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예산 전쟁 시작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4. 11. 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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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豫算)은 추후 쓸 돈을 미리 셈해본다는 뜻이다.

정부(기획재정부)가 예산안을 만들면 국회가 이를 심의·확정하는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

7일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질의로 시작된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바로 이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올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예산 삭감을,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언 사업에 칼질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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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豫算)은 추후 쓸 돈을 미리 셈해본다는 뜻이다. 서민 가계부에도 오르는 친숙한 개념이다. 다만 나랏돈을 셈하는 방식은 스케일이 다르다. 헌법 54조에 근거가 담겼다. 정부(기획재정부)가 예산안을 만들면 국회가 이를 심의·확정하는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 7일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질의로 시작된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바로 이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심의 질은 후퇴하고 있다. 올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예산 삭감을,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언 사업에 칼질을 선언했다. 여야 정쟁에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심의 시간은 불어났다. 국가재정법이 개정되면서 2016년부터 정부는 10월 2일이 아닌 9월 3일까지 예산안을 제출하게 됐고, 국회는 심사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국회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2013~2014년 92일이 걸렸던 예산안 통과 시간은 이후 꾸준히 늘었다. 2023년에는 무려 114일이 소요돼 역대 최악의 '지각 국회' 오명을 썼다. 지난해에도 112일이 걸렸다.

예결위가 상설화되지 않아 연중 밀도 있는 심사가 안 되는 데다 9월 대정부질문, 10~11월 국정감사가 겹쳐 의사 일정이 빡빡하다는 것도 원인이다. 상황이 이러니 상임위 심사는 형식에 그치고, 막판에 국회법상 근거가 없는 초법적 협의체(소소위)를 거쳐 양당 원내대표 담판으로 예산안이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

국감을 정기회 이전으로 분리해 심사 시간을 추가 확보하는 대안을 검토할 만하다. 정기회 시간 3분의 1을 잡아먹는 국감은 법 취지에도 배치된다. 국감법상 국감은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30일 이내 기간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중 감사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들어 관행적으로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된 나라 살림살이를 정쟁 도구로 삼지 않으려는 여야의 자정 노력이 아쉽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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