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칼럼] 한동훈의 선택은 무엇일까?
예상대로 대통령 사과는 포괄적이었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민생 개선에 매진하겠다"며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4+1 개혁의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대통령의 담화였다. 연이틀 이어진 국정성과 발표가 대통령 회견으로 마무리되는 방식이었다.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이 주목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걱정한 이유다.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됐고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행정관이 대통령실로 복귀했다는 뉴스도 대통령 변화의 기대를 낮춘다. "실질적 변화 없는 자화자찬이 될까 걱정"이라는 우려의 근거다.
현 상황의 인식과 변화의 기대에 대한 국민과 대통령의 괴리는 분명하다. 여사 리스크와 국정기조의 성찰과 쇄신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추상적이다. 결국 후속조치의 구체성과 파격성에 달렸지만 기대는 높지 않다.
관심은 대통령 담화와 회견의 파장이다. 야권의 방향은 확실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장 "국민이 동의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민주당은 '더블 스피크'(double speak)의 이중 전략이다. '특검과 탄핵 그리고 개헌의 투트랙'이다.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하야가 답", "스스로 결단해야 할 시기", "국정에서 손을 뗄 것을 경고", 그리고 "국회만으론 안 된다. 모여달라, 포악한 '이단무신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계가 움직일 때 된 것 같다"는 이 대표의 말에 스님은 "올 초부터 고민하고 있다"며 화답한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 도심에서 노동단체, 다음 주말에는 '야6당 공동 연합 장외집회'가 있을 예정이다.
민주당 일부는 2년 임기단축 개헌론을 주장한다. '임기단축 개헌연대' 준비모임은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대선을 함께 치르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하자고 한다.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하여 내년 5월까지로 조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목적은 윤 대통령의 임기 전 퇴진과 조기대선이다. 윤 대통령 퇴진을 앞당기면서 탄핵보다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탄핵이 진행돼도 보수화된 헌재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개헌론에 힘을 보탠다.
민주당은 특별히 한 게 없는데 그들의 입지는 강화되고 있으며 선택지는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덕분이다. 여론조사마다 최저치 경신의 기록을 경쟁적으로 보여주는 게 최근의 대통령 지지율이다.
갤럽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74% 지지를 보였던 TK조차 18% 지지율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NBS 조사에서도 대통령 부정평가는 74%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긍정평가는 7월 말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번에는 19%로 해당 조사의 최저치다. 대통령 부정평가 1위 요인은 '여사 리스크'다. 대통령 지지율은 심리적 저지선이 위협받으며 '전통적 지지층마저 손절하는 분위기'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믿음 상실'의 위기 앞에 있다. NBS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는 올 2월 이후 계속 하락하는데 이번에는 24%로 최저치다. 불신은 73%로 역시 최고치다. 안타깝게도 대통령에게는 '탄핵 트라우마'가 유일한 무기가 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앞장서 자신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창피하게 생각하도록 만든 결과다.
대통령 담화와 회견을 둘러싼 여당의 분위기는 엇갈린다. "많은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공통된 전제였지만 내용은 다르다.
한쪽에서는 "용산의 전폭적 변화가 필요하며 진솔한 사과 메시지가 중요"하다거나 "가장 좋은 건 여사와 함께 사과하고 봉사활동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대통령실이 주도해서 여러 쇄신이나 개혁안을 만들어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관심은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엇갈림이다. 갤럽의 여당 지지율은 10월 중순 이후, NBS에서도 9월 이후 상승세다. 한동훈 대표 주도의 당정 차별화에 따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다.
특별감찰관 관련 의총이 무의미해진 지금, 핵심은 한동훈의 선택이다. 한쪽은 '당의 단합과 단결을 우선'하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독자행보의 가속화'다. 그의 선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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