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잡' 해서 돈 모았는데"…전재산 사기당한 유튜버
"해외 출장중"…대리 주문 요청 뒤 '팀 미션'
"본업·부업·알바로 3년 내 1억원 복구 목표"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20대 후반 비트코인(BTC) 1개를 모으는 등 1억원을 모으는 데 성공한 한 크리에이터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로 전 재산을 모두 잃었다고 토로했다.
약 3680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유튜브 채널 '연글리'는 지난달 23일 '30살에 전재산 1억원 보이스피싱으로 다 날렸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올해 1월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크리에이터 연글리(30)는 당시 "하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을 많이 참으며 지독하게 '짠테크'를 하고 있다"면서 '20대에 1억원 모으기' 목표를 달성했다고 알린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도보로 출퇴근하며 교통비를 줄이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으며, '쓰리잡'까지 뛰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글리는 이번 영상에서 "평생 모아왔던 9721만3600원, 약 1억원을 2주 전쯤 보이스피싱으로 다 잃었다"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너무 탓하게 되고 멘탈이 온전하지 못하다. 그래도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찍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10개월 차 프리랜서라 늘 혼자 집에 있었고 친구도 많이 없어서 극도로 외롭고 우울하고 무기력증에 빠져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최근 알게 된 A씨를 빠르게 믿고 의지했던 것 같다. 그러다 연락을 거의 매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보이스피싱을 당하기 전날 A씨로부터 '원래 하던 부업이 있는데 해외 출장을 나와 사이트가 안 열린다'는 도움 요청을 받고, 기존 계정에 들어있던 포인트를 사용해 대신 물건을 주문해 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글리는 "저도 처음에는 '당연히 이상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었는데, 사이트 안에 포인트로 구매하면 돼서 제가 돈 드는 건 전혀 없다고 안심시켰다"며 "누군가를 도와서 일한다는 게 재미가 있었고,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A씨가 수익금을 사례비 차원에서 주겠다고 말했으나, 돈을 이유로 도움을 줬던 게 아니라 거절했다고 연글리는 전했다.
다만 이튿날 여럿이서 함께 주문하는 '팀 미션' 부탁을 A씨로부터 받았으며, 이를 수락한 결과 자신이 모은 돈을 잃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 계정 내 포인트로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시 '이탈하거나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잘못 주문하는 경우 실패한다'는 규칙 아래, 단체 대화방에 모인 5명이 8번에 걸쳐 특정 상품들을 구매하도록 안내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충전돼 있던 A씨 포인트가 모두 소진돼 사비를 지출하게 됐고, 주문 수량 오기 및 전산 오류 등을 문제 삼아 점차 큰 금액대의 물품을 구매해야 했다고 연글리는 언급했다.
또 함께 모인 다른 팀원들이 '미션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넘기는 듯 질타를 하고, 중도 이탈 시 "모든 팀원의 충전금, 수익금을 합쳐 1억800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으름장을 놓으면서 심리적으로 압박감·조바심을 느끼게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포인트를 분할해 충전함으로써 그동안 총지출액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사기 공범으로 구성된 것으로 추측되는 팀원들은 '대출을 받는다' '적금을 깼다' 등의 발언을 통해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도 해낸 것으로 보인다.
28번에 걸쳐 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입금한 연글리는 이내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다.
그는 "허술한 점도 너무 많았고 의심해보고 검색해서 알아볼 수 있었는데, 자꾸 초조한 게 몰아가 제 잘못인 것처럼 미안하게 만드니까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며 "사건 접수를 하고 약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소식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학원 한 번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었고 대학교도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열심히 해보겠다고 성적 장학금도 받았다"며 "성인이 되고 당시 2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아껴가면서 대출도 빨리 갚았고 작년에는 쓰리잡까지 했다"고 했다.
또 "2~3시간밖에 못 자면서 돈을 모은 결과가 이렇다는 게 너무 꿈만 같고,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3년 내 복구'라는 목표를 통해 마음을 다잡겠다는 결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빚이 아니고 다 제 돈이었던 게 다행이고, 1억원을 한 번 모아봤는데 두 번은 못할까 싶기도 하다"며 "웹디자이너로 다시 취업하고, 퇴근 후 부업으로 해온 제페토(아이템 제작)도 다시 열심히 하면서, 가능하다면 주말에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3년 안에 다시 1억을 복구하는 게 제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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