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만선초, 예술꽃 씨앗학교·IB PYP 후보학교 등 지정 [꿈꾸는 경기교육]
3단계 과제 실천… 학업 성취도·사고력 UP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IB 교육 현장① 광주 만선초등학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세계적 동향을 읽어내는 동시에 자기주도 역량을 갖춘 글로컬 인재 육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단편적 지식 암기와 출제자 의도에 맞는 정답찾기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미래형 학습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됐다. 이는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미래형 대학 입시 체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이에 발맞춰 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1월 IB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현재 관심·후보·인증학교 131교를 운영하고 있다.
■ 전교생 ‘예술’ 특기… 경쟁력 있는 교육사업 적극 참여
만선초등학교는 1935년 4월 곤지암공립보통학교 만선간이학교로 출발해 1948년 5월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개교, 6개 학급·전교생 60명이 재학 중이다.
만선초는△교육을 중심으로 교육의 올바른 목적(본질)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교육공동체의 공감대 형성△학교문화가 바뀌면 교실, 교사, 교육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함께하는 공동체△민주적 소통과 교육과정 연계 활동 운영을 연구하며 탐구하는 학교 문화 만들기△우리는 서로 더 마주치고 서로 배우며 연결되고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공동체 만들기 등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
만선초는 예술꽃 씨앗학교, 동계스포츠 연구학교, 경기도교육청 지정 혁신학교, 미래형 수업혁신 중점교, IB PYP(초등교육 프로그램) 후보학교 승인, 디지털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2024년) 지정 등 경쟁력 있는 교육사업에 참여해 왔다.
4학년부터 6학년 전체 학생이 관현악단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으며 1·2학년은 장구와 사물놀이, 3~6학년은 대금, 피리, 가야금, 거문고, 해금 등을 배우고 있다. 해당 학생들은 경기도와 광주시 주최 국악대회에서 입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국악 자선공연도 수차례 선보인 바 있다. 학부모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매주 목요일 ‘책 읽어주는 어머니’와 학부모 IB 서포터스 등의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 IB PYP 후보학교 1년 넘어… ‘3단계 과제’ 실천
만선초등학교는 지난해 2월 경기도교육청 IB 관심학교에 선정된 이후 지난해 8월 IB PYP 후보학교로 승인 받았다. 이후 10월에 학부모 대상 IB PYP 후보학교 설명회, 11월에는 관내 IB 성과나눔 콘퍼런스 참석 및 사례나눔을 진행했고 올해 1월 학부모 대상 IB PYP 설명회, 4월 컨설턴트 방문에 이어 올해 8월 후보학교 1년을 맞았다. 이에 ‘생각을 꺼내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작은 학교 교육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IB 후보·인증학교 운영 계획을 세워 3단계 과제를 운영하며, 학년별로 초학문적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1학년은 ‘우리 모두의 지구’를 주제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약속을 지키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개념을 이해하고 약속이 필요한 이유와 역할 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환경보호, 멸종동물, 아동 권리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2학년은 ‘우리가 속한 공간과 시간’을 통해 다양한 인물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탐구가 한창이다.
UOI(탐구단원)는 마무리 단계이며 학생들은 탐구한 인물의 가치관과 일대기 등을 담은 자료를 제작하기도 했다.
3학년은 ‘우리가 속한 공간과 시간’을 주제로 지역과 사회 문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탐구를 진행했다. UOI 탐구목록에는 도구의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질문을 토대로 연구가 전개된다.
4학년은 ‘우리 모두의 지구’를 중심으로 ‘자원의 공평한 이용과 분배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든다’는 개념을 탐구 중이며 자원을 아껴 쓰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5학년은 ‘우리가 속한 공간과 시간’이라는 주제를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해 역사를 탐구하는 것은 삶의 교훈을 준다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6학년은 ‘우리가 속한 공간과 시간’을 주제로 사람들은 환경에 적응하며 상호작용 한다는 개념을 배워가고 있다. 지형과 기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가 인간의 행동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탐구를 이어간다.
인터뷰 줌-in
■ “흥미로운 IB 교육 … 아이들 변화 곳곳서 실감”
“예전엔 선생님이 가라가라 해도 안 가던 도서관을 이제는 책이 궁금해서 본인들이 먼저 찾아요.”
