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에 러브콜 한 트럼프…반도체·車도 기회는 있다

장우진 2024. 11. 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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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조선업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자 한국조선해양(6.24%↑)과 한화오션(21.04%↑), 삼성중공업(10.08%↑) 등 국내 조선 빅3의 주가가 일제히 치솟았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우리 수출 전선에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올 것으로 보인다. 2기 트럼프 정부의 적극적인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대 중국 견제에 따른 대체제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국의 작년 대미 투자액이 전 세계 국가 중 1위에 오를 만큼 양국이 상호 호혜관계임을 적극 어필한다면, 트럼프 정부의 실리주의 정책의 수혜를 얻을 수도 있다.

◇더 견고해진 한미 '조선·방산' 동맹= 트럼프 2기 출범이 호재로 작용할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조선·방산 업종이 꼽힌다. 구체적으로는 한화그룹이 지난 6월 국내 기업 최초로 미 현지 조선소(필라델파아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 부각된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존스법에 의거해 미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며,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 영역 중 하나다. 데릭 모건 미 헤리티지재단 부대표는 지난 8월 열린 '제182회 한국무역협회(KITA) CEO 조찬회'에서 "조선 등 펜슬베니아에서의 관계 강화는 큰 발자국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이 LNG(액화천연가스)선친환경 선박 건조에 강점을 지녔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 조선업이 중국과 경쟁관계가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삼정KPMG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돼 LNG·LPG 수요와 수출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브릿지 에너지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 조선사들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암모니아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100%를 수주했다.

방산 역시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미국의 '세계의 경찰' 역할 축소로 세계 각국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국방비 지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측돼 또다른 수출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방산 물자의 6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K-방산에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최근 미군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방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국내 방산 사업장을 둘러본 바 있는 만큼, 한미 방산 협력 확대의 길도 열려있다.

다만 한국의 새로운 방산 전략 수출 시장으로 부상한 중동에서는 미국과 한국 방산 기업 간 경합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칩스법' 보조금 사라지나…중국·대만 의존도 낮출 시 반사이익=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일단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4억달러(8조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달러(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약속받았지만, 트럼프 2기에서 칩스법을 수정되거나 폐지할 경우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보조금 폐지 시 미국에 동반 진출하는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연쇄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으로는 자국 내 반도체 제조기반이 약한 미국이 지나친 대만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의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삼정KPMG는 "칩스법 축소 또는 변경, 반도체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확대 등에 한국 반도체 기업의 대외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전후방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가 심화됨에 따라 일부 반사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고성능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 파트너 위치 서점을 위한 움직임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IRA 수정 불가피하지만…中 전기차·배터리 견제 반사이익도= 자동차 업종은 관세 인상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축소 또는 폐기 등이 부담 요소로 꼽힌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대미 흑자 규모가 커지고, 현지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어가면서 2년 연속 글로벌 판매 3위에 올라 미 정부의 견제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현대차·기아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이 미 조지아주 등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는 등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대항마가 한국 뿐이라는 점 등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단 일각에서는 중국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을 포기하는 대신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에서 저가 물량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우려는 방향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지만, 두 번째 집권인 만큼 플랜B를 보다 면밀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점이 크게 보이지만 냉정하게 판단하고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단점을 장점으로 회귀시킬 수 있는 기회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는 중국의 저가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으나, 정부 차원의 친환경 투자가 지연될 경우 전체 시장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에 대해 모건 부대표는 "조선과 반도체 분야의 경제 동맹이 중요하다. 반도체의 경우 대만의 의존도가 너무 높아 한미 양국 관계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며 "트럼프 후보가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 조지아주 공장을 본다면 한미 관계를 더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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