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격 없고, 잘못됐다"는데, 축구협회 "아무튼 고칠거니 정당하다고!"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기준은 법이 아니라 '우리들'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하루만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종 감사 브리핑에 반박문을 낼 수 있는 이유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체부 특정감사 최종 브리핑에 대해 공식적인 반박 입장을 전했다. 문체부에서 지적한 사항이 이미 시정조치에 들어갔으니 문제 범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보조금을 받을 당시에는 짓지 않기로 한 사무공간을 지었으니 협의 위반"이라고 정부가 지적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짓는 것을 도와주는게 맞는 이치"라며 매우 당당한 대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앞서 문체부는 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최종 브리핑했다.
축구협회에 대한 문체부 감사는 지난 7월부터 실시됐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특혜 논란이 도화선이 됐다. 이미 10월 초 한 차례 열렸던 중간 브리핑을 통해서는 홍명보 감독과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규정이 다수 위반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감독 선임에 대한 자격없는 자에 대한 '전권 위임'은 문체부가 잘못되었다며 이미 중간 브리핑에서도 크게 지적한 사안이다.
문체부 최현준 감사관은 브리핑을 통해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추천하고 이사회가 선임해야 정상"이라며 "정상적인 선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감독 선임 당시 전강위를 무력화시키고 2차 최종면접을 권한이 없는 회장이 직접 했다. 이사회 선임절차도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홍명보 감독을 선임할 당시에는 회장의 지시라는 이유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불투명 및 불공정한 면접을 했고, 최종 감독 후보자를 추천했다"며 "홍명보를 감독으로 내정 발표하고 이사회 서면 결의를 추진해 형식적인 운영을 했다. 이에 선임 문제를 지적하자 축구협회 측은 허위 자료를 배포해 국민들을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당시에는 마이클 뮐러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전권을 위임받았고,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에는 '자격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전권을 위임받았다. 정부가 이 자체를 잘못된 과정이라고 짚는데도 축구협회는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오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끝에 '잘못된, 미비한 부분은 고치겠다'고 그냥 지나가듯 덧붙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축구협회가 보조금에 대해 추가로 내놓은 해명문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문체부는 앞서 5일 열린 브리핑을 통해 축구협회가 미니스타디움 건립과 관련해 지난해 거짓으로 56억원의 보조금을 받았기에 교부금 환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정부의 발표과 생각이 다르기에 반박한다'고 말했다. 당초 문체부는 미니스타디움 내에 축구협회 사무공간을 둘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뒀다. 그러나 협회는 교부금 신청과정에서 숙소동에 사무공간을 설치하는 것을 계획했고 현재 이를 어디로 변경할지 검토하고 문체부와 상의 예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잘못을 지적한 정부에 되려 '축구협회에도 사무공간 확보에 도움을 달라'고 말하고 있다.
애초에 문체부가 전제조건을 명시해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깨고 보조금을 받으려 한 것은 축구협회 쪽이며, 잘못이 적발되자 우선 사죄하기는 커녕 '걸렸으니 협상하려고 했다' '우리의 생각이 이러니 도움을 줘야 맞지 않느냐'는 주장을 펴는 것은 논리와 상황에 전혀 맞지 않다. 축구협회의 반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마이너스 통장 개설에 대해서도 '의도적이고 자의적으로 문체부 승인을 배제하고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소통상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 떼고 보면 객관적으로는 승인을 받지 않고 진행한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고의로 돈을 훔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격증 없는 코치진 선임문제는 잘못한 선임이 맞지만 '현실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형식적인 사과문 한 줄조차 없고 '개정하면 된다'며 넘어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체부가 지적한 P급(최상급) 지도자 강습회에 불합격 처리해야 할 수강생 6명이 합격처리 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도경력 산정을 잘못해 합격자 3명이 뒤바뀌기도 했으며 결석률이 10%를 초과한 수강생 2명에게 재강습 기회가 부여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벌어진 축구인 사면발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5월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선수 두 명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며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 윤기원이 차 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사건이 대두됐다. 수사 결과 48명이나 되는 선수 및 브로커가 해당 사건에 엮여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연루된 선수 전원에게 자격박탈 조치를 내렸다.
이후 축구협회는 지난 2023년 3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중에 있는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며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와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축구협회가 사면 조치를 단행했던 100명 대상자 가운데는 승부조작에 연루된 48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축구협회는 사면 이유에 대해 "(축구협회) 창립 90주년과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및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유로 댔다. 한 마디로 빛나는 성과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사면조치를 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거론한 것이다.
이후 언론과 여론의 거센 반론에 한바탕 얻어맞은 축구협회는 사흘 뒤에 부랴부랴 사면 조치 철회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이 사건에 대해 지적하며 "축구협회는 상위 규정인 대한체육회의 규정 개정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축구협회 공정위 규정에 사면 근거가 있다는 이유로 승부조작 제명 선수 48명을 포함, 징계자 100명에 대해 사면을 실행했다"고 말했다.
또 "축구협회는 사면 관련 제도 변경에 따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 규정에 맞게 사면 규정을 삭제해야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근거 없이 사면권을 부당행사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당연히 이 부분에도 반기를 들었다. 축구협회는 "문체부는 당시 사면을 진행한 것에 대해 2022년 12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가 관련 규정을 개정했는데 협회가 이를 바로 개정하거나 반영하지 않아 사면권을 행사하여서는 안되는데도 상위 규정을 위반하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한체육회의 규정 개정만으로 당시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 규정상 명시되어 있었던 회장의 징계사면 관련 규정이 당연히 사문화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법적으로도 달리 해석될 수 있다"며 "실제로 해당 건 발생 이전에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육회가 징계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은퇴 선수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징계를 인정하는 등 협회 공정위원회 규정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여 왔다"고 어처구니 없는 반론을 내놓았다.
상위기관이 엄연히 규정을 바꿨는데 단순히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따르지 않겠다는 것은 아집에 가깝다. 상위기관의 '친절한' 안내가 없었고 하위기관은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면을 했다가 철회했고 사과를 했고, 관련 규정을 모두 대한체육회 규정에 합치되도록 변경했으니 이제와서 정부의 규제가 타당치 않다는 반론을 내놓은 것도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현 축구협회 수뇌부의 상황인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편 축구협회는 문체부 조치 요구에 따라 1개월 이내 징계 의결을 하고, 2개월 내에 제도개선과 시정 조치를 취해야한다.
사진= 연합뉴스, KFA, 천안축구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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