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리더가 세상을 바꾼다] "닦고 조이며 키운 꿈, 새싹들과 나눠야죠"
내년 문 여는 '배움정비학교'
무료로 가르쳐 정비사 육성
사업 어려울때도 꾸준히 봉사
"나도 맨몸으로 배워 자수성가
정비전문대학 설립도 추진"
◆ 착한리더가 세상을 바꾼다 ◆
"어려운 환경에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무료로 정비 기술을 가르칠 겁니다. 그들이 전문 기술자로 자립하고, 언젠가 자기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당당한 사장이 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김희철 한국모터트레이딩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내년 초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배움정비학교' 설립 취지를 두고 이같이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전문대학들에서 정비 기술을 강의하고 있지만 미진하다. 배움정비학교에선 교육생들이 현장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이라며 "야마하 본사와 도요타공업대학에서도 교육 콘텐츠를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이륜차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김 대표는 열아홉 살이던 1976년에 오토바이 정비를 배우면서 업계에 입문했다. 밥벌이 기술도 배우고, 숙식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한다. 3년 넘게 무급으로, 날마다 밤 10시까지 일했다. 누구도 제대로 일을 가르쳐주겠다는 이가 없었기에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혔다. 퇴근하고 나서는 근처 방앗간에서 청소를 자청하며 떡 만드는 기계에 붙은 떡을 뜯어 먹으며 배를 채웠다.
20대 중반에 접어들 무렵 김 대표는 대전에 오토바이 가게를 차렸다. '왔던 손님이 또 오면 그 사업은 성공한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 만인 1990년대 초, 김 대표의 오토바이 센터는 대전에서 가장 큰 사업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에 김 대표는 일본 야마하 오토바이 수입사였던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판매권을 위임받았다. 2003년부터는 야마하 공식 수입·판매원 자격을 획득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한국모터트레이딩이 담당하는 야마하는 국내 이륜차 신차 판매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린 배를 움켜쥐던 청년 시절부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현재까지 김 대표는 늘 나누며 살았다. 김 대표는 7남매 중 막내로 1958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모친을 여의고, 가정을 꾸려 독립한 누님들 집에 얹혀살았다. 인천에 가정을 꾸린 큰누님, 군산 둘째 누님, 울산 셋째 누님 등 1~2년마다 거처를 옮기며 자랐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에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통장 잔액이 빠듯했던 30대 초반에는 봉사활동에 열중했다. 5년간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 봉사단원으로 일하는 동안 김 대표는 탈선 청소년들에게 주기적으로 밥을 사주는 등 멘토로 활동했다. 사업이 안착한 이후에는 기부활동에까지 나섰다. 1000만원 이상 후원한 서울대와 KAIST 기부자 명단에 모두 김 대표 이름이 올라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졌던 당시에는 마스크 3만장을 공수해 지역 소외계층에게 나눠 줬다.
오토바이가 자갈길을 달릴 때처럼 사업이 덜컹거렸을 때조차도 김 대표의 기부는 쉼 없이 달렸다. 김 대표는 "사업 형편과 기부를 연결 짓지 않는 편이다. 기부는 습관이다. 평상시 몸에 굳은 대로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누적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속한 적십자사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에 지난해 10월 이름을 올린 전국 233호 가입자다.
김 대표는 나누며 살수록 꿈이 커진다고 말했다. "언젠가 조그마한 전문대학을 인수해 정비 기술을 학생들에게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습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뿌듯하지만, 저 스스로도 기쁜 일입니다. 결국 기부란 타인보다도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김 대표의 꿈은 여전히 도로 위를 질주하는 '현역' 오토바이처럼 현재 진행형이다.
매일경제신문은 고액 기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개인과 기업·단체를 발굴해 소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적십자사로 문의하면 됩니다.
[문광민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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