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 공정위 앞세운 한국 정부 ‘건설노조 압박’에 제동
한국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노조활동을 방해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가 나왔다.
ILO가 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408차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결사의자유위원회는 건설노조가 2022년 10월 한국 정부가 ILO 헌장상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진정의 쟁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가 정당한 단체교섭 대상인지 여부, 공정위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구성된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활동을 제한한 점, 건설노조가 현장별 교섭에서 사용자 압박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신고한 활동을 형사범죄화한 점이다.
건설노조는 그간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가 정당한 단체교섭 대상이라고 주장해왔다.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건설업 특성과 사용자들이 조합원 채용을 배제하는 경향을 고려할 때 협상을 통해 조합원 고용 기회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고용 관련 사항은 사용자의 인사관리권에 속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위원회는 “교섭의 대상은 이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며 “당국이 단독으로 교섭 가능한 주제를 제한하려는 조치는 종종 제98호 협약(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에 부합하지 않으며 자율적 기준으로 단체교섭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3자 간 논의를 거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방법”이라는 기존 결정례를 소개했다. 이어 “건설업의 고용 불안정 우려 해소, 건설 현장의 채용 갈등 예방을 위해 건설업 분야의 대표적 노사단체와 협의를 시작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건설노조는 공정위가 덤프트럭·콘크리트 믹서 트럭·굴착기를 운전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구성된 건설기계분과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임금교섭 지침 설정, 지침에 따른 임대료 및 임금협상 실시 등 정당한 노조활동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과징금 부과 등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공정위가 문제삼은 건설기계분과 활동은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당한 노조활동에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건설기계분과 활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 행위를 판단할 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인정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위원회는 “공정위가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의 행위를 조사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며 “위원회는 교섭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결사의 자유 행사 및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인정을 위한 명확한 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평화적 단체행동이나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고발하겠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처벌받지 않도록 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지난해 5월 노조활동에 대한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진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 조치는 정당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동부는 “위원회는 건설노조의 진정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결사의 자유를 침해(infringe)했다거나 관련 조치를 촉구(urge)한 것이 아니라, 건설 현장의 채용 불안정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요청(request)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동부 보도참고자료 내용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위원회는 정부가 노조 요구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하고, 공정위를 통해 노조활동에 개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위원회가 건설노조 행위를 정당하다고 하지 않았다고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212281506001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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