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트럼프, 대중견제 강화·기술투자 약화…보완 역할 부각해야"
유회준 교수 "트럼프, 경제는 경제로 풀 것…정경분리 통해 중국시장 다시 뚫어야"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대신 자체 기술 투자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미국의 기술 투자에 대한 보완적인 역할을 하면 트럼프 재집권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 유회준 교수는 7일 국회에서 개최된 '미 대선 후 기정학(技政學)적 변화와 대한민국의 전략'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돼서 보조금이나 관세에 대한 협상이나 리스크 관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중국에 대해 강경하게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글로벌 정세 변화 속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 대한민국 대응 전략' 주제 발제에서 "(트럼프 정부가) 대중국으로는 전면적인 기술 단절이지만 자체 기술 개발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우리가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 든다"며 "정경 분리를 통해 경제는 경제로 풀고 정치는 정치로 풀어서 중국 시장을 다시 한번 뚫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에 비해서 트럼프 정권이 조금 더 쉽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라며 "바이든 정부에서는 외교나 동맹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여기(트럼프 정부)는 경제적으로 풀려고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해 준다면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냉장고나 세탁기 안에도 AI가 들어가는 AI-X에서 우리나라가 선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생태계를 좀 더 공고하게 하고 경쟁력 있게 만드는 정책을 세워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첫 발제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혁중 박사는 "미국이 규제하면 다른 나라들도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며 "경제 안보적인 교란 요인들이 상당히 많이 생기는 등 기업 차원에서 대비하기 상당히 어려운 외부적 환경 변화가 너무 많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이제는 수세적인 공급망 정책이 아니라 공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최대한 소재와 장비가 잘 들어오도록 관리를 하고 있는데 그걸 넘어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과기정통부 이주헌 전략기술육성과장은 '미 대선 결과와 대한민국 과학기술 주권 도약 전략'이란 주제로,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의 리더십을 지키려 할 것이라며 우리만의 초격차 기술 확보와 글로벌 전략기술 파트너십 강화를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토론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AIST가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에는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 최형두, 김현 간사를 비롯한 국회의원, 전문가 그룹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에서는 이광형 KAIST 총장을 좌장으로 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 패널도 진행됐다.
토론에서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윤지웅 원장은 미국의 정책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과 기초역량 강화를 ▲ 네이버클라우드 이동수 이사는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과 산업 자립을 위한 파운데이션(foundation) 모델 개발의 중요성을 ▲ 한양대학교 ERICA 국제문화대학 중국학과 백서인 교수는 기술-경제-안보 간 상호작용 속에서 국제협력 강화를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윤정현 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술 공급망 재편 원칙과 전략적 대응을 ▲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장 서용석 교수는 우수 인재의 육성과 확보, 유지(retention)를 강조했다.
이광형 총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제 정세가 크게 변화하고,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미·중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 대선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은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필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과학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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