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더 빠지는 것 같아"…'탈모 성지' 몰려간 20대 [르포]

오석진 기자, 김호빈 기자 2024. 11.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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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싼 병원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병원과 약국 수십곳이 '탈모 처방'이라는 간판으로 시민들 눈길을 끌고 있었다.

이른바 '탈모 성지'로 불리는 종로 5가 병원가에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청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원형 탈모의 경우 이미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라며 "정말 심각하고 문제가 되는 질환들부터 급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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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들 "탈모 성지, 6개월치 약값 10만원…다른곳보다 절반 수준"
6일 오전 9시 '탈모 성지'로 불리는 종로 5가 인근 병원가. /사진=오석진 기자


"가격이 싼 병원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6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종로 5가. 병원과 약국 수십곳이 '탈모 처방'이라는 간판으로 시민들 눈길을 끌고 있었다. 피부과, 이비인후과는 물론 한의원까지 탈모 관련 처방을 한다고 홍보했다.

이날 한 병원을 다녀온 김모씨(27)는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이곳을 찾아왔다"며 "(병원에) 확실히 젊은 층이 많다"고 밝혔다. 김씨는 "대부분 남성이 탈모 고민을 할 것"이라며 "저렴한 약값 때문에 여기로 왔다"고 했다.

약국 앞에서 만난 이모씨(25)는 "환절기가 되면 머리가 더 빠지는 것 같다"며 "탈모약이 비싸서 혼자 끙끙 앓다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혼자 정수리 사진을 찍어보고 '아니겠지' 하며 버텼다"며 "가격이 싼 병원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다"고 했다.

단순 탈모는 비급여…'탈모 성지'로 몰리는 20대들
이날 대학생 김모씨(24)가 구매한 5개월치 탈모약. 김씨는 이정도 양을 8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며 '약값이 저렴한 편'이라고 밝혔다. /사진=오석진 기자

이른바 '탈모 성지'로 불리는 종로 5가 병원가에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청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질병으로 생기는 2차적 탈모가 아닌 '단순 탈모'는 비급여 진료 항목이라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치료 받은 전체 탈모 환자 중 20대는 18%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체 탈모 환자는 24만3557명이었다.

이모씨(28)는 5년 전부터 약을 복용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에 다니면서 쓰는 약값이 6개월에 10만원 정도"라며 "정말 싸다. 다른 곳은 2배 정도 비싸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온 대학생 박모씨(24) 역시 "5개월치 약을 탔는데 8만원"이라며 "정말 싼 편"이라고 했다.

대학생 최모씨(25)는 "돈을 벌지 못하니 가격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곳마저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모 환자들 "지원해주세요"…전문가들 '글쎄'
종로 5가에 탈모 치료로 유명한 병원이 있는 건물(왼쪽)과 또 다른 유명 병원 입구(오른쪽). /사진=오석진 기자

탈모 환자들은 탈모로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수준이라며 탈모 치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약을 처방받은 김모씨(28)는 "'결혼 기피 1순위가 대머리'라는 말도 있다. 두피가 보일까봐 밝은 빛 아래로 잘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스트레스가 큰데 지원도 안 되니 서글프다"고 했다.

매년 종로5가를 방문해 1년치 약을 사간다는 강모씨(29)는 "창피해서 남들한테 말도 못 하고 감추느라 스트레스인데 약값마저 비싸다"며 "일부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원형 탈모의 경우 이미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라며 "정말 심각하고 문제가 되는 질환들부터 급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상욱 대한탈모학회장은 "원래부터 헤어라인이 뒤로 밀려 '엠(M)자'인 사람이 있다"며 "형평성 문제도 있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위한) 기준 자체를 세우기 어렵다"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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