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경제학 전공` 병원경영자가 본 의료대란…"의료전달체계 붕괴부터 해결해야"

이미선 2024. 11. 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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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영 한도병원 이사장. 한도병원 제공
한도병원.

서해선 선부역 4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병원이 있다. 경기 안산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인 한도병원이다. 한도병원은 고대 안산병원과 함께 안산 지역응급의료센터로서, 올해 2월부터 이어진 의료대란 상황에서 심각한 '의료공백'을 메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성대영 한도병원 이사장은 병원 경영자로서 바라보는 의료대란 사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털어놓았다.

성 이사장은 지난 2021년 11월 대아의료재단 한도병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에 앞서 시흥 센트럴병원 이사장을 15년 넘게 지낸 전문 의료경영자이기도 하다. 위더스제약 대표도 맡고 있다.

성 이사장은 "센트럴병원과 한도병원을 2년 10개월 간 함께 경영해 왔다"며 "두 병원이 위치한 지역이 다르고 법인도 달라 통합할 수 없었다. 지역 종합병원만의 차별성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센트럴병원은 지난 9월 잘 운영할 수 있는 다른 경영인에게 넘겼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차별성은 한도병원이 지역응급의료센터라는 점이다. 한도병원은 응급의학과, 심장내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을 갖추고 응급환자는 물론 경증 환자, 준·중증 환자까지 모두 치료하고 있다. 병상을 100% 가동할 경우 360 병상에 달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지상 주차장 부지에 병원 건물을 더 지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총 2000여 평의 병원 부지를 확보하고 500개가 넘는 병상을 갖추게 된다.

성 이사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으로서 종합적인 진료체계를 갖추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강대 경제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 이사장은 "경제학을 전공한 게 병원 경영에 도움이 많이 된다. 병원의 장기 마스터플랜을 빠르게 세울 수 있고 운영 과정에서도 여러 부분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초부터 시작돼 아직 끝나지 않은 의료대란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냉철한 판단력과 시각을 바탕으로 병원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1·2차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선정된 18개 병원이 계획한 일반병상 감축 규모는 총 1861병상에 달한다. 정부는 사업 참여 조건으로 수도권 소재 1500병상 이상인 의료기관은 일반병상의 15%, 그 외 기관은 10%, 비수도권 기관은 5% 수준의 감축을 요구했다. 빅5 병원에서만 1200여 병상,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이 모두 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약 4000병상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 이사장은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전달체계 붕괴'라고 꼽았다.

그는 "경증 환자들도 대학병원을 찾다 보니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학병원의 병상 수를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병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이때 필요한 것이 정부 지원이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은 차이가 있는데, 평가지표가 같다 보니 종합병원의 경우 제대로 된 진료를 하더라도 대학병원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전달체계만 잘 지켜져도 의료계가 산다. 가장 쉬운 예로 10년 전 소아과 환자 수와 현재 환자 수는 큰 차이가 난다. 이는 인구 감소 등 사회적 현상에 따른 문제로, 정부가 진료 수가를 높여주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필수 의료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성 이사장은 현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 위해선 '지역 종합병원의 프리미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종합병원도 특수성이 있다. 그런 것들을 발전시켜서 의료의 질이 개선되도록 함으로써 환자 입장에서도 대학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편리함을 제공해야 한다"며 "지역병원들이 안정적으로 병원 운영을 할 수 있게끔 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로 교수들이 지혜를 발휘해서 입장을 내고 서로 타협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면 의정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도병원 이사장으로서 병원 운영의 지향점도 밝혔다.

성 이사장은 "한도병원은 안산 내에서 고대 안산병원 다음으로 큰 종합병원으로, 시민들을 위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 미션"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더욱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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