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조화로 통합우승 거머쥔 KIA, 지속적인 강팀 가능하다[초점]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024시즌의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였다. KIA는 1983, 1986, 1987, 1988, 1989, 1991, 1993, 1996, 1997, 2009, 2017시즌에 이어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완성했다.
위기도 있었다. 스프링캠프를 출발했는데 사령탑이 바뀌었고 정규시즌 중엔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KIA는 흔들리지 않고 1위를 질주했다. 결국엔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그 비결은 '신구조화'에 있었다.
'해결사' 최형우와 '버팀목' 양현종
2017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로 이적했던 최형우(40)는 2017시즌 타율 0.342 26홈런 120타점 OPS(장타율+출루율) 1.026을 기록했다. KIA는 최형우의 활약 속에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최형우는 이후 팀의 4번타자로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2018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70홈런 304타점을 올렸다. 시즌당 평균 23.3홈런 101.3타점을 기록하며 타이거즈 4번타자로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 다음 3년은 달랐다. 최형우는 2021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43홈런 207타점을 작성했다. 시즌당 평균 14.3홈런 69타점이었다. 이전 세 시즌보다 확연히 떨어진 타격 성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30대 후반에 접어든 최형우의 에이징커브를 확신했다.
그러나 최형우는 만 40세 시즌이었던 2024년 22홈런 109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타율은 0.280에 그쳤고 시즌 중 부상으로 인해 116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기회마다 타점을 올리며 4번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반기 초반까지 타점 1위를 기록했다. KIA팬들이 '2004년생 최형우'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다. KIA는 부활한 최형우의 해결사 본능을 앞세워 선두를 질주했다.
마운드에선 양현종(36)이 부상병동인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줬다. KIA는 2024시즌 뛰어난 구위를 갖춘 외국인 원투펀치(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를 구성했다. 그런데 크로우는 40.1이닝만 던지고 팔꿈치 부상으로 짐을 쌌다. 네일은 시즌 후반기까지 최고의 투구를 펼쳤으나 지난 8월 NC 다이노스 맷 데이비슨의 타구를 맞아 턱관절 수술을 받았다. 결국 149.1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KIA 좌완 선발투수 이의리(22), 윤영철(20) 또한 부상으로 인해 각각 13.1이닝, 83.2이닝만 던졌다. 선발투수들의 연쇄 부상으로 인해 시즌 중반부터 불펜진에도 과부하가 걸렸다.
그럼에도 KIA는 버텼다. '대투수' 양현종의 활약 덕분이었다. 양현종은 2024시즌 11승5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양현종의 이름값에 약간 못미치는 평균자책점이었지만 무려 171.1이닝을 소화했다. KIA 마운드는 양현종의 활약 속에 무너지지 않았고 2024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4.40)에 올랐다.
최형우와 양현종 외에도 수많은 베테랑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 '캡틴' 나성범(35)은 중심타선에서 타율 0.291 21홈런 80타점 OPS 0.868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 8월16일 '1위 싸움' 분수령이었던 2위 LG 트윈스와의 맞대결에서 9회초 역전 투런포를 날려 KIA 독주 체제를 만들었다.
한국시리즈에선 베테랑 내야수 김선빈(34)과 포수 김태군(34)이 빛났다. 김선빈은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588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김태군은 4차전 만루홈런, 5차전 결승타를 때렸다. 특히 젊은 투수들을 진두지휘하는 노련한 투수 리드로 상대 타선을 최소실점으로 묶었다. 최형우부터 양현종, 나성범, 김선빈, 김태군까지 KIA 베테랑들은 2024시즌 전성기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예상치 못한 김도영의 질주, 믿기 힘든 영건들의 폭발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친 것은 비단 베테랑뿐만이 아니었다. 신예들의 활약도 빛났다. 김도영(21)이 선두주자였다. 신인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도영은 3년차 시즌을 맞이해 알을 깨고 나왔다. 장타력이 터졌고 정교한 타격과 뛰어난 도루 능력을 보여줬다.
