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경기에 ‘돌덩이’ 얹은 꼴…미에 줄 건 주고, 얻을 건 얻어야”

강병한 기자 2024. 11. 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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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교수 인터뷰 -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7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국내 경기가 침체인데 돌덩이가 하나 더 들어온 꼴”이라며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는 국제 사회에서 다자주의를 버리고 양자 협상을 시도할 텐데 이때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는’ 세련된 외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트럼프 2기는 한국 경제에 득인가, 실인가.

“득보다 실이 많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한국 기업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과학법(칩스법)으로 인해 보조금을 받으며 미국에 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 법안들의 재조정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핵심 정책은 고율의 관세 부과인데 국제무역이 축소된다. 또 감세를 하면 미 국채를 대량 발행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미 금리가 올라간다. 전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가면 강달러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정책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다 부담을 줄 수 있는 것들이라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보편관세를 매길 것으로 보는가.

“관세 전쟁은 트럼프의 플래그십(대표) 정책이다. 가능성은 99%다.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10% 관세 부과가 가능하고, 추가로 하려면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승리했다. 2년 후 중간선거 전까지 관세 전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가능성이 있다. 그때까지 우리한테는 굉장히 고된 시간이 될 것 같다.”

- 관세 전쟁으로 한국 수출이 60조원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두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준다. 첫 번째 우리가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제품들이 비싸져 대미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간접 효과다. 대중국 중간재 수출과 대유럽연합(EU)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2기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강도는 세질 것이다. 우리가 중국이라는 시장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

- IRA나 칩스법이 폐지될까.

“두 법에 따라서 지어진 미국 내 공장 대부분이 공화당 의원 지역구에 있다. 그런 점에서 전면 폐지 가능성은 낮다. 다만 독소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

- 한국 산업 중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2차전지가 제일 힘들 것 같다. 최종 수요처가 전기차밖에 없는데 트럼프 정책 방향성은 전기차로의 속도를 줄이고, 화석연료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반도체 산업은 어떤가.

“관세를 매기면 기본적으로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다. 다만 한국이 주력하는 반도체는 메모리고, 시장이 과점 체제다. 우리는 바게닝파워(협상력)가 있다. 관세를 매기더라도 소비자(미국 기업)에게 어느 정도 전가할 수 있다.”

- 트럼프 귀환이 도움 되는 분야는 없나.

“주식시장에서는 방위산업이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반대일 수도 있다. 트럼프가 각국과 양자 협상을 할 때 미국 무기를 얼마나 사고 있는지를 하나의 기준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미 민주당은 다자주의지만 트럼프는 양자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트럼프와의 협상은 ‘고위험, 고수익’이다. 양자 협상을 할 때 트럼프식으로 우리가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는’ 외교를 세련되게 잘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인사들은 1기와 달리 친트럼프 인사들로만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쪽 활로를 뚫어야 한다.”

-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대기업은 알아서 잘할 것이다. 그 정도의 국제 네트워크와 자금이 있다. 다만 경쟁력은 있지만 사이즈(규모)가 크지 않은 수많은 기업의 수출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정부가 선단의 맨 앞에서 서치라이트처럼 가줘야 한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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