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가 삶의 기록이었던 해리스, 대선 ‘유리천장’은 못 깼다[다시, 트럼프]
임신중지권 이슈 효과 ‘한계’ ‘숨은 해리스’ 표 결집에 실패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첫 여성 대통령’ 탄생도 결국 무산됐다.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인 백인 여성이 ‘히든 해리스’(숨은 해리스 지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을 결집하는 데 실패했다. 여성의 임신중지권 문제는 생각만큼 위력을 발휘하진 못했고 ‘유리천장’은 단단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최초 여성이자 흑인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최초의 여성·흑인·아시아계 부통령 등 여러 기록을 써왔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리스크’로 전격 사퇴한 뒤 대선 후보직을 넘겨받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이후 8년 만에 첫 미국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민주당 원로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지지를 빠르게 확보했고, 출마 2개월 만에 10억달러(약 1조3963억원)의 선거자금을 끌어모으며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임신중지권 이슈로 여성 표심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쏠릴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실제 투표로 이어지진 않았다.
CNN이 선거 당일 및 사전투표 등에서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를 성별로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유권자에게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보다 10%포인트 더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는 2016년(+13%포인트)이나 2020년(+15%포인트)보다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임신중지 이슈만 봐도 해리스 부통령은 ‘모든 경우에서 임신중지 합법’이라고 답한 유권자 그룹에서는 78%포인트 우위를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합법’이라고 밝힌 유권자 사이에선 4%포인트만 앞섰다.
민주당은 유세 기간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 차원의 임신중지 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표심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CNN은 6일 “이 문제가 많은 유권자에게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여성이나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띄우진 않았다. 클린턴 전 장관이 선거 구호로 ‘그녀와 함께’(I’m with her)를 내세워 첫 여성 대통령 도전을 강조했지만, 역대 최악의 구호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16년 클린턴은 흰 바지 정장을 입고 뉴욕의 재비츠센터에서 말 그대로 유리천장을 깨는 퍼포먼스를 했지만, 해리스는 젠더 언급을 회피했다”고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실패는 고질적인 유리천장 문제로 귀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패배에 대해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19조가 통과된 지 105년이 지났지만, 미국인들은 여성을 백악관으로 보내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독립선언문 발표 이래) 248년 동안 남성이 이끌어왔고, 앞으로 적어도 4년은 더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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