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감세·규제 완화…트럼프 경제 정책, 미국을 어떻게 바꿀까
미국의 제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 경제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1기 행정부 때 누렸던 저물가, 저금리,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에 대한 향수 때문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의 이런 열망을 충족하기 위해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와 기본적으로 같은 경제정책 수단인 관세와 감세를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고금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번에 공약으로 내세운 관세는 이전보다 폭넓고 높아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감세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재정적자를 확대시킬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모두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소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미국 국채수익률은 지난 9월 중순 이후 여론조사 결과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자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6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0.138%포인트 급등한 4.425%로 마감하며 지난 7월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관세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던데다 전세계적으로 수요와 투자가 둔화되고 있고 노동력 수급에는 여유가 있어 인플레이션에 어떤 눈에 띄는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에 트럼프가 제안한 관세는 이전보다 훨씬 높고 광범위하다. 중국에는 최소 60%, 나머지 국가들에는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이는 미국이 대공황을 겪었던 1930년대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관세가 높고 전면적이라고 인플레이션이 촉발되는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활발하고 노동시장 수급이 빠듯하며 공급망이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취약할 때 찾아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말인 2020년 대선 직전에 임금 상승률은 2.4%였고 채권시장에 반영된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8%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치 2%보다 낮았다. 현재 임금 상승률은 3.8%이고 채권시장에 반영된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3%로 4년전보다 높다.
이는 트럼프의 이번 관세 정책이 첫번째 임기 때에 비해 더 큰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모간스탠리는 트럼프가 중국에 60%, 나머지 국가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9%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는 일회성 효과일 뿐 인플레이션은 원래 추세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관세 인상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일회성 효과도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 수입업체가 관세 부담을 가격에 모두 전가하지 않고 이익률을 줄이는 방향으로 흡수할 수도 있고 관세 부담을 가격에 전가해도 달러 가치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측 일부 고문들은 트럼프에게 관세는 다른 나라의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한 협상 전략이기 때문에 실제 관세 인상폭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관세로 인해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거나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트럼프는 관세 인상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설 수도 있다.
![[웨스트팜비치=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에 앞서 JD 밴스 부통령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2024.11.06. /사진=민경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7/moneytoday/20241107133231587bnej.jpg)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가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60%가 아닌 20%만 부과하고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현재 2.7%에서 내년에는 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중국에 20%의 관세를 부과하면 내년에 근원 인플레이션이 2.3%로 당초 예상보다 3%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이와 별개로 △법인세율 인하와 △팁과 사회보장연금, 초과 근무 수당 등에 대한 세금 면제, △자동차 할부 금리와 주정부 세금, 지방세 등에 대한 소득 공제 등 추가 감세안을 제안했다. CRFB는 이 같은 추가 감세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4조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트럼프가 약속한 재정지출 삭감과 관세 인상을 통한 세수 증가는 추가 감세안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정적자 확대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감세안의 경우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있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인 카일 포메리온는 2017년 감세안은 소득과 이익, 투자에 대한 세율을 낮추고 세금 감면 혜택은 줄여 세제를 단순화했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가 추가로 제안한 감세안은 새로운 세금 감면 제도를 도입해 세제를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전 감세안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감세가 경제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도이치뱅크는 관세 인상이 없다면 트럼프의 전체적인 감세 정책으로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 0.5%포인트, 내후년에는 0.4%포인트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에 60%, 다른 나라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감세안과 합한 순 효과는 경제 성장률을 오히려 깎아먹는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웨스트팜비치=AP/뉴시스] 6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개표를 지켜보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4.11.06. /사진=민경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7/moneytoday/20241107133232954ixvk.jpg)
감세안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정적자를 늘려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JP모간의 금리 전략가인 존 배리는 재무부의 현재 국채 발행 규모가 내년 재정적자를 메우기에는 충분하지만 2017년에 시행된 감세안을 연장하지 않는다 해도 2026년부터는 3조3000억달러가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감세안이 연장되고 트럼프의 새로운 감세안까지 시행된다면 재정 부족액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미국 재무부는 늘어나는 재정 부족액을 국채 발행을 늘려 충당할 수 밖에 없는데 국채 공급이 늘면 국채수익률이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배리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되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이 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규제 완화의 효과를 경제 전반에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과 휘발유 가격은 대부분 국제 유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불법 체류자를 추방할 경우 노동력 공급이 줄어 임금이 올라가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미국의 노동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불법 체류 노동자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회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해 미국제조업연맹의 회장인 스콧 폴은 "여기에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경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건강한 가정과 지역사회의 회복은 경제 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처럼 수치로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가 추구하는 경제정책의 핵심 가치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주요 이유 중의 하나도 이 때문일 수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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