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③ 교육부·과기부 소통 부재…25년 된 영재교육 삐걱

이종현 기자 2024. 11.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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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과기정통부·시도교육청 소통 부족
영재교육 단계별 연계도 제대로 안 돼
지역별·학년별 불균형 푸는 것도 과제

“입학처장으로서 교육부를 만나서 입시 제도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더니, 교육부 담당자가 과학기술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인데 왜 우리한테 왔냐고 하더라. 마음에 상처를 받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한 과학기술원 입학처장을 지낸 교수의 얘기다. 국내 영재교육 전반은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고, 과학영재교육은 과기정통부가 담당하는 식으로 이원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순간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과학영재교육의 철학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으면서 과학영재교육 체계도 삐걱거린다고 본다.

KT가 초·중학생의 인공지능 활용 역량을 평가하는 에이스(AICE) 퓨처 특별 시험을 시행했다. 사진은 시험을 치르고 있는 응시생들의 모습./KT

국내 영재교육은 교육부가 법과 제도, 기본 운영방향 같은 큰 틀을 제시하면, 시도 교육청과 중앙부처별로 영재교육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급 학교가 운영하는 영재학급과 교육청이나 대학이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이 있고,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영재학교와 과학고등학교가 있다.

하지만 부처마다 영재교육 과정을 따로 운영하다 보니 중복되거나 일관성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한다.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교육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정현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영재교육에서 부처 간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우선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각자 세우고 있는 영재교육 관련 계획을 서로 연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재교육 지원 기관을 법제화해서 역할을 명확하게 하고, 시도별로 영재교육진흥원을 세워서 협력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런 지적에 동의했다. 진병화 부산광역시교육청 영재교육진흥원장은 “현행 영재교육은 시도 교육청과 관련 중앙부처의 상호 지원 협약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영역별로 조정 기능이 약하고 시너지 효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인적자원 개발 주무부처인 교육부총리를 중심으로 과기정통부, 문체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전문가 리딩 그룹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만든 지 25년이 지난 영재교육진흥법을 개정하고, 시행령에 영재교육대상자의 최저 가이드라인를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영재교육 대상자는 2013년만 해도 12만1421명으로 전국 초중등 학생 가운데 1.87%에 달했다. 그런데 2023년에는 이 숫자가 7만627명으로 줄면서 영재교육 대상자 비율이 1.36%로 떨어졌다. 영재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영재교육의 풀(pool·인력 자원)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진 원장은 영재교육 대상자의 비율을 정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들에게 꾸준히 영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국내 영재교육 대상자 현황./KAIST 과학영재교육 포럼

최수진 한국교육개발원(KEDI) 영재교육연구센터 소장은 표준화된 영재교육 교육과정이 없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최 소장은 “영재교육기관 간 연계성이 부족해 가르치는 내용이 분절적이거나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 영재학교 간 연계성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재교육 교육과정을 체계화하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런 교육과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교육지원청별로 영재교육원에 교육과정과 운영을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서로의 다른 정책 방향과 목적을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과기정통부의 목적 지향적이고 적극적인 추진력 없이는 (영재교육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교육부의 관계지향적이고 보수적인 관점 없이는 과학기술 인재양성의 토대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고 쌍방의 관점을 고려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옥수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영재양성센터장은 “교육부 주도의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이 5년 단위로 수립되고 있지만, 이 계획은 과학영재교육의 방향과 과제를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며 “과학영재정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교육부와 과기정통부, 시도교육청이 과학영재교육 정책 추진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논의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과학영재교육에 대한 데이터 수집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별, 학년별 과학영재교육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이 절실하다”며 “초중등 이후 과학영재교육 관련 데이터가 관리되지 않으면 과학영재교육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도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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