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더니 '요리스엔딩'…토트넘 "재계약 불가" 통보→손흥민 캠프 충격받았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 측에 재계약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는 것으로 2026년까지만 함께하기로 했다"고 영국 매체 더 부트룸이 7일(한국시간) 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손흥민은 새로운 계약과 관련해 토트넘이 입장을 바꿔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지난 2021년 토트넘과 재계약하면서 계약 마지막 해 1년 연장 옵션 조항을 넣은 바 있다.
손흥민과 토트넘은 내년 6월 계약이 끝난다. 지난 시즌 손흥민이 맹활약하면서 토트넘이 장기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손흥민의 32번째 생일이 지나자 계약 기간을 1년 늘리고 2026년에 결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애초에 유력하게 받아들여졌다.
토트넘이 장기 계약 대신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것이라는 보도는 영국 매체 '풋볼 인사이더'가 처음으로 전했다. 풋볼 인사이더는 지난달 25일 "토트넘이 손흥민과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한다"며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서에 1년 연장 옵션을 넣은 건 일종의 안전장치다. 누군가 손흥민을 대체한다면 내년 여름 손흥민을 팔고 이적료를 챙길 생각이다"고 전했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 역시 "손흥민이 2026년까지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을 것이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토트넘은 계약에 포함된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해 2026년까지 손흥민을 팀에 묶어둘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번에 알려진 토트넘의 계획은 위고 요리스와 비슷한 행보다. 요리스는 2012-13시즌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줄곧 토트넘에서만 활약했다. 토트넘에서 총 447경기를 소화했다. 구단 역대 8위이자 현역 중 1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2015년부터는 토트넘의 주장을 맡았다. 구단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그가 끼친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이번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요리스 대신 새로운 골키퍼를 원했고 굴리엘모 비카리오를 영입했다. 비카리오는 안정적인 선방과 빌드업으로 토트넘 1옵션 골키퍼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요리스는 입지를 잃고 말았다. 올 시즌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주장 완장은 손흥민에게 내줬다. 결국 요리스는 팀을 떠나고자 했다. 여러 구단과 협상 끝에 미국으로 가기로 했다.
당초 계약은 오는 여름에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그가 자유계약으로 이적하도록 허용했다. 여기에 남은 계약 기간의 임금도 전달했다. 레전드 요리스에게 격려금 차원에서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년 연장 옵션도 일방적이다. 대체로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하는 것과 달리 영국 매체 '90min'은 "토트넘은 연장 옵션을 실행하면 된다. 손흥민 측은 옵션이 발동됐다는 사실만 전달 받으면 된다"고 거부권이 없다고 강조했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10년 동안 꾸준히 활약했다.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DESK' 조합으로 불리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거두는 등 토트넘 전성기 시절 기량을 뽐냈다.
당시 토트넘 황금멤버들이 다 나간 상황에도 손흥민만은 남아 팀을 이끌었다. 토트넘에서 푸스카스상,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이달의 선수' 등 수차례 업적을 쌓았다. 공식전 통산 162골 84도움을 기록했다. 구단 역대 최다 득점 5위에 해당한다.
지난 시즌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케인 공백까지 채우며 존재감이 더 커졌다. 자신의 주포지션인 왼쪽 측면과 케인이 뛰던 최전방 공격수 자리까지 소화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7골 10도움을 기록했다. 팀 내 득점, 도움 모두 1위다. 프리미어리그 공격 포인트에선 전체 5위에 올랐다.
특히 개인 통산 프리미어리그 3번째 10-10 달성이라는 금자탑도 세웠다. 현재까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개인 통산 3번째 10-10을 달성한 선수는 디디에 드로그바, 모하메드 살라와 손흥민뿐이다.
심지어 주장 완장을 차게 되어 영향력이 더 커졌다. 토트넘 142년 역사에 비유럽 국적 주장은 손흥민이 처음이다.
주장을 맡은 뒤 젊어진 토트넘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을 높게 평가하는 대목 중 하나가 바로 리더십이다. 지난해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이 과도기를 겪는 상황에서 주장을 맡아 그라운드 안팎에서 진정한 리더를 선보였다"며 "올 시즌에는 중앙 공격수를 맡았고 주장 완장을 차며 책임감까지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신입생, 젊은 선수들을 아우르는 가교 역할에 동료들도 손흥민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키 판 더 펜은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톱 클래스 선수다. 경기장 안에서는 팀을 이끌고 밖에서는 축구만 생각한다. 사적인 대화를 해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의 볼 터치와 마무리가 피치 위에서 얼마나 위협적인지 볼 수 있다. 항상 우리가 축구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지난해 여름 한창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불거질 당시 손흥민은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 가능성을 묻는 말에 "예전에 (기)성용이 형이 한번 이야기했지 않나.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고"라며 "프리미어리그가 좋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은 돈이 중요하지 않다. 축구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리그에서 뛰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토트넘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토트넘과 연장 계약 얘기가 나오자 "아직까지 얘기드릴 게 없다. 정확하게 구단하고 오고 가는 얘기가 하나도 없는데 와전이 되어서 나가는 것들이 조금은 불편한 상황인 건 사실이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난 항상 토트넘을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지금도 최선을 다할 거다. 내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 나는 토트넘에 무언가를 안기고 싶다는 걸 숨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 자신과 팬분들과 한 약속 지키고 싶다. 아직 계약 관련해 (토트넘과) 얘기를 주고받는 상황이 아니다. 계약 기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재계약 여부 논란에)또 많은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는 내가 해야 될 것들을 하는 게 선수로서 중요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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