타기 금리는 일반 주담대 금리의 하단에 비해 최쇠 0.12%포인트가 높았다. 우리은행의 경우 비대면 대출 자체를 취급하고 있지 않다보니 갈아타기 역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출을 옮기더라도 오히려 높은 금리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서비스를 도입한 의미가 퇴색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사실상 서비스가 기능할 수 없는 사정까지 가게 된 것은 가계대출 규모 축소가 시중은행들의 지상 과제가 된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하기 시작한 7월 이후 갈아타기 금리가 높아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7월까지만 해도 갈아타기 상품의 금리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에 비해 같거나 낮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은행에서 갈아타기 금리를 더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8월부터 대출 갈아타기 이용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갈아타기’는 한 금융기관의 대출잔액이 다른 기관으로 옮겨가는 것인만큼 전체 가계대출 총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개별 은행 입장에선 타 은행에서 넘어온 대출을 받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서민 이자부담을 줄여주자는 정책목표와 가계대출 관리라는 목표가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9월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가계대출 폭증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서민 등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우대정책과 충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디딤돌 대출이 대표적인 예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디딤돌 대출 제한을 시중은행에 요청하면서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거센 반발이 직면하자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 사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토부는 일단 시행시점을 늦추고 수도권 주택 구입자로 취급제한 범위를 좁히는 등 대안을 내놓았으나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당국이 대출 규제를 위해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수요 차단에 나서면서 은행들 역시 난감한 상황이 됐다.

소비자들의 부담이 느는데 결국 은행만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다. 또 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대출금리는 손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올 9월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0.732%포인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예대금리차가 최근 몇달 동안 확대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관리라는 목표가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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