만선초 IB 코디네이터 전소현 교사는 IB 후보학교가 된 지 1년이 지난 요즘, 아이들의 변화를 곳곳에서 실감하고 있다. 전 교사는 “6학년은 한창 무기력해지는 때라 전시회를 한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았다”며 “그런데 아이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더니 탐구 계획을 세우고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을 찾는 모습을 보니 참 많이 발전했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전 교사는 IB 교육과정 초기에 교사들이 질문을 하거나 개념으로 탐구하려고 할 때 학생들의 거부감이 컸다고 회상했다. 왜 해야 하는지,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해했다는 것이다. 사교육없이 공교육에만 의존하는 학생이 대부분인 데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돌봄이 잘 안 되거나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다른 것도 걸림돌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IB PYP(초등학교 프로그램)가 우여곡절 끝에 1년을 넘겼고 학생들은 점차 성장해 갔다. 낯설었던 탐구방식이 흥미로워지고 자신의 생각을 꺼내고 공유하는 것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도서 지원, AI 플랫폼 활용 기초학력 수업 등을 통해 배경지식을 늘려갔다. 도서실을 찾거나 책을 읽는 등 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는 적극적인 모습은 덤이다.
학부모들은 어땠을까. 전 교사는 도입 초기부터 긍정적이었다고 회상한다. “민원이 거의 없는 학교여서 더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며 “IB 교육과정에 대한 학부모의 동의율이 높아 한층 수월했다”고 말했다. 공교육의 신뢰가 컸기에 IB 프로그램 도입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전 교사는 “지난해 초 IB 후보학교로 가려다 좌절된 후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다가, 학교 자체 예산을 들여서라도 후보학교로 가보자는 의지가 모아졌다”며 “그렇게 교육공동체의 공감이 모아지고 준비한 끝에 같은해 8월 29일 IB 후보학교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1년동안 어떤 교수 방법이 좋은지 모르니까 아이들에게 주요 개념은 이거다, 학습자상은 이거다 하면서 질문을 만들어 가려고 했다”며 아이도 선생님도 참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교사는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고, 연구하고 연수받고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질문도 나왔다”며 “아이들과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서로 성장했다고 봐야한다”고 웃어 보였다.
효촌초 IB 코디네이터이자 연구부장겸 교무부장인 전 교사는 대학원에서 교육과정을 전공했고 IB 교육과정에 전문가과정과 워크숍 등에 참가하고 있다. 그와 같이 근무하는 교사들도 직무연수와 워크숍을 통해 IB 관련 역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는 “이전에는 수행평가 위주였다면 IB 교육과정 이후에는 논술형 평가가 더 강조된다”면서 “교사들은 아이들을 관찰하며 ‘입말’을 많이 기록하면서, 그 입말에 대한 관찰은 학생들이 어떻게 커가는지, 어떻게 더 성장시킬지 고민하는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IB 교육과정이 효과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며 “국립 초등교사들이 5년마다 학교를 옮겨야 하는데, IB 교육과정 학교에 재직하는 교사에게는 유예기간을 더 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지난 4~5일 인증심사를 마친 만선초는 12월 교육공동체 워크숍, 총회 등을 통해 1년을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 교사는 한 해동안 진행한 IB 교육과정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들을 어떻게 보완할지 깊이있는 논의가 오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다양한 의견 공유… 협력·소통하며 친해져요”
“여러가지 자원의 희소성에 대해 많이 얘기했는데, 친구들과도 어떻게 해야 지구가 지속가능할 지 고민해봤어요.”
4학년 장서인 어린이는 IB 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으로 지구가 아파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어린이는 “그래서 찰흙으로 지구모양을 만들어서 꼬집었다”며 “그 굴곡들을 그대로 보여주며 ‘지구가 아파요’라는 메시지를 담아냈다”고 전했다. IB 수업에 대해 느낀 점을 묻는 질문에는 “필요한 것을 많이 배워서 재밌었고 친구들과도 토론을 하면서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또 친구들에게 유난히 인기가 많아 ‘아티스트’로 불리는 최슬비 어린이는 IB 관련 수업중 ‘지구의 순환’이라는 주제가 흥미로웠고 그후 과학적인 학습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웃어 보였다. 최 어린이는 “친구들과 함께 질문을 만들고 서로 협동하면서 수업에 참여하니까, 서로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거 같다”며 학교에서 이뤄진 토론주제는 부모님과도 함께 얘기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또 “제가 이런거 배운다면서 부모님께 얘기하면 만족해하신다”며 “때로는 부모님도 학교에서 나눴던 주제를 함께 토론을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을 도와준다”고 전했다.
홍하은 어린이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흥미도 있고 해볼만 했다”며 “선생님들이 열심히 수업을 가르쳐주셔서 재밌다”고 언급했다. 홍 어린이는 ‘물의 순환’이 특히 흥미로웠다며, 여기저기 다니면서 물이 되고 수증기가 되는 과정이 신기하고 앞으로 더 많은 주제를 탐구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4학년 같은 반에 재학중인 세 어린이는 중학교도 IB 교육과정이 진행되는 곳으로 진학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우리 모두의 지구’라는 초학문적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그래서 자원에 대해서 배우고 어떻게 표현할지 의견을 내는 탐구과정이 진행됐다. 각자의 방식대로 주제에 접근하고 표현하도록 하는데, 이는 교사가 아닌 고스란히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맡겨 주도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박화선 기자 hspark@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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