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콘텐츠·장면 쏙 뽑아… ‘AI 셋톱’으로 IPTV 시장 부활[복합위기, 초격차 혁신으로 뚫어라!]

이예린 기자 2024. 11. 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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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위기, 초격차 혁신으로 뚫어라! - (12) KT
인공지능 탑재 ‘지니TV 4’ 출시
IPTV 첫 3300만 화소 8K 지원
주변상황에 따라 화면밝기 조절
날씨 맞춰 배경화면 바꿔주기도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전무)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세계 인터넷TV(IPTV) 최초로 8K 화질을 지원하는 ‘지니TV 셋톱박스4’를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자취하는 이하윤 씨가 야근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KT의 인터넷TV(IPTV) 셋톱박스가 TV를 자동으로 켠 뒤 그가 평소 챙겨보는 ‘나는 솔로’를 띄워줬다. 이 씨는 때마침 배달 온 치킨을 먹으면서 곧바로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직장인 조문경 씨는 주말 낮 집에서 암막 커튼을 치고 영화를 봤었지만, 이제는 AI가 알아서 화면 밝기를 조절해주니 커튼을 치지 않아도 됐다.

KT가 지난 5일 공개한 ‘지니TV 셋톱박스4’의 가상 활용 시나리오다. 지니TV 셋톱박스4는 다양한 AI 기능을 갖고 있다. ‘목소리 강조’ 기능으로 대사를 더 선명하게 들려주고, ‘AI 골라보기’를 통해선 콘텐츠에서 원하는 인물과 장면만 빠르게 찾아주기도 한다. 예컨대 “나는 솔로에서 정희 나오는 부분만 보여줘”라고 주문받으면 해당 인물이 출연한 부분만 뽑아 재생하는 식이다. TV가 꺼져 있을 때 화면에 날씨나 추천 도서 한 문장 등을 띄우는 ‘AI 배경 화면’ 기능도 있다. 이는 셋톱박스가 설치된 지역의 특성이나 사용 시점의 날씨, 계절적 특성을 반영한다. 산악 지역에서 눈 오는 날엔 눈이 쌓인 산속 풍경을 배경 화면으로 생성해 보여준다.

이 같은 주요 AI 기능은 내년 상반기까지 기존 셋톱박스 모델에도 차례로 적용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지니TV 앞에서 어린이와 양육자가 구두로 이야기를 들려주면 TV가 관련 영상을 만들어 동화 콘텐츠로 생성하는 기능도 출시된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전무)은 “셋톱박스를 단순한 TV 수단이 아니라 사용자와 AI를 잇는 ‘AI 허브’로 진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니TV 셋톱박스4는 IPTV 최초로 8K(약 3300만 화소) 화질을 지원한다. 탑재된 8K UHD 칩셋은 성능이 50% 높아진 중앙처리장치(CPU)와 AI 전용 프로세서(NPU·신경망처리장치)를 내장했다.

KT 관계자는 “지니TV에서 유튜브의 K-팝 아이돌 공연을 직접 찍은 콘텐츠나 KBS의 ‘히든어스’ ‘독도평전’ 등 고화질 콘텐츠를 생생하게 시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K(약 830만 화소) 또는 풀HD(약 200만 화소) 콘텐츠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8K 업스케일링’ 기술로 실시간 방송·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유튜브 영상을 초고화질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월 임대료는 월 6600원(3년 약정)으로 전 제품 대비 가격이 올랐다. 김 전무는 “셋톱박스에 새 기능을 계속 넣어 IPTV 이용시간을 늘리면서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며 “새 광고시장도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가 IPTV 고도화에 주력하는 배경은 최근 OTT 이용률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둔화한 IPTV 가입자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IPTV 가입자는 2092만5902명으로 상반기 대비 0.54% 늘었다. 2021년 하반기 3.61%, 2022년 하반기 1.79%와 비교해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한편 앞서 지난 2008년 11월 국내 최초로 IPTV 상용화에 성공한 KT는 그동안 관련 기술에서 선두를 달려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4K와 밝기기술(HDR) 주문형비디오(VOD), HDR과 돌비비전(고화질 영상기술)을 동시에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7년에는 국내 최초의 AI TV이자 음성 명령으로 작동하는 TV ‘기가지니’를 출시, AI 미디어 시대를 열었다. KT IPTV 가입자는 2008년 출시 당시 100만 명, 2013년 4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올해 상반기 94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내년 지니TV에 특화된 고성능 AI 비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무는 “MS 외에도 여러 빅테크와의 협업을 통해 토털 AI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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