김도영의 폭발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첫 풀타임 시즌이기에 시즌 초반 질주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시즌 막판까지 꾸준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김도영은 특히 지난 8월15일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연소(20세 10개월 13일), 최소경기(111경기)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이후 40홈런-40도루 도전까지 나섰다. 비록 최종 38홈런-40도루를 기록하며 40홈런-40도루 달성엔 실패했지만 사실상 MVP를 예약해 놓을 정도로 엄청난 결과물을 남겼다. 1,2년차 시즌과 비교한다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김도영의 1,2,3년차시즌 정규리그 주요 타격 성적
2022시즌 타율 0.237 3홈런 13도루 19타점 37득점 OPS 0.674
2023시즌 타율 0.303 7홈런 25도루 47타점 72득점 OPS 0.824
2024시즌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 OPS 1.067
최형우, 나성범이 뒤에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도영이 'MVP급' 활약을 펼치니, 상대 투수들은 KIA 타선을 버거워할 수밖에 없었다. 김도영 날개를 붙인 KIA는 2024시즌 팀타율 1위(0.301), 팀OPS 1위(0.828), 팀득점 1위(858)를 기록했다.
이범호 KIA 감독 또한 김도영의 성장세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감독은 지난 10월28일 한국시리즈를 마친 후 "올 시즌 모든 선수가 잘해줬다. 특히 김도영이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하면서 팀 자체가 변했다"며 김도영을 극찬했다.
김도영 외에도 수많은 젊은 선수들이 2024시즌 놀라운 활약을 보여줬다. 마무리투수 정해영(23)은 31세이브로 구원왕을 차지했고 곽도규(20)는 리그 정상급 좌완 불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우완 선발투수 황동하(22)와 김도현(24)은 안정적인 투구로 기존 선발투수들의 도미노 부상을 메웠다.
여기에 2018 신인 1차지명 포수 한준수(25)까지 2024시즌 타율 0.307 7홈런 40타점 OPS 0.807으로 맹위를 떨쳤다. 수비형 포수 김태군과 공격형 포수 한준수가 조화를 이루면서 KIA의 포수 포지션은 약점에서 강점으로 바뀌었다.
돌아올 이의리, 지속적인 강팀 기대되는 KIA
완벽한 신구조화로 통합우승을 거머쥔 KIA. 이제 다음 목표는 '지속적인 강팀'이다. KIA는 2009시즌 통합우승 후 2010시즌 5위를 기록하며 4강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2017시즌 통합우승 뒤에도 2018시즌 5위, 2019시즌 7위로 추락했다. 2024시즌 통합우승 후 목표가 '지속적인 강팀'인 이유다.
1,2년 반짝하고 추락하는 팀들을 보면 외국인 투수 성패에 따라 팀의 경쟁력이 좌지우지됐다. 반면 최근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kt wiz는 뛰어난 선발투수들을 앞세워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영표, 엄상백, 소형준, 배제성 등이 맹활약을 펼쳤다. 국내 선발진이 버티고 있으니 외국인 투수의 결과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KIA는 kt wiz처럼 최근 훌륭한 선발투수 자원을 다수 확보했다. '대투수' 양현종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윤영철, 황동하, 김도현을 발굴했다. 여기에 올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좌완 파이어볼러' 이의리도 2025시즌 올스타 브레이크쯤 복귀할 전망이다. 경쟁력을 갖춘 국내 선발투수 자원만 5명, 이 중 24세 이하 투수가 4명이다.
이로써 KIA는 향후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 외국인 투수 기량으로 인해 팀의 전력과 순위가 요동치지 않을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실제 KIA는 2024시즌에도 네일 외에 다른 외국인 투수의 도움을 적게 받았지만 2위와 9경기차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야수 쪽에서도 전망이 밝다. 리그 최고의 선수로 올라선 김도영, 뛰어난 타격을 자랑하는 포수 한준수 외에도 '특급 유망주' 내야수 윤도현(21)이 2024시즌 막바지 타율 0.407 1홈런 8타점을 올리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1루수 변우혁(24)도 2024시즌 타율 0.304 5홈런 OPS 0.839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4시즌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KIA. 그 비결은 신구조화였다. 최형우, 양현종, 나성범 등 베테랑들은 건재했고 신예 김도영, 곽도규, 한준수, 김도현, 황동하 등은 예상보다 큰 성장을 했다. 이제 선발투수, 불펜, 야수까지 젊은 인재들로 가득하다. 베테랑들은 이들을 잘 이끌고 있다. KIA가 지속적인 강팀, 왕조를 건설할 호기를 맞이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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