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日언론 "美, 강하게 정권운영 전망…아베없는 외교력 시험대"
"이시바, 트럼프와 조기 회담 통해 '친분 구축' 추진…약한 정권 기반이 걸림돌"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일본도 안보·경제 측면에서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고 일본 언론이 7일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돈독한 교분을 나눴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재 속에서 새 관계 구축 과제도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강한 미국'의 부활을 강조해 왔다"며 "대통령 권한을 강화해 정권을 강하게 운영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정상 간 외교를 중시해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전제주의 국가 지도자와 '거래'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며 득실을 따지는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국, 파트너와 우호 관계를 무시하고 중국, 러시아 지도자와 직접 거래를 선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는 별도 사설에서 "일본 주변 안전보장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미일 동맹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을 중시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주일 미군 주둔비용 대폭 증액 등을 일본 측에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사이에서 구축한 개인적 관계에 의존할 수 없다"며 "일본이 주장할 것은 주장하면서 동맹 관계 유지와 강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었다.
아사히신문도 "트럼프 당선인이 2019년 일본 측에 주일 미군 주둔비를 3배 이상 늘린 연간 80억달러(약 11조1천억원)를 부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대폭 올리기로 한 '노력'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당시 아베 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밀월 관계'를 맺었다는 점을 고려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 간 조기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외무성은 이시바 총리가 이달 18∼19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후 미국을 찾아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선거 종반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 확률이 70% 이상'이라는 예측도 나왔다"며 "주미 일본대사관을 중심으로 트럼프 진영과 관계 구축 활동을 강화해 왔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전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뒤 "가능한 한 조기에 만나자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일 동맹을 한층 높은 차원으로,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려 나가자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매우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말을 꾸며서 하지 않고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분이라는 인상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회담 추진 상황에 대해서는 "현재 조율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아사히는 이시바 총리가 전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한 데 대해 "이때는 보수 성향 폭스뉴스만 당선 확실을 보도한 단계로 정부 내에서는 정식으로 축하 메시지를 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었다"며 "각국 정상들이 속속 축하의 뜻을 나타내자 이시바 총리도 빨리 대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열쇠를 쥔 것은 정상 간 관계라는 견해가 정부 내에 강하다"며 "'톱다운' 방식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이시바 총리가 어떤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달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하면서 이시바 총리가 외교에 '올인'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짚었다.
마이니치는 "이시바 총리의 족쇄가 되는 것이 일본 국내의 불안정한 정치 정세"라며 "약한 정치 기반이 외교력 저하로 이어질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시바 총리가 주장했던 미일지위협정 개정 등이 미일 관계의 불안정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는 등 일본 정계에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경계감이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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