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노화’ 앞당기는 근시…만성질환으로 관리해야” [건강한겨레]
먼 거리의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근시를 만성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학계의 조언이 나왔다. 근시가 일생 동안 안구 질환 발병률을 높여 ‘잘 보는 편리함’을 넘어 ‘잘 사는 건강함’에도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렌즈 제조사인 쿠퍼비전이 개최한 ‘제4회 아시아-태평양 근시 관리 심포지엄’(APMMS)을 계기로 서울에 모인 국내외 연구자들은 근시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근시 심화 따라 백내장 등 유병률 상승
국제 안과학계가 이에 주목한 것은 10여 년 정도로 비교적 최근이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보건계도 세계적 증가세를 우려하며 근시를 만성질환으로 규정했다. 근시란 시력검사에서 0.6 이하부터 해당한다. 교정시력으론 0디옵터 이하다. 특히 시력이 0.08(-6디옵터) 이하부턴 고도근시에 속한다. 디옵터는 시력이 아닌 렌즈의 굴절력을 나타내는 ‘선명하게 보기 위해 필요한 렌즈의 도수’를 가리킨다.
흔히 근시는 안구 앞쪽의 수정체가 두꺼워지며 망막의 초점이 제자리에 맺히지 않은 결과로 알려졌다. 최근엔 눈 앞쪽과 뒤쪽 사이의 길이(안축장)도 늘어나 근시를 악화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시력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시신경도 서서히 손상시켜 일생 눈 건강 전반에 영향을 준다. 근시로 교정시력이 1디옵터 낮아질 때마다 2.14년씩 안구 노화를 앞당기고 망막박리, 녹내장, 백내장, 황반변성 등 안질환 유병률은 2.25%씩 높아진다.
성장기 땐 특수렌즈로 신경 손상 억제할 수 있어
망막이 안구 내벽의 시세포에서 분리되는 질환인 망막박리 유병률은 1디옵터당 30%씩 올라간다. 대체로 노년기에 발생하지만, 최근엔 20대 고도근시 환자에게서 발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력 상실을 피할 수 없는 녹내장의 유병률은 저도근시에서도 3배 이상 높아진다. 드물게는 늘어나는 안축장을 버티지 못해 안구 뒤편이 터지면서 유리체가 안구 밖으로 흘러나와 시력 상실을 초래하는 ‘안구 후포도종’도 나타난다. 이런 탓에 근시가 70대 이상 고령층 시력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근시 환자에게선 평균 5년 더 빠르게 시력 손상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고도근시는 50대부터, 저도근시는 60대부터다.
다만, 여전히 완벽한 근시 치료의 단계로 들어선 것은 아니다. 현재로선 근시 악화 속도를 일부 늦추는 등 ‘치료’ 수준의 개입이 가능한 대상은 성장기에 있는 소아·청소년이다. 10대 초중반 시작된 근시는 20살 전후까지 악화하기 때문이다. 성장기 동안 손상한 시력은 성인기엔 고정돼 되돌릴 수 없다.
성인기엔 안경과 콘택트렌즈 등의 시력교정 도구, 라식·라섹 수술 등 사후적으로 근시의 효과를 상쇄하는 정도만 가능하다. 성장기엔 생활습관 교정과 특수렌즈 착용 등을 통해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춰 시력과 시신경 손상을 억제할 수 있다. △눈을 강제로 눌러 수정체가 두꺼워지는 것을 막는 오소케라톨로지(Ortho-K) 콘택트렌즈(LK드림렌즈, 파라곤렌즈 등) △초점 개선과 안축장 확장을 동시에 억제하는 듀얼포커스 콘택트렌즈(마이사이트 등) 등이 상용화됐으며, 저조도 적색광 레이저 치료법 등도 연구 중이다.
국내에서도 근시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전문적인 근시 치료·관리 지침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도 가장 빠르게 근시가 증가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의 79%가 근시, 20%가량이 고도근시다. 스마트폰, 피시(PC) 등 디지털 기기를 자주 접하는데다 실내생활 시간이 야외활동보다 길고 높은 교육열로 교육 시작 연령대가 낮아진 점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의 백혜정 회장(가천대 길병원 안과)은 “소아·청소년 근시는 한번 발생하면 안구 성장이 끝나는 성장기 내내 나빠지는 진행성 만성질환”이라며 “장기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과 국가 의료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특히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근시와 관련한 안질환 유병률 등 구체적인 통계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실정을 우려했다. 따라서 학회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관련 통계를 정리 중이며 내년 후반엔 1차 치료·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백 회장은 “근시가 각종 질환을 야기한 뒤 치료할 게 아니라, 개선 가능성이 있는 소아 시기부터 생애 주기 내내 관리해야 한다”며 “대만이나 일본만 해도 근시 치료·관리 가이드라인이 구축됐을 뿐 아니라 국가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의 눈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 실내외 적정 조도, 외부활동 권고사항 등까지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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