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효촌초, 전교생 45명 작은 혁신학교 ‘IB 교육’ 도입 [꿈꾸는 경기교육]
해외 인증학교서도 큰 관심 참관수업 진행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IB 교육 현장① 양주 효촌초등학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세계적 동향을 읽어내는 동시에 자기주도 역량을 갖춘 글로컬 인재 육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단편적 지식 암기와 출제자 의도에 맞는 정답찾기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미래형 학습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됐다. 이는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미래형 대학 입시 체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이에 발맞춰 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1월 IB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현재 관심·후보·인증학교 131교를 운영하고 있다.
■ 6학급 45명 ‘작은 학교’… IB 교육 과정 도입후 활기
효촌초등학교는 1937년 7월 가납국민학교 부설 효촌간이학교로 개교, 1958년 효촌초로 승급후 1964년 양주시 광적면 화합로로 이전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스스로 탐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세상의 빛이 되는 행복공동체를 목표로 △배움이 즐거운 학교 △더불어 살아가는 학교 △꿈을 키우는 학교를 실천해 가고 있다.
효촌초는 올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 1학급, 전체 6학급 규모로 전교생 45명이 재학 중이다. 주변에 주택단지가 없고 통학은 스쿨버스를 이용하는데 주민들이 점점 신도시로 이주하다 보니 학생들이 줄어 학교는 존폐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했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경기도교육청 지정 혁신학교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10월13일 IB(국제 바칼로레아) 후보학교로 선정되면서 국제적 소양을 갖춘 역량 있는 인재를 키우는 데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효촌초는 지난해 2월 경기도교육청의 IB 관심학교 선정에 이어 △3월 IBO IB PYP(초등학교 프로그램) 관심학교 등록 △5월 IB 관심학교 교직원 대상 연수(전교사) △8월 후보학교 신청서 제출 △10월 IB PYP 후보학교로 승인받았다. 이어 올해 △3월 학부모 대상 IB PYP 후보학교 설명회 개최 △5월 효촌 IB 후보학교 POI 가정통신문 발송 △7월 관내 IB PYP 후보학교 공개수업 및 나눔 △9월 IB 후보학교 학부모 연수 등으로 활기를 찾아 학교에 전학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효촌초는 참된 배움, 행복나눔, 꿈 키움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 ‘참된 배움’은 기초·기본교육 충실, 역량기반 교육과정, 삶의 지평을 넓히는 공감독서, 학습과 놀이의 조화를 실천하고 있으며 ‘행복 나눔’은 존중과 배려의 학교문화, 회복적 생활교육, 학생 자치활동, 지역사회 자원활용 수업을 ‘꿈 키움’은 지속가능한 생태교육, 문화예술 ‘해봄’, 메이커 교육, 꿈을 향한 걸음, 진로교육 등을 구현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 농어촌 학생들도 자신들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교육 경험을 적극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영어강좌는 IB 언어 정책상 ‘두 가지 이상의 언어 학습’을 충족하기 위해 1~2학년은 놀이영어를 필수로 수강 중이다. 영어노래, 놀이, 다양한 교구를 통해 즐겁게 영어를 학습하며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10월21~22일 컨설턴트 방문 & 참관수업 진행
효촌초는 지난달 21일부터 이틀간 해외 인증학교 교사인 컨설턴트가 학교를 방문했다. 첫째 날 컨설턴트는 교육과정 및 평가팀 인터뷰, 교사 및 학생 인터뷰 등을 진행하고 다음 날 수업관찰과 수업협의회 등을 이어가며 인증학교로 가기 위한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22일 참관수업에는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관계자, 타 학교 교사들이 참석해 1~6학년 각 교실에서 진행된 언어, 사회, 수학, 예술, 과학, 체육과 생활지도 등 초학문적 주제를 융합한 개념기반 탐구학습 과정을 지켜봤다. 이 중 5학년 교실에서는 ‘우리는 왜 역사를 탐구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시작됐다. 교사와 학생은 각각 ‘Why might this matter’에 대해 To me, To People, To the world 단계로 Think, Pair, Share의 과정을 거쳐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결과는 페들렛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모았고, 수업이 종료될 무렵 학생들은 참관인들에게 자신들의 탐구과정을 설명하며 공감을 이어갔다.
