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성숙함으로 물든 메르세데스-AMG GT 쿠페

김성환 2024. 11. 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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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아진 공간 활용성, GT 성격 조금 더 짙어져
 -AMG 특유의 강한 성능은 그대로, 정교함 인상적

 AMG의 색깔은 매우 다채롭다. 극단적으로 출력을 끌어 올린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35 45 AMG의 매력도 느낄 수 있으며 48V 마일드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전동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고성능 53 AMG도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V형 8기통 배기량 엔진에 폭발적인 펀치력을 체감할 수 있는 정통 AMG는 독보적인 성격으로 수많은 팬을 양성했다.

 이처럼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AMG 중에서도 정수 라고 말할 수 있는 AMG GT 쿠페를 독일에서 시승했다. 벤츠 F1 기술을 접목한 현실적인 양산형 스포츠카 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신형으로 오면서 조금 더 성숙해진 느낌도 마음에 들었다.

 짧은 시승 시간으로 인해 여유롭게 차를 살펴볼 수 없었다. 무작정 운전대를 잡고 거리로 나섰다. 우렁찬 배기사운드가 등장을 알리며 화려한 계기판이 흥분을 부추긴다. 초기 응답성은 매우 좋다. 가속페달 양의 맞춰서 속도를 매우 섬세하게 끌어 올린다. 순식간에 원하는 숫자에 올려놓고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 정도다. 

 거대한 보닛 안에는 강력한 심장이 들어있다. V8 4.0 바이터보와 AMG 스피드시프트 MCT 9단 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81㎏∙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단 3.2초면 충분하고 제한 속도는 315㎞에 달한다. 참고로 해당 엔진은 AMG가 지켜온 1 인 1 엔진 제작 원칙에 따라 독일 아펠터바흐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조립된다.

 고속에서는 풍부한 힘을 느낄 수 있는데 이 과정 또한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한마디로 강한 출력을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일반모드에서는 가능하다. 욕심을 부려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는 주행 모드를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로 번갈아 사용했다. 각 단계별로 차의 성격은 무척 예민해지며 본격적으로 하드코어 질주를 위한 준비를 마친다. 

 특히, 스티어링휠 반응이 인상적인데 돌덩이처럼 무거워지고 칼 같은 방향 전환을 유도한다. 마침 굽이치는 시골 길에 들어갔고 조금 더 강한 코너 진입과 탈출을 시도했다. 차는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정확한 라인을 그리며 내달렸고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몸을 트는 핸들링 실력 덕분에 모두가 감탄사를 내 질렀다. 여기에 탄탄하게 조인 섀시 컨트롤도 마음에 든다. 확실히 이전 세대 GT 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진 느낌이며 날것 그대로의 성격은 줄었지만 정확도 측면에서는 훨씬 높아진 듯하다. 

 변모한 차의 성향은 고속 직진 구간에서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는데 서스펜션 역할이 상당했다. 주행 모드 별로 차이가 크며 일반 에서는 매우 안락한 승차감을 보여줬다. 속도는 말도 안되게 높은데 탑승자는 전혀 불안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그랜드 투어러 영역이 넓어진 느낌이다. 2+2 구조의 시트와 깊고 넓은 트렁크만 봐도 장거리 여행 동반자로 손색 없는 신형 GT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공기역학적 성능을 위해 능동적으로 제어되는 공기 제어 시스템 '에어패널'을 탑재했다. 프론트 에이프런 하단 공기 흡입구 뒤의 패널과 위쪽 공기 흡입구 뒤에 위치한 수평형 패널을 제어해 공기역학적 성능을 높인다.

 평상시에는 모든 패널이 닫혀 있는데 이를 통해 프론트 쪽 지지감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이후 냉각을 위해 공기가 필요할 때 이를 개방한다. 두 번째 패널은 180㎞/h 에서 반응한다. 엔진 앞 언더바디에 숨겨져 있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요소도 증가된 핸들링에 기여한다. AMG 주행 모드에 반응하며 80km/h 이상의 속도에서 자동으로 차체를 약 40㎜ 낮춰준다.

 물론 이녀석은 스포츠 플러스 위에 레이스 모드도 있어서 트랙을 공략하는 데에도 전혀 부족하지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노멀 모드에서만큼은 일반적인 차들과 함께 일상 도로를 달리는 데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이처럼 주행 모드 별로 성격을 명확히 나눠놨으며 양산차에 맞게 대중 입맛을 사로 잡기 위한 벤츠의 노력이 돋보인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적당한 와인딩 로드와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 구간을 넘나들며 짧고 굵은 시승을 마쳤다. 이후 숨을 고르기 위해 차에서 내려 간단한 내외관을 살펴봤다. 겉은 기존의 GT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롱 노즈 숏 데크 디자인과 부풀린 펜더, 근육질 캐릭터 라인도 역시나 멋있다. 이와 함께 제법 부드럽게 처리한 실루엣과 루프 라인은 예전 300 SL을 보는 것처럼 우아함도 동시에 전해진다. 

 세부적인 디테일 요소는 변화 폭이 크다. 앞뒤 램프는 타원형으로 조각을 지어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했으며 그릴과 공기 흡입구 면적도 키워 고성능 차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정통 AMG를 뜻하는 사각형 쿼드 베기구도 온전히 자리 잡았다.

 선택 품목인 21인치 블랙 휠과 광폭 타이어 조합이 뛰어나고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5S 도 성능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고성능 컴포지트 브레이크 시스템은 탁월한 감속 값과 정밀한 제어를 보장한다. 극한 상황에서도 짧은 제동 거리, 민감한 반응, 높은 안정성이 인상적이다. 

 실내는 가장 최신의 벤츠 패밀리-룩을 이어 받았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세로형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워낙 많은 라인업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함마저 느낄 정도다. 센터 터널은 둥글게 처리했으며 적당한 사이즈의 컵홀더와 수납공간 정도가 눈에 보인다.

 손에 쥐는 맛이 좋은 전용 스티어링 휠과 몰입도를 높이는 풀 디지털 계기판, 그래픽도 불만이 없다. 스포츠 시트는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도 좋지만 디자인이 무척 고급스러워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심지어 똑같은 모양으로 뒷자석도 있기 때문에 달라진 차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공간이 잘 나오는 건 아니지만 단거리 이동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의 2열이다. 트렁크도 놀랍다. 적재 스페이스가 상당히 잘 나오며 폴딩을 하면 긴 짐도 무리 없이 수납할 수 있을 듯 하다.

 신형 AMG GT는 이전보다 훨씬 생각이 깊어졌다. 순간의 강력한 응답성 보다는 접지와 스테빌라이저에 힘을 싣고 잠깐의 쾌락 대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쪽을 택했다. 그만큼 일상 속 마주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장거리 여행길이 더욱 두근대는 차다. 그랜드 투어러의 자세를 온전히 수행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 받을 준비를 마쳤다. 그만큼 신형의 활약이 더욱 궁금해진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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