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제동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낮춰 잡게…경쟁적 판매 관행 해소 전망
단기납 종신보험은 환급금 수령 후까지 고려해 해지율 산출하게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관행을 고치기 위해 금융당국이 새 보험회계기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무·저해지 상품에 대해선 해지율을 현실에 맞게 낮춰 잡아야 하고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너스 지급 시점에 추가해지율을 반영해야 한다. 소비자가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무·저해지 상품을 그간 경쟁적으로 팔았던 업계 관행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논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 5월 보험개혁회의 출범 후 6개월여 만에 도출한 최종 해지율·손해율 산출 방법론이다.
올해 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산출할 때는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도록 회계기준이 바뀐다. 무·저해지 상품은 보험료가 일반 보험상품보다 10~40% 저렴한 대신 일찍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다. 소비자가 무턱대고 가입하면 피해를 볼 수 있음에도 올해 상반기 전체 보험사 신계약의 63.8%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상품이 됐다. 이는 보험사들이 완납 직전까지 자의적으로 높은 해지를 가정해 상품의 수익성을 높게 산출,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려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으로 해지율을 낮게 반영하면 마진 부풀리기가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도 회계기준이 달라진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5~7년으로 짧지만 10년 시점에 보너스가 부과돼 환급률이 높다. 한마디로 만기축하금, 추가보상과 같은 보너스가 나오면 해지할 유인이 다른 보험보다 큰데도, 그간 보험사는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해지를 계리적 가정에 반영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는 환급금 수령 목적의 추가해지를 고려해 해지율을 산출하도록 했다. 보험사별로 30%를 하한으로 합리적 수준의 추가해지를 설정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리적 가이드라인은 올해 말 결산부터 적용되고, 할인율 연착륙 방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김 부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서는 보험회계에 대한 불신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면서 “이번 개선 조처를 통해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기틀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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