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무역 규제’ 온다…한국 반도체·차·2차전지 ‘위기’[다시, 트럼프]

김경학 기자 2024. 11. 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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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전망

“국경을 포함해 모든 것들을 뜯어고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승리 연설에서 지지에 감사를 표한 뒤 첫마디로 이같이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국제 무역·통상 환경 전반에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한국 수출은 당장 내년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라는 거대한 장벽을 마주하게 됐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백악관뿐 아니라 상원 과반을 차지했다.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한 ‘미국 우선주의’에 더 힘이 실리게 된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보다 더 강력한 ‘아메리카 온리(오직 미국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등 무역 규제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 무역 협상을 모두 재조정할 방침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재무부·상무부 장관 또는 백악관 수석경제고문 등을 맡아 재조정을 주도할 것으로 미국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트럼프 통상 환경 변화 공약
기존 무역 협상 재조정 방침
한국산 제품 관세 올리면
수출 최대 62조여원 줄어
LNG선 수주 등 조선 ‘수혜’

통상 정책에서는 보호무역을 확대하고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적용하거나, ‘트럼프 상호무역법’을 통해 상호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트럼프 상호무역법은 상대국이 미국 수출품에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보다 높은 요율을 부과할 때 미국도 똑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말한다.

특히 중국과의 탈동조화(디커플링)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철회해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수출 통제 조치 등을 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제3국을 통한 중국의 수출품도 대상에 포함된다.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관세’는 미국 무역적자 종식을 추구한다”며 “외국의 양보가 있더라도 영구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현실화하면 한국도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대중국 수출품 중 다수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 성격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10~20%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은 약 222억~448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대체 수요에 대한 대응이나 수출 전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0.29~0.67%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올해 3분기 대미국 수출은 305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의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8번째로 적자 규모가 큰 국가였다.

대중 우회 수출 규제에 따라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을 이용하기 위해 멕시코나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즉시 USMCA를 대폭 개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산업 업종별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이 축소 또는 폐지될 가능성이 크고 관세 부과도 예상된다. 또 대중국 제재로 중국산 부품·원자재 대상 규제를 강화하면 전망은 어둡다. 다만 인공지능(AI) 등 미국 내 첨단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시설 및 연구·개발(R&D) 지원으로 기회가 확대될 수도 있다.

자동차와 2차전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또는 축소, 내연기관차 혜택 신설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산업이다. 철강 역시 관세 부과 범위가 확대돼 미국 내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산 제품의 덤핑 강화로 국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유·석유화학 업종은 화석연료에 무게를 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에 따라 업황이 어둡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밝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기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에 따른 재건 사업으로, 조선 업종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수요 증가로 각각 수혜를 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과 생산시설 회귀에 따른 공장 증설, 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원자력과 전력기기 업종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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