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태균의 '뒷돈' 전달책은 조폭출신 '尹여조' 의뢰인
강혜경 "3200만원 받아, 尹여조 비용으로 써"…명태균 지시
황 회장, 지역 조폭 출신…선관위에 '尹여조' 의뢰인 신고도
명태균, 檢소환 앞두고 '미래한국연구소와 무관' 주장 준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을 위해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여론조사를 수억원어치 돌렸고 그 비용은 지방선거 공천 희망자들로부터 충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돈 일부의 전달책이 지역 조직폭력배 출신 황모(68)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는 앞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선거관리위원회에 윤 대통령에 대한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신고한 의뢰인으로 밝혀진 바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8일 명씨를 소환해 돈이 오고 간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사를 앞둔 명씨는 '나는 미래한국연구소와 무관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 위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와 본인이 돈을 충당한 행위, 그리고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분리해 '공천 거래'로 연결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C씨 "황 회장님 보낼게, 봉투 하나 받아놔"
녹취에 따르면 C씨는 강씨에게 "사무실 계신가. 황OO 회장님 보낼라고"라며 "20~30분 안에 사무실로 갈 것이다. 봉투 하나 좀 받아 놓으면 된다"고 말한다. 강씨는 이때 받은 돈이 현금 약 3200만원이며, 이를 대선 면밀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자금 전달책인 황씨는 이미 그 전에도 미래한국연구소에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를 의뢰한 인물로 드러난 바 있다. 그는 2022년 1월 17일 경상남도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제20대 대통령선거 및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창원시장선거 여론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신고했다. 미래한국연구소 계좌로 여론조사 비용 300만원을 입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황씨가 해당 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점이다. 지역 조폭 출신이 왜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왜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 수천만원을 명씨 측에 전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여론조사 의뢰 여부에 대해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며 "누군가 내 이름을 남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황씨는 1996년 2월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실형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황씨에 대해 "폭력 전과자 10여명과 함께 일명 'O파'라는 폭력조직을 구성해 마산 합성동 및 오동동 일대를 중심으로 유흥업소·사채업·도박판 경영 등을 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폭력을 일삼아 온 자"로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황씨는 해당 사건 이전인 1994년 11월쯤에도 폭력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집행유예 기간에 추가 범죄를 저질러 결국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황씨는 경남 지역의 한 체육회 협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A·B·C씨, 尹여조 쓰이는거 알고도 '뒷돈' 정황
강씨가 황씨를 통해 C씨의 돈을 받은 배경에는 명씨의 '지시'가 있었다. C씨와 강씨 사이의 통화가 이뤄지기 5일 전인 2022년 2월 28일 통화 녹취에 따르면, 명씨는 강씨에게 "오늘도 (여론조사) 돌려야 하지 않나"라며 "돈은 모자라면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소장한테 얘기해서 A이고, B이고, C한테 받으면 된다. 추가로 돈을 좀 받아야 한다. 그거(여론조사) 내가 돌린다고 다 공지했거든"이라고 지시하는 대목이 나온다.
명씨가 강씨에게 지시한 시점은 미래한국연구소가 대선 면밀조사를 시작한 바로 그날이다. 면밀조사는 샘플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도 더 많이 든다. 부족한 비용을 세 명에게 받아오라고 한 셈이다. 강씨에 따르면 A씨로부터 9차례에 걸쳐 1억 4500만원, B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8200만원, C씨로부터 3200만원 등 총 2억 5900만원을 받았다.
강씨는 명씨가 윤 대통령을 위해 돌린 여론조사 비용으로 총 3억 7500만원이 들었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 돈을 받아오는 대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3억 7500만원 중 A·B·C씨로부터 충당한 비용 2억 5900만원이 포함돼 있는 셈인데, 실제로 김 전 의원이 당선된 이후 A·B씨에게 각각 6천만원씩 총 1억 2천만원을 갚기도 했다.
명씨 또한 이들로부터 받은 돈이 윤 대통령 여론조사를 위해 사용됐다고 실토한 바 있다. 그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은 선불 카드이기 때문에 돈이 모자라면 김태열이 '도와줄 것'이라고 지목한 인사들로부터 받아오라고 했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PNR로부터 회선을 임대해서 여론조사를 돌렸는데, 전화 횟수마다 값이 책정돼 있고 이를 선불 형식으로 충전해 놓으면 전화를 돌릴 때마다 차감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尹, '3인방' 자리 봐줬나…검찰 수사 '주목'
민주평통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인선의 경우 사무처에서 추천을 올리면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구조다. 지역 협의회장의 경우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각종 회의나 행사에 대표로 참석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자리라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B씨가 협의회장으로 임명된 지역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캠프에서 주요 직책을 맡기도 했던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윤'(親尹)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B씨가 윤 대통령 여론조사 비용을 대고 변제받지 못한 나머지 금액에 대한 대가로 자리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 당시 C씨는 명씨에 의해 윤 대통령과 회동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 역시 지난해 2월 28일쯤 한 사단법인 협회장으로 추대됐다.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정부로부터 위임된 대행 사무를 하고, 업계를 대표해 정부와 협상 등 대화에 나선다는 점에서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곳이다. 특히 C씨의 그간 이력과 해당 협회장의 업무가 다소 동떨어지는 데다가, A·B씨와는 달리 애초부터 돈 반환 요구가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역시 '매관매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명태균, 檢소환 앞두고 "미래한국연구소와 무관" 주장 준비?
검찰은 8일 명씨 소환에 앞서 현재까지 김 소장, 강씨, 김 전 의원, A·B·C씨 등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명씨가 지난해 초쯤 미래한국연구소와 무관하다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모종의 공작을 진행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지난해 봄 명씨와 김 전 의원, 강씨, 김 소장이 함께하는 '4자 회동'을 진행했다. 이때 명씨는 '본인과 미래한국연구소는 관련이 없지 않느냐. 돈은 김 소장하고 너희들이 받은 것 아니냐.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등의 언급을 했고, 이를 일부러 녹취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당시 상황을 최근 더불어민주당 측에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취를 제보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 D씨가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자 회동' 중 명씨가 강씨에게 '내가 현금을 가져간 게 있느냐'고 물었고, 강씨가 '없다'고 답한 대목이 있다고 한다. 명씨는 이 부분 등을 근거로 검찰에 미래한국연구소와의 관계성을 부인하는 증거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명씨는 변호인과 만나 녹취를 두고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와의 관계는 검찰 수사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미래한국연구소의 법인상 대표는 김 소장이기 때문에 검찰이 명씨가 실질적으로 미래한국연구소를 소유해 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공천 거래'로 연결되기 어렵다.
다만 명씨는 수차례 통화에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씨에게 여론조사와 관련한 지시를 구체적으로 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 취임식에도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직함으로 참석하는 등 실질적 소유주임을 나타내는 증거는 꽤 많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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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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