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집중력 높인다고… 수능 앞둔 고3 ADHD약 남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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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 잘 준다'고 소문난 정신과에서 ADHD 진단도 받지 않고 치료제를 받고 있는 친구가 저희 반에만 3명이에요."
지난 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3 수험생 이모(18) 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 하는 심정으로 ADHD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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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엔 진단받는 팁 소개까지
병원 간단한 면담 뒤 바로 처방
온라인상 ‘중고밀거래’도 활발
약 처방 많은병원 강남3구 몰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 잘 준다’고 소문난 정신과에서 ADHD 진단도 받지 않고 치료제를 받고 있는 친구가 저희 반에만 3명이에요.”
지난 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3 수험생 이모(18) 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막판 스퍼트 하는 심정으로 ADHD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양은 수능 부담감에 지난 7월부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자 ‘집중 잘되는 약’을 처방해준다는 병원을 추천받았다. 이 양은 “‘고3 수험생인데,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상담을 요청하자 병원은 30개 질문으로 된 문항지를 줬고 의사는 하소연을 듣더니 ADHD 치료제를 처방해줬다”며 “이후엔 엄마가 대신 약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는 14일 치러지는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특히 강남 등 유명 학군지 학생들의 ADHD 치료제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ADHD 치료제가 ‘집중 잘되는 약’으로 소문이 나면서 일부 병원들이 주요 검사를 건너뛰고 면담 수준의 상담만으로 처방을 하면서다.
서초구 A 의원 앞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 최모(17) 양은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ADHD 치료제가 집중력 향상에 좋다고 해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양은 “추천한 병원에 가니 필수 검사를 다 안 해도 된다고 했고, 커뮤니티에서 본 ADHD 경계군 진단 ‘팁’을 따라 하니 진짜 경계군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 직접 상담을 문의해보니 “미성년자는 면담과 종합주의력 검사가 필수”라고 안내했지만, 실제 방문자들에게는 일부 검사를 건너뛰고 치료제를 처방하고 있었다. 배승민 가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성년 ADHD는 더 면밀히 살펴봐야하므로 보통 면담·간단 검사만으로 끝내지 않고, 종합주의력검사 등 각종 검사를 함께 시행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학생 수요와 맞물려 학원이 몰려 있는 ‘강남 3구’에 위치한 일부 정신과 병원들이 ADHD 치료제를 가장 많이 처방한 병원 상위권에 오르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7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ADHD 치료제 전국 상위 처방 병원 30곳(2021년∼올해 8월)’을 분석한 결과, 매해 강남 3구 병원들이 13∼20%를 차지했다. 특히 가장 많이 처방되는 ADHD 치료제 ‘콘서타’의 경우 올해 8월 서울 지역 상위 30곳 기준 전체의 40%가(12곳) 강남 3구 병원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치료제인 ‘페니드’와 ‘메디키넷’ 역시 강남 3구 병원이 각각 47%(14곳), 40%(12곳)를 차지했다.
온라인상의 ‘밀거래’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X(옛 트위터) 등 SNS상에는 “수험생인데 ADHD약을 구하지 못해 급히 팔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중에는 국내에서는 ADHD 치료 목적으로 처방 금지된 ‘애더럴’을 구하는 학생도 있었다. 윤재석 충북대 약학과 교수는 “일부 학생들이 ‘에너지 음료’를 마시듯 ADHD 치료제를 오·남용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않고 복용할 경우 구토, 중독 등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의원은 “의료용 마약류에 해당하는 ADHD 치료제를 오남용하는 것은 특히 위험하다”며 “범부처 협력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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