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 협상은 양보없다”…거센 통상 압박에 발등에 불붙은 기업들 [다시 트럼프 시대]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4. 11. 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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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시대 각국 대응 분주
자국 우선주의 파장에 촉각
FTA 체결국가들도 초긴장
중국 세계 공급망 이탈 가속
대만 긴급 국가안보회의 개최
NYT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 세계질서 종언”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일(현지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매콘에서 열린 집회에서 동맹국과의 무역협정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나는 좋은 무역협상이 이뤄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나는 일본과 협정을 바꿨고, 한국과의 협정도 바꿨다. (협정 기간 때문에)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레드 스윕’으로 일컬어지는 압도적 승리로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의 기세는 전세계에 전례없는 반(反)세계화 역풍을 예고하고 있다.

스트롱맨의 백악관 재귀환에 더해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 지위를 얻었고, 하원에서도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유력시된다. 그의 정책과 시각이 어떤 장애물도 거치지 않고 직선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특히 1기 행정부 시절 보여줬던 ‘미국 우선주의’는 당시까지만해도 ‘미국의 본 모습’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번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인 한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등 주요국에 대해 비판을 서슴지 않았음에도 미국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의 2기 행정부에서는 이보다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동맹 관계가 ‘거래’를 기반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 시장분석업체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근 ‘트럼프 리스크 인덱스’ 보고서에서 미국과의 무역수지 관계 등을 토대로 미국의 변화하는 통상 정책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상위국들을 꼽았다.

멕시코, 중국, 캐나다가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일본(6위)에 이어 10위로 이름을 올렸다. 상위국 중 미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좁혀 보면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3위로 상승한다.

EIU은 특히 보고서에서 한국을 트럼프 집권 2기의 통상마찰 대응과 관련해 주의 사례로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2018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미국과의 FTA를 재협상하라고 압박했다. FTA가 관세 부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항상 억지력을 갖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트럼프 2.0 시대에서 미국과 맺은 무역협정이 결코 안전판이 될 수 없음을 전세계에 경고한 것이다.

EIU는 트럼프식 고립주의 무역 환경에서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독일과 일본의 최근 방위비 증액 움직임을 긍정 평가했다.

안보 상 대가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관계 설정이 통상 부문의 마찰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산 농산물과 원유 상품 등에 대한 적극 구매 조치도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때 한국에 대해 ‘머니 머신(돈을 찍어내는 기계)’이라는 표현을 쓰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높여야 한다고 경고한 상태다.

트럼프 2기 시대는 중국에 대해 더 강도높은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미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국 기업의 차량에는 10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조치에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미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도 신고립주의 위험성에 대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TSMC [로이터 = 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TSMC는 미국 상무부와 ‘구속력 있는’ 반도체 보조금·대출 협상을 마쳤다.

반도체지원법(CHIPS Act·칩스법)을 비판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하기 전에 보조금을 확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TSMC는 미국에 공장을 3곳 지으면서 보조금 66억달러(약 9조2000억원)를 받기로 했다. 대출 지원 규모는 50억달러(약 7조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안정적인 보조금 확보를 위해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보 차원에서 불어닥칠 반세계화 역풍도 만만치 않다.

우선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국제분쟁 개입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리 군인들이 바다 건너에서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4년간 그랬던 것처럼 81년만에 전쟁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끝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밝혀 온 만큼, 중동 지역의 정세 역시 일방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때처럼 북한을 비롯한 적대적 국가와의 ‘톱다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기 행정부 당시와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중동 위기가 여전한데다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북한의 러시아 파병처럼 더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이 얽혀있다.

자칫 동맹국들의 입지를 좁힐 개연성이 있다. 피터 피버 듀크대 정치학과 교수는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오늘날 세계는 그의 첫 임기 때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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