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우리의 자랑 인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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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人蔘)은 뿌리가 마치 사람같이 생겨 이렇게 이름이 붙었다.
인삼은 주로 재배된 삼을 말하고 자연산은 산삼이라고 부른다. 인삼은 원조 한류 상품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인삼 교역은 시작됐다.
당시 고구려·백제·신라가 모두 이웃 나라인 당나라와 일본 등에 인삼 무역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나라에서 공직 생활을 했던 최치원(신라인)이 자기 상관에게 인삼을 챙겨줬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고려시대 때는 인삼을 쪄서 홍삼으로 만들어 장기간 보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에는 주인공 임상옥이 중국 연경에 가서 홍삼 가격을 재정립한 내용도 나온다. 임상옥은 중국 상인이 홍삼 가격을 낮게 거래하는 관행을 깨려고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중국 상인은 사신의 틈에 끼여서 무역하던 임상옥과 조선 상인을 업신여겨 항상 낮은 가격으로 홍삼을 구매해 폭리를 취했다.
임상옥은 가져온 홍삼을 불에 태워버렸다. 사방에 홍삼 타는 냄새가 진동하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임상옥은 이어 제대로 홍삼 가격을 쳐주지 않으면 모두 태우겠다고 일갈했다. 이에 연경의 모든 중국 상인은 대경실색하고 임상옥의 뜻을 받아들였다. 소설의 한 대목이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인삼은 당시의 일류 'K-프로덕트'였던 것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그만큼 한국 인삼의 효능이 좋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실제로 인삼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지만,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 인삼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인삼의 명성은 위에 밝힌 대로 삼국시대에부터 당나라에까지 잘 알려졌고 고려삼, 백제삼, 신라삼(나삼)으로 세분될 정도였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고려인삼'이라고 '브랜딩'이 돼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에도 고려인삼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인삼이 휴대하기 간편하고 가벼워 독립운동 자금을 만드는데 용이했다. 독립운동가 이기환은 나라가 망하자 의혈단에 들어갔고 집안이 고려인삼을 유통하던 개성의 거상이었기에 인삼을 말린 백삼을 파는 사업을 해 독립운동 자금을 댔다.
이토록 유명한 인삼으로 빚은 술이 인삼주다.
인삼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중국 당나라 명의인 손사막이 지은 의학서인 '천금방'(千金方)에 나온다. 삼국시대에 중국으로 인삼을 수출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인삼주를 빚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 후기 문헌인 '임원경제지'에 기록된 구체적인 인삼주 양조법은 인삼을 가루로 만들어 누룩과 찹쌀을 넣어 빚거나, 인삼 가루를 주머니에 담아서 술에 침지했다가 끓여 마신다고 했다. 오늘날에는 가정에서 인삼주를 만들 때는 소주에 인삼을 담그는 방식을 활용한다.
현대에 와서 상품으로 양산화된 인삼주는 '고려인삼주'다.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 풍기 지역에서 엄선한 4년근 삼을 저온 장기 침출해 인삼 고유의 맛과 향, 효능을 그대로 담아낸 술이다.
1972년 첫 생산 후 50여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가 직접 수삼이나 인삼을 구입해 소주에 담가 먹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판매량이 줄어 2007년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생산회사인 롯데주류(현.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판매 중단 이후에도 35도(나이지리아용)와 28도(홍콩, 일본용)를 꾸준히 수출하여 인기를 얻어 '짝퉁 논란'까지 터졌다.
지난 2013년 롯데주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고려인삼주는 국내 판매를 중단하고 수출에 집중한 이후 나이지리아, 홍콩 등지에서 인기를 끌며 해외 판매량이 2010년 7만2천병(100만 달러)에서 2012년 8만5천병(120만 달러)으로 늘었다. '고려인삼주'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제품명과 패키지를 그대로 모방하고 가격을 60% 이상 낮춰 만든 중국산 모조품이 등장, 현지 경찰의 단속으로 모조품 판매상이 처벌받기도 했다는 내용이다.
이 술은 처음에는 백화양조가 백화인삼주라는 이름으로 출시했지만 이후 이름도 백화 고려인삼주로 바뀌고 생산회사도 백화양조에 이어 두산을 거쳐 롯데가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판매 중인 인삼주는 지역별, 주종별로 다양한데 그 일부를 보면 강화지역은 강화탁주(쌀로 빚은 인삼 생막걸리), 찬우물주조(고향 인삼 생막걸리), 금풍양조장(금학탁주 그린), 주연향(야수 53 G)이 있다.
금산지역은 금성주조(금산 인삼 생막걸리), 금산양조장(금산인삼막걸리), 금산인삼주(수삼23 & 43, 금설)이 있다.
기타 지역으로는 충북 괴산의 자연과 인삼(홍삼명주). 강원 홍천의 삼삼가(삼삼주), 전북 진안의 태평주가(진심인삼주), 경기 파주의 운정양조장(파주 개성 인삼막걸리), 서울의 서울장수(장홍삼막걸리), 대구의 대구전통주(삼천갑자동방주) 등이 있다.
위에 소개한 인삼주 외에도 많은 종류의 인삼주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방에서는 인삼주의 효능이 거의 '만병통치 급'이다. 피로 해소, 기억력 향상, 염증 완화, 면역력 강화, 원활한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촉진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전한다. 물론 인삼주도 술이니 과유불급은 당연한 이치다. 어찌 됐든 인삼주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원조 한류 상품이다.
신종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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