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 시대 능동적 외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경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와 함께 대북정책 전환, 자동차 관세 부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삭감 등으로 압박해올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 시대가 다시 열리는 상황에서 우리도 한미 동맹을 단순한 양자 관계가 아니라,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차원에서 시야를 넓혀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그에 상응하는 역할과 책임도 커졌다. 무엇보다 한국은 점차 심화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상황에서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정립하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양적, 질적으로 격상시켜 나가야한다. 윤석열 정부는 제2기 트럼프 시대를 맞아 능동적인 외교를 펼쳐 나감으로써 다가오는 도전 과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언급한 100억 달러 방위비 분담금은 객관적으로 터무니없이 과다한 금액이다. 이것은 최근 한미 양국 정부가 타결한 2026 년 방위비 분담금의 9배 가까운 액수이다. 다만 한국도 이제 세계 10대 부국의 선진 경제력을 감안하여 방위비 분담 문제는 합리적인 선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요구에 방어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과의 동맹이 단순히 경제적인 비용 부담이 아니라 상호 이익을 주는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이 동북아시아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유지에 주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점을 설득력 있게 부각시켜야 한다.
만약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재조정을 거론한다면 우리는 북한의 점증하고있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확장 억제 실효성 강화를 넘어서 잠재적인 핵 능력의 보유를 하나의 옵션으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물론 비확산 원칙을 지키면서, 핵 폐기물의 투명한 재처리 와 우라늄 농축을 위하여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을 협상을 통해 개정을 추진해야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지속적인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선호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미북 관계에서 국외자가 아니라 핵심 당사자로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의 촉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 및 평화 구축을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에 제안하고, 미북 대화와 협상이 의미 있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은 미국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생산 기지를 확대함으로써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공급 망 강화와 비용 절감 전략도 중요하다. 한미자유무역협정 (FTA) 활용을 극대화하고,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분야등 첨단산업에서 미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윈윈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 관세 인상 등 무역 장벽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한국 제품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IRA)은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현행 방식으로 유지되기보다는 수정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규제 완화와 감시 정책을 선호하며 정부 주도의 기후 및 산업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기존의 투자를 보호하고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대하는 사전 대응 전략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쇠락해가는 미국의 조선업에 한국의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을 촉진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기술이나 자원확보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조치가 시행될 것이며 이것은 한국의 공급망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 내 생산 확대, 공급 망의 재구성, 기존의 정책 변경에 대한 탄력 있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두 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만나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안보 문제, 경제 문제 대북 정책 등에 대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통화를 하여 첫 대화를 시작 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였다. 특히 전화 통화에서 조선 분야 협력을 언급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하며 불확실한 외교 환경 속에서도 우리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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