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해리스가 속절없이 무너진 이유… “다섯 가지 실수 때문”
바이든의 ‘쓰레기’ 발언이 가장 큰 실수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배했다. 역대급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 경합주 7개를 싹쓸이하며 압승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토록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리스 캠프가 선거 기간 저지른 다섯 가지 실수 때문에 완패했다고 분석했다. FT는 “해리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그녀는 당내 지지를 빠르게 모으며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를 거의 없앴다”면서 “그러나 순조로운 출발 후 해리스는 지지율을 의미 있게 끌어올리지 못하고 흔들리며 결국 대선에서 패하고 말았다”라고 전했다.
◇’더 뷰’ 출연, 오히려 독이 되다
FT가 지적한 첫 번째 실수는 ABC 방송 토크쇼 ‘더 뷰’(The View)에 출연했을 때의 태도다. 대선을 한 달 앞둔 10월 초 해리스 부통령은 더 뷰에 출연했는데, ‘지난 4년 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다르게 행동했었더라면 어떤 부분이 달랐을까’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머뭇거리면서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 영향을 미친 대부분의 결정에 참여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해당 인터뷰가 트럼프 캠프의 공격 빌미가 됐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인터뷰 이후에도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과 현직 대통령 간의 차이점을 명확히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공격해 왔다.
◇ 미숙한 언론 대응 자체가 문제
해리스 부통령의 미숙한 언론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FT는 “더 뷰 인터뷰 이전에도 해리스의 미디어 전략은 비판을 받았다”면서 “해리스는 대선 후보직을 이어받고, 초반 6주 동안 대부분의 비공식 인터뷰를 피하면서 부통령이 어려운 질문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아냈다”고 전했다. 또한 해리스는 인터뷰에 응할 때도 기자들의 질문에 횡설수설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을 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왔다고 FT는 설명했다.
지난 9월 초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첫 단독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었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하지 않고, 자신의 성장 배경에 대해 무려 4분 동안이나 답하며 ‘동문서답’ 태도를 보였다.
◇ “러닝메이트 지명 신중했어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선택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떠오른 직후부터 러닝메이트 인물들을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는 앤디 배쉬어 켄터키 주지사,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조지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해리스는 ‘나의 직감을 믿는다’면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을 때 의외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상대적으로 전국 인지도도 낮았을뿐더러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에 ‘도박’이라는 평가도 나왔었다. 그런데도 해리스 부통령이 월즈 주지사를 낙점한 이유는 중서부 지역의 노동자 계층 남성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해석됐다.
그러나 월즈 주지사의 약점은 트럼프 당선인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과 TV 토론을 했을 때 여실히 드러났다고 FT는 설명했다. 당시 월즈 주지사는 ‘중국의 천안문 민주화 운동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과거 발언에 대한 질문에 “그해 여름에 중국에 갔었는데, 내가 잘못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월즈 주지사는 과거 2014년 청문회 당시 천안문 운동 때 홍콩에 있었다고 말한 적 있다. 2019년 6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그는 천안문 운동이 유혈 사태로 진압된 1989년 6월 4일에 홍콩에 있었다고 말했다. TV 토론에서 월즈는 진행자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이유를 묻자 “난 완벽하지 않고, 때때로 멍청이(knucklehead)였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 불안정한 중동 정세, 해리스는 ‘더 불안’
네 번째 실수는 중동 문제에 대한 불안정한 입장으로 지목됐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와 이스라엘의 밀접한 관계는 부통령에게 정치적 지뢰밭과 같았다고 FT는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언급하고, 레바논에서 휴전을 촉구하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을 시도했지만, 이는 아랍계 미국인과 젊은 유권자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 가장 큰 실수는 바이든의 ‘쓰레기’ 발언
다섯 번째 실수이자 가장 큰 실수는 정작 해리스 부통령 본인이나 그의 러닝메이트가 아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라틴계 유권자를 대변하는 비영리단체 보토 라티노와 가진 줌 영상통화에서 트럼프 지지자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말했다.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트럼프 지지자가 쏟아낸 혐오 수사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다”라고 했지만 이미 물은 쏟아진 뒤였다. 해당 발언은 2016년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한 바구니의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비유했던 것과 비교됐다.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뱉은 실언의 책임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전가하며 선거 막바지 역공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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