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가 1분에 10만원씩"…불법 대부업 덫에 노출된 성매매 여성들

조성하 기자 2024. 11.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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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독촉 끝에 스스로 삶 등지기도
"상환 늦으면 가족·지인에게 알려"
[서울=뉴시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촌 골목 바닥에 뿌려진 불법 일수 전단. (사진=여종사자 김씨 제공) 2024.11.06. creat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얘네를 '삼육구(369)'라고 부르더라고요. 이자가 세배 이상 늘어난다고요. 예를 들어 30만원을 빌리면 상환 기간 1주일이 주어져요. 이 기간 안에도 이자가 붙지만, 기간을 초과하면 1분당 10만원씩 이자가 급속도로 붙어요. 늦게 갚으면 지인들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리며 망신을 주고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촌. 강북 지역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발효와 집중 단속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11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뒤부터는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철거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떠나지 못한 성매매 업소들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숙식하며 일을 해온 성매매 종사자들은 세입자도 주민도 아니기 때문에 재개발 과정에서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다.

지난 5일 만난 텍사스촌 종사자 김모(44)씨는 최근 구역 내에서는 처음으로 불법 대부업체 명함 전단을 발견했다고 했다. 김씨는 그 전단을 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고 한다.

인적이 끊긴 이곳 골목 바닥을 '신용불량자 가능' 등 글자가 적힌 일수 전단이 채우고 있다.

불법이란 낙인, 일터의 쇠퇴에 따른 생활고 압박을 받는 텍사스촌 종사자들이 불법 대부업의 유혹에 노출되어버린 셈이다.

김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씨는 "이런 전단들이 널브러져 있는 걸 보니 나도 전화해서 돈을 빌릴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라며 "불법 대부업체 때문에 이렇게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죽하면 (그랬을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뉴시스] 불법 대부업체 일당은 차용증을 들고 촬영한 A씨의 영상과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사진은 또다른 불법 대부업체가 운영하는 계정. (사진=김씨 제공) 2024.11.06. creat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는 대부업체의 불법 추심과 협박에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이도 있었다.

이곳의 여종사자 A(35)씨는 지난 9월 지방의 한 펜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우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내몰린 것은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50만원을 빌리면서부터였다.

과도한 이자율에 A씨의 채무는 2주만에 180만원으로 불어났다.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 일당은 A씨 딸의 유치원 교사를 포함한 지인 100여명에게 "A씨가 미아리에서 몸을 판다"는 문자와 딸의 사진을 보내기 시작했다. 문신을 한 이들이 유치원에 직접 찾아가 '아이를 내놓으라'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견디지 못한 A씨는 결국 세상을 등졌다.

A씨의 동료인 김씨는 불법 대부업체가 이들을 노리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는 "(대부업체 일당과는 주로) 봉고차에서 만남이 이뤄지는데, 자필로 차용증을 쓰고 나면 휴대전화를 빼앗아 자주 연락하는 지인의 번호를 본인들 노트북에 옮긴다"고 말했다.

불법 대부업체 일당은 차용증을 든 A씨를 사진, 영상 등으로 찍기도 했다. 그러곤 돈을 못 갚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사진이나 영상을 올렸다고 한다.

법정 이자율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의 이자를 뜯어내면서, 성매매 종사자들이 처한 간절한 상황을 이용해 더 깊은 수렁으로 끌어들였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은행 대출은 꿈도 꿀 수 없으니, 결국 불법 대부업체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잖아요. 불법 성매매업소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약점이니 제일 만만한 사냥감이죠." - 김씨

이하영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은 "(성매매) 여종사자들은 자기가 성매매를 하는 사실 자체를 주변 지인들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알리겠다고 하는 것이 엄청난 공포로 다가올 것"이라면서 "대부업자들은 이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짚었다.

김씨는 A씨가 1시간가량 신고를 고민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불법 대부업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유로 귀 기울이지 않는 태도가 (경찰에게) 느껴졌다"고 떠올렸다.

최근 보도를 통해 A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서울시가 불법 대부업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에 나섰다. 불법 대부업체 이용자들을 위해 SNS 채널을 개설해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성매매 집결지에 스피커를 설치해 불법 추심 신고 안내 방송도 한다는 것이다.

"우릴 위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 고작 익명 카톡방과 스피커로 안내 방송을 하는 것이라는 게…이건 미아리텍사스를 더 죽이겠다는 거죠. 이제 누가 여길 오겠나요." - 김씨

☞공감언론 뉴시스 crea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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