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자동차 먹구름”…삼성·현대차 대책 마련 발등의 불 [다시 트럼프 시대]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조윤희 기자(choyh@mk.co.kr),김동은 기자(bridge@mk.co.kr) 2024. 11. 7.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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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스법 지원금 불확실성 커져
텍사스 공장 건설중인 삼성
양산일정 미루고 대응책 마련
전기차 보조금 축소 가능성
현대차, 차종 생산계획 수정
배터리는 IRA 향방이 최대 변수
SK온, 세액공제 규모 예의주시
유럽 군비 증강 땐 K방산 호재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당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실화하면서 한국의 산업 대부분 분야에서 대미 사업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맞췄던 미국 수출과 대미 투자계획은 트럼프 2기의 정책 불확실성 속에 180도 바뀔 전망이 높아지면서다.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산업분야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정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혜택을 노리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시켜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칩스법과 IRA를 폐기 혹은 수정할 것이 확실시되는만큼 향후 정책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칩스법 지원금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철회할 수 있다.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섣불리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반도체 공장 전경 [AFP =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170억 달러를 투자해 4나노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바이든 정부로부터 반도체 공장 건설단계별로 총 64억달러 보조금을 받기로 약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정부의 지원금 불확실성 여파로 양산 시점이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TSMC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했지만 인력 확보 등을 이유로 라인 운영 시점을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반도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 면제되지만 트럼프 2기에선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 확장법 232조,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301조를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지원법 입안 시기가 트럼프 1기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전략상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 축소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 “반면 중국기업 대상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방한 당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트럼프 전 대통령, 제임스 김 암참 회장, 허영인 SPC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준 농심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미국 현지 생산해 판매한다는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설해 시험 가동을 막 시작한 상태지만, 계획대로 전기차를 생산하기보다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다른 차종을 생산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나오는대로 새로운 차종별 생산계획을 적용해야할 것”이라며 “미국 내 공장뿐 아니라 전 세계 공장의 생산계획을 동시에 바꿔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전기차용 강판을 만드는 현대제철은 지난달부터 조지아 전기차 전용 강판 가공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공장 생산거점을 구축한 데 따른 것이다. 조지아 공장 보조금도 지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부과 정책도 큰 리스크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명목으로 한국을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보편적 관세 부과에 대응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미국 외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관세를 피해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항구 원장은 “수출선 다변화가 꼭 필요하지만 중국산 자동차가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을 선점한 현재 상황에선 이조차도 쉽지 않다”며 “ 자동차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 전망도 암울하다. 트럼프 1기 시절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모든 수입 철강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으로 자국 무역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조치 중 하나다.

배터리 기업들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조항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의 향방이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 켄터키·테네시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인 SK온은 AMPC규모가 축소될 경우 내년에도 흑자가 이어질 지 미지수다.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 보조금 예산 제한 같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SK온의 북미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SK온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에도 IRA자체가 폐기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미국 내 투자와 현지 캐파를 강화해 중국산 배터리 대비 우위를 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2기가 ‘중국 때리기’ 기조가 강화된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 조형진 커니코리아 전략그룹 리더는 “트럼프 2기는 지난 트럼프 전 대통령 정권과 조금 다르다”라며 “과거 본인의 이상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도 일부 있어서 IRA 등을 과격하게 중단시키거나 하지 않아 생각보다 극단적인 변화가 없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2기가 불러올 국제적 안보 불안상황은 우리 방위산업체에게 수출 시장 확대라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폐지를 공공연하게 언급할 정도로 미국 중심 글로벌 동맹체제에 불신감을 드러내왔다. 특히 유럽내 나토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GDP의 3% 수준까지 끌어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목도중인 유럽 국가들이 군비 증강에 나설 경우 ‘K 방산’ 수요가 현재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국가들이 GDP 3% 수준까지 국방비를 늘리려면 향후 최대 5000억달러의 국방비 순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거론된다. 신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전망으로, LNG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또 중국 조선사에 대한 견제가 심화돼 한국 조선소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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