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 떠들썩하니 더 캄캄…"우리도 '한강' 책 읽고싶어요"

오석진 기자, 김호빈 기자 2024. 11.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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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엔 '책읽기' 붐이 일었지만 시각장애인에겐 딴 나라 얘기다.

정씨는 "시각장애인분들이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일반 도서를 구매하시게끔 요청을 드린다"며 "구매한 도서를 이쪽에 기부해주시면 대체 자료로 녹음 도서나 점자 도서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점자책 부족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습득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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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0시30분 점자의 날을 맞이해 방문한 마포 점자도서실. /사진=김호빈 기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엔 '책읽기' 붐이 일었지만 시각장애인에겐 딴 나라 얘기다.

'점자의 날' 98주년을 맞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점자도서실. 마포구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수천 권의 점자 도서 중 최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같이 유행하는 책들은 없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정모씨는 "도서 구입에 대한 예산이 많지 않다"고 했다. 정씨는 "시각장애인분들이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일반 도서를 구매하시게끔 요청을 드린다"며 "구매한 도서를 이쪽에 기부해주시면 대체 자료로 녹음 도서나 점자 도서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본인이 원하는 도서가 없을 경우에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꼭 신간 도서가 아니라도 '해당 책이 없냐'는 문의는 많이 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류명구씨(57)는 한달에 2~3권씩 책을 읽는 책벌레다. 류씨는 "최근 관심이 많아진 한강 작가의 책 같은 '최신작'을 읽고 싶은 경우가 아주 문제다"며 "우리는 누군가가 점자로 찍어주거나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줘야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점자 제작 오래 걸리고 인력 부족해"…생활 속 점자 늘어났으면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강북구 한빛맹아원 점자도서실. 안네의 일기 표지 위에 점자로 글씨가 써 있다. /사진=오석진 기자
점자 책은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반 소설책을 점자로 바꾸면 4~5배 정도 분량이 늘어난다. 점자책 수요가 적은 것도 걸림돌이다.

류씨는 "시각장애인 문맹률이 90%대라고 한다"며 "접근성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점자를 접할 기회가 적다"며 "생활 속에서 점자가 더 많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관심을 더 갖고 많이 배우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김동복 도서출판 '점자' 대표는 "최근 글자를 읽어주는 '음성 AI'라는 대안이 생기고 있지만 학습서나 수험서의 그래프와 각종 표, 개념 수식어들은 음성으로만 표현하기는 어렵다"며 "점자가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인력도 부족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출판문화협회를 통해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된 신간도서는 총 5687권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전국 1625명이다.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강북구 한빛맹아원 도서관에 있는 점자 도서. /사진=오석진 기자

점자책 부족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습득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점자 보급을 우선 늘려 점자의 효용성을 높이고 시각장애인들의 수요를 증가시켜야한다는 지적이다.

남궁은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점자책이 많지 않아 점자 활용도가 높지않다"며 "점자를 배워도 투자 대비 활용도가 낮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활용도가 낮으면 '점자를 몰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다시 점자 자료가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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