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면 1억 지원”… 저출생 극복 ‘파격 인센티브’ 통했다 [지방기획]
임산부 교통비·아이 꿈 수당 등 신설
아동수당과 별도로 지자체 추가 지원
2024년 8월 기준 누적 출생아 수 9949명
2023년比 6.5%늘어 7개 시·도 중 최고
하루 임대료 1000원 ‘천원주택’ 공급
신혼부부 주거비 부담 해소에도 주력
인구가 곧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인구는 그 나라의 경제력과 연동되고, 이를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진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인구·지역 소멸로 급격히 달려가는 중이다. 매해 국내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약 20만명에 불과하다. 과거 1960년 후반부터 1970년 중반 세대에서는 한 해 100만명이 태어나 그야말로 대폭발 시대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위기감이 나온다.
역대 정부는 이 같은 인구 문제에 대응하고자 2006∼2023년 3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세계 236개국 가운데 꼴찌인 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에 해당한다. 향후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이런 가운데 민선 8기 유정복 인천시장은 임기 동안 태어나는 아이 한 명당 1억원까지 지원하는 획기적인 저출생 정책을 펴고 있다.
6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2월 지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1억 플러스 아이드림(1억+i dream)’을 공식 발표했다. 국비와 지자체 매칭의 부모급여(1800만원), 아동수당(960만원), 첫만남이용권(200만원), 초·중·고교 교육비(1650만원), 보육료·급식비(2540만원) 등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여기에 인천이 발굴한 2800만원이 더해지는 게 핵심 내용이다.
시는 ‘천사(1040만원) 지원금’을 통해 1∼7세에 연 120만원씩 총 840만원을 지원한다. 2023년생부터 지역 전자화폐 인천e음 포인트로 채워 준다. 학령기인 8∼18세 기간에는 ‘아이(i) 꿈 수당’을 준다. 당장 정부·지자체가 0∼7세에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제공하지만 8세 이후로 끊겨 가정의 양육비 부담이 가중되는 데 착안했다는 전언이다. 올해 2016∼2019년생에 월 5만원, 2028년부터 2020∼2023년생 10만원, 2032년부터 2024년생 15만원 등 단계적 증액이 이뤄질 전망이다.
인천시는 임산부 교통비도 선보인다. 이동 편의 증진으로 태아 안전 및 건강한 출산을 돕자는 취지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오가는 임산부에게 택시요금, 자가용 유류비 등을 보탠다. 임신 12주부터 출산일로부터 3개월(90일) 이내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시는 개인별 여건에 따라 난임부부 서비스와 결식아동 급식 이외 산후조리비와 같은 맞춤형 지원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은 시행과 동시에 시민들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달 25일 현재 신청자를 보면 임산부 교통비(시작일 4월1일) 1만5875명, 천사 지원금(〃 6월10일) 8932명, 아이 꿈 수당(〃 8월1일) 1만8243명 등으로 집계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가적 재앙 수준의 저출생과 인구 감소란 당면 과제를 풀어내는 명확한 청사진 제시에 이어 차근히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저출생 후속 정책으로 ‘아이 플러스 집드림(i+집 dream)’을 내놨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에 따른 자녀 출산과 양육 포기 현상은 정부가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정주 환경을 구축하는 게 골자”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하루 임대료가 1000원인 ‘천원주택’을 준비하고 있다. 천원주택은 시가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60∼85㎡ 이하)을 제공하는 ‘매입임대’와 지원자들이 관내 민간주택(전용 85㎡ 이하)을 구하면 지자체가 소유주와 계약한 뒤 월 3만원에 임차인에게 빌려주는 ‘전세임대’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시는 결혼한 지 7년 이내의 신혼부부(예비 포함)에게 최초 2년, 최대 6년까지 연간 1000호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는 또 민간의 평균 월 임대료인 76만원과 비교해 4% 수준에서 삶의 공간에 대한 불안함을 없애기로 했다. 또한 신생아 가정의 내 집 마련을 돕는 ‘1.0대출’은 내년 이후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추진된다. 정부의 신생아특례디딤돌대출(1.6∼3.3%) 등 이미 인하된 금리에다 시가 추가로 지원해 더 낮춰 주는 것이다. 최대 대출금 3억원 이내에서 1자녀 0.8%, 2자녀 이상 1.0% 이자를 보탠다. 연간 최대 300만원까지다.
시의 잇단 저출생 결과물은 눈에 띄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 8월 말 기준 인천 지역 누적 출생아 수는 9949명이다. 전년 동기(9338명)보다 611명(6.5%) 늘었다. 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시기 출생아 수가 늘어난 지자체는 인천과 충남(3.0%), 전남(2.4%), 서울(2.3%) 등 6곳이다. 전국 평균(-0.4%)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인천시는 민선 8기 후반기의 시정의 주요 방향에 대해 ‘시민행복 체감 지수 제고’로, ‘i시리즈’를 지속 발표할 계획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사회 전체적 위기이며, 이 문제 타개는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최우선 순위입니다.”
유정복(사진) 인천시장은 요즘 지역 저출생을 부추기는 요인들 해결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사교육 같은 양육비 출혈 경쟁, 높은 청년 실업, 아이와 함께하는 안정적인 삶의 터전 부족 등이 대표적 고민이다.
유 시장은 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가 관리 사각지대는 보완하고 꼭 필요한 곳에 지원해 시민 체감지수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 시장의 이 같은 자신감은 ‘1억 플러스 아이드림’ 정책 등이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가칭)를 부총리급으로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앞서 한 민간기업은 자녀 1인당 장려금을 1억원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의 지원책을 선보였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전국에서 처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공동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시가 시즌2로 내놓은 ‘1억 플러스 집드림’에 대해 유 시장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 머물러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라며 “집값 부담을 대폭 줄임으로써 주거 불안 해소 및 자녀를 낳아 기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출생 정책의 ‘물꼬’를 틀었다는 자평인 것이다.
시는 더 나아가 두텁고, 세밀하면서, 안전한 맞춤형 아이돌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근무한 돌보미에게 추가 수당을 주고, 원하는 때 이용이 가능한 시간제 보육 운영으로 틈새를 더욱 촘촘히 채울 예정이다. 경제적 부담으로 출산을 망설이는 저소득층 임산부에게는 산후 조리비를 보태고 별도의 감면·할인 혜택이 부여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지역내총생산(GRDP)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주민등록인구 역시 300만명이 넘어서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 시장은 “인천의 선제적인 대책이 국가 시책으로 확대·전환되길 바란다”며 “일시적인 홍보성 사업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내실 있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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