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AI 행정명령 폐지’로 빅테크 혁신 기폭제… 변수는 ‘구글 해체론자’ 밴스 부통령
일론 머스크는 정부 규제혁신위원장 임명 예정
AI 등 첨단 산업 발전 가속화 전망
밴스 부통령 당선인 영향력 따라 정책 기조 바뀔 수도
올바른 대통령만 있다면 이 회사(빅테크)들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모두 좋은 상태가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며 테슬라를 중심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픈AI,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친기업적 기조는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을 통해 기술 산업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빅테크에 대한 강력한 반독점 입장을 견지해 온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존재는 친기업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구글 해체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인물이다.
◇ 빅테크, 더 많은 자본으로 AI 투자 강화 나설 듯
트럼프 당선인은 법인세를 최대 15%까지 인하하고 금리를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투자 자금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돼, 막대한 자본 투입이 필요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주요 성장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석 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은 “법인세 인하와 금리 인하는 기본적으로 빅테크 기업들로 하여금 굉장히 환영할 만한 방향성”이라며 “AI나 디지털 광고 같은 핵심 사업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서비스세(DST) 부과에 대해 강경 대응을 시사해왔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가 미국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 기반 디지털세 부과에 나서자,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세금”으로 규정하며 보복 관세 부과까지 거론했다. 김 실장은 “이와 같은 정책이 빅테크에 필요한 자금 여력을 더욱 강화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주요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관계 복원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현 X)를 인수한 후 AI와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에 호응하고 공개 지지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일론 머스크는 규제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트럼프의 유세를 칭찬했으며,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암살 시도 사건 이후 직접 전화해 안부를 묻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서 팀 쿡 애플 CEO와 최근의 유럽연합(EU) 관련 소송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에 호응하듯이 최근 인터뷰에서 “요즘 구글을 보면 이들이 트럼프에게 훨씬 더 기울어져 있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빅테크는) 트럼프를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애플에 약 144억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한 EU 최고법원의 결정에 대해 “올바른 대통령만 있다면 이 회사들은 자유로워질 것”이라면서 빅테크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 “바이든 행정부 AI 행정명령도 폐지”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AI와 기술 산업 전반에 있어서 윤리 및 안전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AI 관련 행정명령을 취임 첫날 철회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행정명령은 AI 안전성 검토와 딥페이크 콘텐츠 워터마크 표식을 의무화하는 규제 등을 포함하고 있어,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불법 검열’로 간주하고 있다.
G7 국가들이 허위정보 확산 방지와 AI 규제 강화를 위해 움직이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이 같은 AI 규제를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빅테크는 규제 부담 없이 AI 혁신을 주도할 환경을 갖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AI와 같은 첨단 산업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한 AI 행정명령 역시 철회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커 이러한 규제 완화와 자율성 부여가 혁신에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다만 규제 완화가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할 우려도 있어, 혁신과 안전성 간 균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트럼프 경합주 승리 도운 밴스 “구글 쪼개져야”
한편,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강경한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입장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러스트벨트로 불리는 오하이오주의 한 이혼가정에서 가난하게 자란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160만권이 팔린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소외된 미국 보수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유명해졌으며,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화당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 지난 2022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정치 신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최대 경합지로 꼽힌 펜실베니아주 등 러스트벨트 경합주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빅테크의 독점이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비판하며, 특히 “구글 같은 빅테크가 쪼개져야 실리콘밸리 혁신이 촉진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규성 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장은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은 디지털 기술과 환경 등 미래 산업을 중시하며 빅테크 기업에 우호적이고, 공화당은 제조업과 에너지 같은 전통산업에 더 친화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밴스의 구글 해체론과 강경한 반독점 입장이 트럼프의 친기업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빅테크를 둘러싼 정책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부통령직이 전통적으로 정책 결정에 있어 실질적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입장이 행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연결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명주 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독단적 결정 스타일을 가진 인물로, 자신의 정책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며 “밴스 부통령의 철학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친기업적 정책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론 머스크 등 트럼프 당선인과의 밀접한 관계에 따라 특정 CEO나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받아 빅테크 간 서열이나 영향력이 재편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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