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VS 군’ 고구마만 고민했더니…별별 품종 다 있구마
밤고구마 ‘진율미’, 생식용 ‘해피미’ 등 다양
찌거나 삶아 먹으면 굽는 것보다 GI 낮아
찬 바람이 부는 계절, 길거리에서 파는 ‘군고구마’는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향기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노릇노릇 잘 익은 고구마는 맛도 좋지만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페놀산 등이 함유돼 건강에 더욱 좋다.
고구마를 먹다 보면 맛과 식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떤 고구마는 부드럽게 씹히지만, 물기 없이 타박타박한 식감의 고구마도 있다. 또 고구마의 품종에 따라 껍질과 과육의 색도 다르다. 다이어트 먹거리인 동시에, 겨울철 별미로 통하는 고구마의 품종과 효능을 알아보자.
◆고구마의 품종은=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고구마는 1763년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이후 1980년대부터 경제가 성장하면서 맛과 품질이 좋은 품종 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흔히 익혀 먹었을 때 물기 없이 타박타박한 식감인 고구마를 ‘밤고구마’, 촉촉한 수분감이 많은 고구마를 ‘물고구마’, 적당한 수분감과 함께 달콤한 호박맛이 나는 고구마를 ‘호박고구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먹었을 때 느껴지는 직관적인 맛에 따라 편의상 부르는 명칭으로 정확한 품종명은 아니다.
① 진율미=육질이 부드럽고 황색인 밤고구마다. 껍질은 홍색을 띠며 양끝이 뾰족하고 긴 모양이다. 고구마 1개당 무게는 약 150g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크기다. ‘진율미’는 쪄서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매우 뛰어나다. 찐 ‘진율미’의 당도는 27.3브릭스(Brix) 정도다. 특히 ‘진율미’는 고구마 지표 부근의 줄기가 갈라지다가 말라 죽는 ‘덩굴쪼김병’에도 강한 편이어서 재배 안정성도 뛰어나다.
② 호풍미=껍질이 붉고 모양이 균일해 상품성이 높은 호박고구마다. 모양은 타원형이며 육색은 늙은 호박의 속처럼 주황색을 띤다. 기존 호박고구마인 ‘풍원미’와 ‘호감미’를 교배해 만든 ‘호풍미’는 당도가 쪄서 먹을 때 26.9브릭스, 구웠을 때 32.7브릭스로 매우 달콤하다.
맛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 ‘호풍미’에는 면역력 향상과 시력 보호에 효과가 있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기존 호박고구마보다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③ 단자미=품종명 그대로 고구마의 껍질과 육질이 모두 자색을 띤다. 육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다. 보통 자색고구마는 쪄서 먹을 때 식미가 밤고구마나 호박고구마보다 떨어진다. 이에 샐러드 등 생식용이나 주스 같은 가공용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단자미’는 이런 자색고구마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찐고구마로 먹을 때의 당도가 31.3브릭스 정도로 높다.
④ 다호미=양끝이 뾰족하고 긴 모양인 ‘다호미’는 껍질은 홍색이고 육질은 주황색을 띤다. 덩굴쪼김병 등 병해충에 강하지만 식미나 당도는 다소 떨어진다. ‘다호미’를 쪘을 때 당도는 24.8브릭스다. ‘다호미’는 고구마 칩으로 만들었을 때 식감과 맛이 좋아 식품가공용으로 많이 소비된다. 고구마스틱과 칩으로 가공하기 좋은 품종에는 ‘헬씨미’도 있다.
⑤ 연자미=‘단자미’처럼 자색고구마다. 쪘을 때의 당도가 15.3브릭스로 낮은 편이다. 고구마의 단맛을 느끼고 싶다면 ‘연자미’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생식용으로 좋고, 당도가 낮아 다이어트를 하거나 혈당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비록 단맛은 적지만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저장성도 우수하다.
⑥ 대유미=고구마의 껍질은 자색이며 육질은 황색을 띤다. ‘대유미’는 식미도 좋지만 전분 함량이 높아 식용과 전분가공 겸용으로 활용된다. 찐 고구마의 당도는 17.4브릭스로 단맛은 적은 편이다.
⑦ 연황미=‘연황미’는 찐 고구마의 육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26.3브릭스로 높아 식용으로 알맞다. 다만 고구마의 평균 크기가 약 128g으로 작고 덩굴쪼김병에도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⑧ 해피미=생식용 주황색 고구마다. 생고구마의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수분함량도 높다. 생고구마의 당도가 5.6브릭스로 낮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해피미’를 재배할 때는 심은 후 100~120일 후에 수확하는 게 좋다. 130일 이상 재배하면 대형 덩이뿌리가 많아져 상품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⑨ 주황미=고구마의 육질이 아주 예쁜 주황색을 띤다. ‘주황미’ 생고구마의 당도는 8.4브릭스다. 당도가 낮고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아 건강에 좋다.
⑩ 하얀미=품종명 그대로 육질이 매우 하얗다. ‘하얀미’는 고구마 끝순에 페놀산과 대장 기능 개선에 유익한 식이섬유 함량이 풍부하다.
◆고구마의 효능은=고구마에는 에너지 공급원인 탄수화물을 비롯해 단백질·지방·식이섬유·칼륨·인·철분 등이 고루 들어 있다. 이에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저녁 대신 고구마를 쪄서 먹기도 한다.
특히 고구마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폐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베타카로틴의 함량은 품종에 따라 다른데 ‘주황미’처럼 고구마의 육질이 주황색을 띨수록 함량이 높다.
또 고구마의 생즙에는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물질이 있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을 무독화한다. 다만 고구마를 갈 때 믹서나 주서기 등 기계를 사용하면 순간적으로 온도가 높아져 항암물질 유효성분이 파괴될 수도 있다. 이에 고구마를 강판에 갈아 헝겊으로 짜서 먹는 게 좋다.
생고구마를 자르면 하얀 유액이 나오는데, 이는 고구마의 상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얄라핀이다. 얄라핀은 고구마에 풍부한 식이섬유와 상승작용을 하며 변비 해소에 도움을 준다. 만약 변비가 심하다면 고구마를 생즙으로 먹는 것도 효과적이다.
고구마에는 페놀산도 풍부하다. 페놀산은 세포 내 산화 억제 등 항산화 작용을 하며 자색고구마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아울러 고구마에 함유된 칼륨은 혈압을 내리고 스트레스와 피로를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고구마 관련 꿀팁은=고구마는 1개당 무게가 100~200g 정도로 너무 크지 않고 모양이 고르며 껍질 색이 선명한 것이 좋다.
고구마는 조리 방식에 따라 혈당지수(GI)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당뇨협회에 따르면 생고구마의 GI는 61이지만 구우면 80으로 올라간다. 반면 찌거나 삶은 고구마의 GI는 45 정도다. 체중 감량과 당뇨 예방 등을 위해 혈당관리가 중요하다면 삶거나 찐 고구마를 먹는 게 좋다.
또 고구마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돼 속이 더부룩한 사람이라면 무로 만든 동치미나 깍두기를 곁들여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있어서다. 또 고춧가루는 고구마에 함유된 비타민 A의 흡수율을 높이기 때문에 김치와 함께 먹는 것도 좋다.
◇사진·도움말=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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