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반이민 '전략 승리' 강조한 공영방송 KBS
KBS "경제·이민 이슈가 낙태 인권 이슈 압도"…트럼프 거친 언행을 "승부수"로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6일 저녁, 국내 주요 방송사들도 '트럼프 승리' 배경과 한국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KBS는 트럼프 당선인의 반이민 정책 등 소수자 혐오 정책·언행을 승리한 선거 전략 측면에서만 언급했다.
이날 지상파 3사 메인 뉴스 프로그램들은 첫 번째 주요 소식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를 전했다. 오후 7시40분대로 편성 시간이 가장 이른 MBC '뉴스데스크'는 <트럼프 4년 만에 백악관으로.. “전 세계가 긴장”>, 8시대 SBS '8뉴스'는 <트럼프 승리 선언.. “미국의 모든 걸 고치겠다”>, 9시대 KBS '뉴스9'는 <트럼프의 '귀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을 첫 뉴스의 헤드라인(자막)으로 썼다.
'미국 중심주의'와 '자국 산업 보호'를 내건 트럼프의 당선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관련해 MBC는 “(트럼프는) 우리를 포함한 동맹국들에도 10%에 달하는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외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반도체, 배터리를 생산하면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주는 이른바 'IRA법' '칩스법' 등 폐지 방침이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 전기 및 이차전지 산업에 타격이 될 우려도 전했다.
나아가 “트럼프가 중국을 배제한 채 이른바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중국과의 교역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또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물량을 다른 나라로 마구 밀어낸다면,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추락할 수도 있다”고 했다.
SBS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이런 보호무역 조치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보편적 기본 관세만 적용돼도 우리나라 총 수출액이 연간 30조에서 61조 원 가량 감소하고, 실질 국내총생산도 최대 0.67% 하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미국 내 조 단위의 투자를 집행 중인 국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업체들은 보조금과 세제혜택 축소를 각오해야 할 상황”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면 배제하는 트럼프의 '디커플링' 정책도 중국 의존적인 공급망을 다변화하지 못하는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대북 관계, 한미 동맹에 미칠 파장도 언급됐다. MBC는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종전 협정을 맺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며 “'자유주의'라는 가치에 기반해, 한미일 동맹에 치중해온 우리 정부는 '실리'를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 재정립이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SBS는 “2030년까지 유효기간으로 체결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 새 정부 출범 뒤 방위비 압박이 커진다면 전술핵 재배치부터 핵무장론까지 다양한 논의가 다시 국내에서 제기될 수도 있다”고 했다.
KBS는 “위기와 기회 공존”을 강조했다. 관련 기사에서 KBS는 “일단 우리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는 한숨 돌리게 됐다”며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는 반도체 등 첨단 분야는 격차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미국 수출이 막히면, 철강과 화학 등은 다른 지역에서 값싼 중국 제품과 경쟁을 벌여햐하는 부담이 있다”며 “(전기차와 이차전지 부문은) 보조금을 줄이더라도 법인세 인하 공약을 내세운 만큼 전체 손익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KBS와 SBS의 경우 '비트코인 최고가'를 제목에 부각했는데 그 이면에 대한 진단은 이어지지 않았다. KBS는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한때 7만5000달러, 우리 돈 1억500만 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월가에선 트럼프 후보의 가상자산 친화정책으로 비트코인 뿐 아니라 가상자산의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SBS는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매입할 뜻을 밝히는 등 우호적인 가상자산 정책을 예고하면서, 이더리움과 머스크의 도지코인 등 코인 시장 전반이 강세”라고 했다.
선거 기간 트럼프 당선인의 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한 보도는 KBS와 MBC가 대비됐다. KBS는 <경제·이민 이슈가 낙태 인권 이슈 압도…머스크도 조연> 기사에서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들이 살인과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서민들 일자리까지 앗아간다고 주장했다” “임기 첫날 사상 최대 규모의 범죄자 추방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며 해리스와 차별화를 시도했다”면서 “해리스가 선거 기간 내내 강조해온 낙태권 보호와 민주주의 이슈는 상대적으로 큰 힘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앵커는 이 보도를 소개하면서 트럼프의 거친 언행이 “승부수”가 됐다고 했다.
MBC는 <이민자·여성 향해 쏟아낸 막말‥계산된 선거전략?> 기사에서 트럼프의 선거 기간 언행 관련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던진 발언은 이민자 혐오 정서에 불을 지폈다.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먹는다'는 한마디에 오하이오의 작은마을은 테러 위협에 시달렸다”며 “성관계를 감추기 위해 뒷돈을 줬다는 의혹이 따라다녔지만 여성비하도 서슴지 않았다”고 짚었다. 아울러 “다른 인종, 성별, 국가를 향한 트럼프의 독설은 '독'이 아닌 '득'이 됐다. 여성과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증오는 오히려 보수적 남성층의 결집을 불러일으켰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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