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승의 비밀…"둘 다 싫다" 응답자들, 해리스 더 싫어했다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7개 경합주를 싹쓸이(2곳은 미확정이지만 승리 전망)하며 대승을 거두고 '백악관 컴백'을 앞뒀다. 현지 언론은 투표 결과를 토대로 민주당과 카멀라 해리스의 대패 원인을 해석하고 있다. 해리스 캠프가 '트럼프vs해리스'의 인물대결 구도를 원했지만, 유권자들은 물가 폭등으로 인한 생활고를 떠올리며 조 바이든 행정부 심판의 연장선에서 해리스를 바라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 유권자들이 해리스를 왜 버렸는지, 출구조사를 보면 단순히 '포퓰리즘'이나 '성별 갈등'이 아닌 유물론적 설명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신문은 "미국 유권자의 3분의 2가 경제가 나빠졌다고 평가했다"며 "코로나 팬데믹을 한참 겪던 2020년 대선 당시만 해도 경제가 '좋다'와 '나쁘다'가 거의 50대 50으로 나뉘었던 점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집 재정상태가 4년 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0%에 달했다. 4년 전만 해도 응답자의 20%만이 재정 상황이 악화했다고 대답했는데 그 수치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가디언은 "올해 여러 지표에 따르면 미국 경제 성장률은 높아지고 있고, 주식시장은 호황이며, 금리를 인상하는 등 경제가 불타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유권자들이 겪는 경제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커피 한 잔 사 먹을 돈이 부족해졌고, 급등한 월세에 쪼들리면서 집 걱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화려한 경제지표는 "미국인의 꿈에서 나는 배제된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10월 초 해리스가 ABC방송과 했던 인터뷰다. 앵커는 해리스에게 "지난 4년을 돌아보면서, 바이든과 다르게 무엇을 했을 것 같냐"고 질문했다. 하지만 해리스는 "생각나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바이든의) 대부분 결정에 나도 한 부분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다 해리스는 조금 부족한 대답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대통령이 된다면 내각에 공화당원을 포함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해리스는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해도 그걸 공개적으로 밝히려 하지 않았다"며 "예컨대 해리스는 더 높은 자본이득세율, 더 큰 자녀 세액 공제, 더 엄격한 국경정책을 원했지만, 그걸 말하는 순간 자신을 부통령으로 만들어준 동시에 현재 대선후보 자리를 양보한 바이든에 불충해보일 거라는 점을 의식한 듯했다"고 민주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디언은 "민주당은 유권자들에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게 아니다', '이게 맞다'는 식의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지지율이 많이 나오는 것도 마치 미국 사람들이 민주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여겼고, 라틴계 사람들은 인종 평등을 수호하는 민주당을 당연히 지지해야 하며, 흑인 남성은 흑인 여성을 지지해야지 백인 남성을 지지하면 마치 어리석은 짓인 것처럼 치부해 왔다고 가디언은 비판했다.
때문에 핵심 경합지였던 펜실베이니아에선 민주당 전략가들과 공무원은 "인플레이션이나 가계소득, 재정상황 등에 더 관심이 있는 유권자들에게 관련성 없는 문제를 나열하며 초첨을 잘못 맞춘 것 같다는 인식에 실망감이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NYT도 "해리스는 유권자들에게 민주주의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며 "왜냐면 200건이 넘는 인터뷰 내내 유권자들은 위기에 처한 국가보다 위기에 처한 내 생활비를 더 걱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지역과 노동 계층에 적극적으로 다가갔다"며 "선거기간동안 그는 문화적 규범과 기술 발전으로 소외감을 느낀 남성, 노인, 소수 민족에게도 어느정도 호소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해리스가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not going back)'라는 슬로건까지 내걸며 트럼프를 찍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순간, 미국 대선판은 트럼프에 대한 찬성과 반대라는 두 가지 캠페인이 됐다. 해리스가 스스로 선택지에서 이름을 지운 셈이 됐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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