인터뷰 줌-in
■ “6개 초학문적 주제 탐구… 학생들 성장 쑥쑥”
“IB 교육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의 변화는 놀랍습니다. 이렇게 6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 학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김민서 교사는 효촌초등학교로 오기 전부터 IB 교육과정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차에 연구부장과 코디 역할을 할 교사가 필요한 효촌초로 올해 발령받았다.
김 교사는 지난해 서울에 있는 외국인학교에서 IB 국제공인전문강사(FPD) 연수를 받고 교육과정을 준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효촌초에서 IB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교사들에게 컨설팅을 진행한다.
거기에 학부모들을 초청해 IB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한 연수를 진행하기도 하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생들처럼 수업도 진행했다. 실제로 수업을 체험한 학부모들은 ‘만족도가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효촌초 IB PYP(초등학교 프로그램)에서는 6개의 초학문적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한 주제를 일주일에 10시간씩, 6주에 60시간을 탐구한다. 한 학기에 3개의 주제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1년에 6개의 주제를 다룰 수 있다.
김 교사는 이런 IB 교육과정 프레임에 효촌초만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녹여내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 일반적인 국어, 수학, 도덕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뜻인지를 묻자 김 교사는 “제시된 주제에 맞게 가르치다 보면, 도덕도 가지고 올 수 있고 영어를 가지고 올 수 있고 수학을 가지고 올 수도 있다”며 “통합적으로 교과를 다루다가 한글을 위주로 가르쳐야 할 때는 따로 가르쳐야 한다. 수학에 연산을 모르면 통합을 다룰 수 없으니까 수학을 따로 가르치는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전교 6학급뿐인 소규모 학교에서 IB 교육을 진행하는 것에 김 교사는 “교육과정 운영 면에서 교사가 훨씬 더 풍성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데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때도 조금 더 수월한 건 사실”이라며 “거기에 주제를 훨씬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수가 많으면 모둠별로 토의하고 의견들을 비교하면서 풍성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비교 대상이 적다 보니 아이들 생각이 별반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그는 “IB 교육과정이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연결될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며 “초등학교부터 시작해도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사는 교육청에서 후보학교를 더욱 늘려가는 이유도 초등학교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고등학교까지 교육 인프라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 그의 말대로 도교육청에서는 올해부터 매년 100개 씩 IB 학교를 늘려 2026년에는 331개교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효촌초는 IB 후보학교에서 인증학교로 가기 위해 인증절차를 밟고 있지만 그는 인증학교가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인증학교가 유지되려면 선생님들의 노고가 필요하다”며 “고민이 커지는 만큼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요즘같이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고 힘든 상황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관심 분야 스스로 학습… 자신감 UP”
“아이가 ‘왜’ 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해요. 스스로 조사하고 관심있는 분야를 더 깊이있게 탐구하는 방식으로 바뀌다보니 자신감도 생긴거 같아요.”
양촌초에 1학년과 5학년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학부모 김승자 씨는 IB 교육 초기에 아이들이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일반 학원에 보내면서 효과가 별로 없다는 생각은 컸지만, 밤 늦게까지 다니는 다른 아이들을 보며 학원을 끊기는 쉽지 않았다. 김 씨는 “다행히 아이들이 IB 수업을 받으면서 금방 적용했다”며 “모든 수업 과정이 글을 쓰고 말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발전하게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특히 ‘왜’라는 질문을 계속하며 궁금한 걸 더 파고들고 찾아보는 습관이 들면서 아이들 학습에 큰 변화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선생님들도 계속해서 배우고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힘들었을 텐데,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을 느꼈다”며 “학부모에게도 아이들이 어떤 주제를 공부하고 있는지 알려 주니까, 가정에서도 그 주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이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자녀가 받는 IB 관련 정보와 활동을 공유받고 있다는 김 씨는 “어떤 수업과정이 진행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어 좋다”며, “주기적으로 학부모 간담회나 설명회도 열어 IB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충분히 소통하고 있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 자신의 생각 자유롭게… 친구들과 토론 즐거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우 더 월드 웍스(How the World Works)’라는 주제의 생태계를 배우는 수업이었는데 저는 동물이나 식물과 관련된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5학년에 재학 중인 나민형 어린이는 IB 교육 초기 선생님과 친구들의 열정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아직도 그 마음 그대로라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나 어린이는 “자료를 검색하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방식인데, 역사와 관련된 탐구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의 토론이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이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했다”며 “그날 수업에 그치지 않고 수업 중 만든 포트폴리오 파일을 집으로 가져가 부모님께 설명하는데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에서 받은 IB 교육과정을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박화선 기자 hspark@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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