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안치홍 이어 심우준까지… 현금 212억으로 만든 한화 내야, 이제 하주석은 어쩌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한화는 2023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부터 이적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리빌딩 기간이 너무 길었던 한화는 이제는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었고, 2025년 대전 신구장 개장을 앞두고 팬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벤트가 반드시 필요했다. 지난 2년간 한화의 기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움직임에 가까웠다.
좀처럼 내부에서 키우지 못한 포지션은 아예 굵직한 프리에이전트(FA)들로 채웠다. 특히 내야가 그랬다. 한화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채은성과 6년 총액 90억 원에 계약하며 전력 보강 스타트를 끊었다. 채은성은 내야와 외야를 겸업할 수 있는 선수지만, 앞으로 나이가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6년의 계약 기간 중 1루에서 더 많이 활용될 것이 유력했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는 안치홍과 4+2년 총액 72억 원에 계약하면서 역시 내야를 보강했다. 안치홍은 리그에서 가장 견실한 타격 성적을 내온 2루수 중 하나고, 1루도 소화가 가능했다. 시즌 중반 부임한 김경문 한화 감독이 안치홍의 활용성을 2루 쪽에 더 두면서 채은성과 안치홍이 같이 경기에 나가는 경우도 많아졌다.
3루는 내부 육성으로 해결되는 분위기다. 노시환이 부쩍 컸다. 노시환은 5년 차 시즌이었던 2023년 131경기에서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거듭났다. 올해는 작년만한 타격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즌 136경기에서 24개의 홈런과 86타점을 기록하면서 흐름 자체를 이어 가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 한화의 마지막 퍼즐은 자연히 유격수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센터 라인이 핵심이었다.
한화는 하주석이라는 주전 유격수가 있었지만 부상과 불미스러운 사고로 한동안 사라졌다. 그 자리를 이도윤, 그리고 2024년 신인인 황영묵 등으로 메우면서 버텼다. 그리고 하주석이 돌아오면서 세 선수의 경쟁 구도로 이어졌다. 주전 유격수 경쟁이 본격화됐다.
공백은 있었고 실망도 있었지만 하주석은 그래도 팀의 주전 유격수로 오랜 기간 뛴 경험 있는 유격수였다. 2024년 64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은 0.294로 꽤 유의미한 반등을 만들어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743이었다. 이도윤은 수비에서는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았다. 실제 올해 한화 유격수 중 가장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 근성과 콘택트가 돋보이는 황영묵은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많은 칭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주전 유격수라고 할 만한 선수는 없었다. 이도윤이 784이닝, 황영묵이 265이닝, 하주석이 221⅔이닝을 나눠 뛰었다. 센터라인의 핵심인 유격수가 자주 바뀌는 것은 팀의 전체적인 체질에 그렇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 한화는 이 혼란을 마무리할 종결자가 필요했고, 내부에서 한 선수를 밀어주기보다는 다시 외부 수혈을 선택했다. 심우준(29)이 그 선택을 받았다.
한화는 7일 “FA 내야수 심우준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4년 최대 50억 원(보장 42억 원·인센티브 8억 원)이다. 원 소속팀 kt가 심우준을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로 분류하고 역시 만만치 않은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심우준 시장을 지켜보는 팀이 최소 하나는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화가 kt를 포기하게 만드는 거액을 지르면서 결국 최종 승자가 됐다.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높은 금액이다. 한화는 내야수 세 명을 영입하면서 3년에 걸쳐 총액 212억 원을 쓴 셈이 됐다.
이에 오버페이 논란이 나오기도 하지만 한화는 심우준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심우준의 활용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우준은 리그 평균 이상의 유격수 수비를 자랑한다. 수비 범위도 넓은 편이다. 타격에 있어 장타가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발도 빠르다. 2020년 144경기에서 35개의 도루를 기록한 적도 있고, 입대 전 마지막 풀타임 시즌이었던 2022년에는 132경기에서 23도루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한화는 기동력이 강한 이미지는 아니다. 심우준으로 여러 가지 작전을 소화할 수 있는 폭이 늘었다.
한화는 심우준에 대해 “상무에서 뛰었던 2023년과 2024년 전반기를 제외한 모든 시즌에 100경기 이상 출장해 온 심우준은 1072경기 통산 성적 타율 0.254, 275타점, 156도루(도루성공률 0.788)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한화 이글스는 심우준의 합류로 현장에서 원하는 빠른 발과 작전수행능력을 지닌 안정적 유격수 자원을 확보, 내야 뎁스를 강화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전체적인 득점 생산력이 아주 빼어나지 않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선도 있으나 현재 팀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보완해 줄 선수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투자라는 시선도 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심우준은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 가능한 꾸준함과 안정적인 수비로 내년 시즌 센터라인 강화의 주축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면서 “피치클락 도입으로 인해 출루 시 상대 투수에게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팀에 다양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효과를 뽑았다. 한화는 심우준이 FA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시즌 중반부터 다방면으로 그 가치를 계산해 왔다. 물론 한화의 예상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이나 한화의 예산 범위 내에 있었다.
심우준은 “좋은 평가를 해주신 한화 이글스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FA 선수로서 한화이글스 선수단에 합류한 만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팀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자신의 장점으로는 “수비랑 주루다. 그것 때문에 좋은 조건으로 오게 됐다고 생각한다. 내 강점을 살려 도루 20~30개는 무조건 할 생각”이라고 강조하면서 한화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높은 곳 올라가기 위해 불러주셨으니 팀에서 원하는 수비와 주루에서 도움이 되면서 가을야구 넘어 우승까지 갈 수 있도록, 열심히보다는 잘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도 숨기지 않았다.
심우준을 영입한 한화는 아직 FA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지 않았다. 다른 FA 선수들의 상황을 지켜본다는 뉘앙스다. 계획 이상의 금액이 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조건만 맞으면 호시탐탐 다른 매물을 노려볼 수 있다. 어차피 2025년 성적에 올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이것저것 잴 것이 없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다른 쪽에서도 화제를 모을 수 있다.
당장 심우준이 FA B등급이었고, 이에 보호선수 25인을 묶는 것부터가 화제가 될 전망이다. FA 시장에서 선수 영입을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팀별 맞춤형 보호선수 전략은 이미 대충 세웠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근래 들어 지속적으로 상위 순번에서 지명권을 행사해왔고,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든 아니든 타 팀이 눈독을 들일 만한 젊은 선수들이 꽤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kt의 취약점 등을 모두 고려해 25인 보호선수를 짤 전망이다.
또한 역시 FA 자격을 신청했던 하주석의 거취 또한 관심을 모은다. 하주석은 2024년 시즌 뒤 고심 끝에 FA를 선언했다. FA 직전 시즌 2~3년 성적이 썩 좋지 않았기에 재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시장에 나가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기로 했다. 다만 한화는 하주석을 먼저 선택하기보다는 심우준을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4년 50억 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거금을 준 선수를 주전 경쟁에 붙일 구단은 어디에도 없다. 즉, 하주석이 내년 시즌 주전 유격수로 자리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 정도 접은 상황에서 이번 FA 시장 전략을 가다듬었다는 말이 된다. 심우준을 잡은 상황에서 하주석까지 잡는다고 하면 오히려 포지션 중복이 일어날 수 있다.
하주석 또한 올해 공격 성적에서 반등했다는 점은 시장에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다. 1994년생의 하주석은 내년 만 31세로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KBO리그 통산 875경기에 나서 경험도 적지 않은 편이다. 시장에서 이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관심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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