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사회학과의 명복을 빕니다…“1년도 못 다니고 폐과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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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은 살아있다." "사회가 있다면 사회학도 계속된다."
국제관계학과로 입학했던 조씨는 군 복무 중 폐과 소식을 듣고 지난 2022년 사회학과로 전과했다고 한다.
"국제관계학과 가장 비슷한 계열을 찾아 왔는데 또 폐과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죠." 22학번 유혜림(22)씨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번 추모 행사를 준비하면서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이 정리했다. 우리 대학에서는 사회학과가 사라지지만, 사회학 자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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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은 살아있다.” “사회가 있다면 사회학도 계속된다.”
7일 오후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앞마당에 이렇게 적힌 근조 화환들이 늘어섰다. 천막으로 차려진 빈소에는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추모공간’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영정 사진에는 ‘대구대학교 사회학과’라는 글자만 들어있다. 아래에는 ‘사회학 입문’ ‘노동사회학’ ‘신경제 사회학’ 등 책들이 놓여 있었다. 대학 본부가 2025학년도부터 사회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자 이날 학생들이 준비한 사회학과 추모 행사 ‘메모리얼 파티(Memorial Party)’ 현장이다. 대구대는 신입생 충원율 등 기준으로 학과 평가를 한 결과, 2025학년도에 사회학과를 포함해 법학부·산림자원학과·전자전기공학부(정보통신공학전공)·인공지능학과·주얼리디자인학과 등 6개 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기로 했다.
추모 공간을 찾은 이들은 모두 검은 정장 차림에 검은 리본을 달았다. 올해 입학한 사회학과 24학번 송유진(22)씨는 “정말 당혹스럽고, 암담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입학하자마자 폐과 소식을 들었다. 인간의 삶에서 사회학은 정말 중요한 학문인데, 학과가 사라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20학번 조민수(23)씨는 벌써 두 번째 폐과를 맞았다. 국제관계학과로 입학했던 조씨는 군 복무 중 폐과 소식을 듣고 지난 2022년 사회학과로 전과했다고 한다. “국제관계학과 가장 비슷한 계열을 찾아 왔는데 또 폐과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죠.” 22학번 유혜림(22)씨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번 추모 행사를 준비하면서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이 정리했다. 우리 대학에서는 사회학과가 사라지지만, 사회학 자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졌다. 학생회 임원인 조씨와 유씨가 단 명찰에는 “기억될 사회학과, 영원할 사회학”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빈소를 지나던 정홍인 대구대 지역사회개발복지학 교수도 추모의 꽃을 올렸다. 정 교수는 “학생들은 이 학문을 공부하려고 입학했을 텐데 학교 방침으로 갑작스럽게 학과가 공중분해돼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졸업생 13학번 박재범 (32 )씨는 “종합대학에서 사회학과가 사라지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 재학생들과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었다 . 행사가 알려진 뒤 다른 학교에서도 연대와 지지의 연락을 많이 받아 큰 힘이 됐다 ”고 말했다 .
사회학과 폐지는 다른 대학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2022학년도부터, 경남대는 2023학년도부터 사회학과 신입생 모집을 멈췄다. 앞서 청주대, 배재대 등에서도 사회학과가 사라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고려대·경북대·서강대 사회학과와 학국사회사학회·비판사회학회·한국문화사회학회 등 곳곳에서 화환으로 연대의 마음을 보탰다.
박정호 대구대 사회학과장은 “당장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학문을 퇴출하는 대학 교육의 상품화 현상과 흐름 속에 우리 학과도 놓이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대학은 영리 기업이 아니고, 학생들의 등록금은 투자금이 아닌데, 정부 정책까지 더해져 그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도 “국가적 차원에서 기초 학문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학과가 폐지된 한 대학 교수는 “대학이 이랬다저랬다 아무런 개념없이 시장논리를 따르면서 우리나라 학문 활동이나 지식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며 “대학이 기술자만 양성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1979년 개설된 사회학과는 오는 2030년까지 유지한다. 대구대 쪽은 “신입생 모집중지 학과는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학과를 유지하며 전공 수업을 개설하고, 원하는 경우 특별 전과제도 등을 통해 수업권 보호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규현 신소윤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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